[토요 동구밖 생태·역사교실] (7) 거제

6월 28일 '토요 동구밖 생태 교실'은 진해 명동지역아동센터·꿈나무지역아동센터와 함께 거제로 나들이했다. 거제에서 일정은 오전에 거제조선해양문화관·어촌민속전시관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공곶이에 가서 바다와 더불어 노니는 것이었다.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두 번째 큰 섬이다. 남해 바다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어서 예로부터 고기잡이가 성한 고장이다. 지세포에 있는 어촌민속전시관은 그런 면에서 거제도의 역사적·생태적 특징과 잘 어울리는 시설이다.

버스는 거가대교를 지나 10시 30분 즈음 어촌민속전시관에 닿았다. 전시관에서 아이들은 미리 마련해 놓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30명 가량 되는 아이들은 모두 여덟 모둠으로 나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구성된 네 모둠은 지역아동센터와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에서 온 선생님들과 더불어 움직였고, 초교 4~6학년과 중학생으로 짜인 네 모둠은 선생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였다.

어촌민속전시관에서 모둠별로 미션 수행을 하는 모습.

미션으로 제시된 문제는 모두 스물한 개. 어촌민속전시관을 제대로 둘러보고 구석구석 살펴야만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문제였다. 아이들은 1층과 2층 전시관을 서너 차례씩 돌아다녔다. 이런 전시관에서 보통 둘러보는 식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적지 않았던 때문이다.

쉬운 문제도 있고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어쨌든 초점은 거제에 맞춰져 있었다. 한 시간 동안 미션 수행을 하고 11시 30분에 모이도록 했더니 고학년도 저학년도 정답을 다 맞힌 모둠은 없었다. 한 개씩 틀린 두 모둠이 있었는데, 이들에게는 나중에 1인당 1000원씩 '쥐꼬리만하지만' 장학금이 건네졌다.

별도 동력이 아니라 노를 저어 움직이는 배를 '전마선'이라 한다는 것, 예로부터 거제를 비롯한 남해에서 고기잡이에 써 왔던 전통 배가 '통구미'인데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많이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는 쉬운 편에 든다. 어른들도 잘 모르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전시관에서는 잘 보이게 여러 차례에 걸쳐서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이들이 어려워했던 것은 거제에 있는 불교 유물이 무엇이냐, 고기를 많이 잡게 해 주고 바다에 나간 배가 탈없이 돌아오게 해달라고 비는 제의가 무엇이냐 하는 따위 문제였다.

불교 유물은 정답이 아주 쉬운 불상이었는데, 유교 건축물 향교를 적은 모둠이 적지 않았고, 풍어와 안녕을 비는 '별신굿'은 딱 한 모둠만 정답을 맞혔다.

선사시대 거제 유물 가운데 '흑요석'은 대부분 모둠이 맞혔다. 우리나라 남해안에서는 나지 않는 돌이 흑요석이다.

화산활동의 산물로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성분이 달라서 흑요석 하나만 갖고도 당시 교류 대상이 어디였는지 파악할 수 있다. 화살촉·작살촉으로 많이 쓰였던 거제 흑요석은 류쿠제도(1879년 일본 영토로 강제 편입됨)가 원산지다.

이런 설명을 해주려고 "흑요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세요?" 하고 얘기를 풀어놓으려는데, 대부분 아이들이 "까만색인데 빛이 나요" 한다.

잘 모를 줄 알았는데 놀라웠다. 흑요석에 대해 어촌민속전시관은 설명 전혀 없이 조그만 사진만 붙여 놓은 터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사진에서 까맣고(黑) 빛나는(曜) 모습을 인상깊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평소 보지 못하던 흑요석 모습에 눈길이 끌린 때문이겠지. 이만 하면 됐다 싶었다. 기본을 이미 파악한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지식을 덧씌우면 오히려 헷갈리겠다 싶어 바로 접어버렸다.

일행은 지세포 대패나라에서 돼지고기 두루치기로 배를 채우고는 공곶이를 향해 버스를 타고 갔다. 공곶이는 아름다운 곳이다. 명소로 이름난 내도·외도가 떠 있는 바다도 아름답고 커다란 몽돌 사이로 바닷물이 구르는 해변도 아름답고 언덕을 가득 채운 나무와 풀도 아름답다.

공곶이 동백나무 터널. 꽃은 없지만 그늘이 좋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강명식 어르신 부부라고, 1969년부터 50년 가까이 공곶이 1만 평 땅을 가꿔 동백나무와 수선화 등으로 아름답게 만들었으면서도 아무 대가 바람 없이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가진 바 거저 내어놓는 마음이라는 얘기를 짧게 일러준다. 조용히 들어주는 아이들이 고마운데, 이들 가운데 몇몇이나마 나중에 어렴풋하게라도 '강아무개 할아버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네' 기억을 떠올릴 수 있으면 오늘 나들이는 성공이다.

예구마을 끄트머리 주차장에 내린 아이들은 바다를 보고는 우와! 함성을 지른다. 들뜬 아이들 타일러 나란히 걷게 해 가지고 공곶이로 넘어간다. 제법 가파른 고개를 하나 넘고 20분 가량 걸어야 한다.

동백나무 터널을 이룬 계단을 빠져나가고 강명식 할아버지 집앞을 지나 몽돌 바닷가에 이르렀다.

공곶이 몽돌 바닷가에서 노니는 아이들 모습. 물수제비 뜨기도 하고 파도와 술래잡기도 하더니 나중에는 옷을 입은 채 물속으로 뛰어들어 바다와 한 몸이 됐다. /김훤주 기자

강아지가 한 마리 나타났다. 조그만 아이 둘이 다가오더니 "여우네!" 하면서 쓰다듬었다. 장난기가 터져나와 "어째서 여우야? 나는 늑대 같은데" 했더니 대답이 단호하다. "늑대는 회색이고요, 여우는 갈색이에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주인공 '제제'는 나무랑 말을 하고 나무를 말 삼아 타고 달린다. 그런 '제제'가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새삼 다시 알게 됐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물수제비 뜨기를 하고 파도 밟기를 하더니 점점 과감해져서 옷을 입은 채 물에 풍덩 뛰어드는 것이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구분이 없었다. 그러고는 물 속을 걸어서 헤집는 아이도 있었고 몸을 엎드려 헤엄을 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들 신발과 양말은 단정하게 벗어놓고 들어갔다.

바다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려 나란히 선 아이들.

한 아이는 손을 잡더니 조그만 몽돌을 하나 얹어 주면서 "무슨 돌이냐?"고 물었다. "화강암 같은데" 했더니 자기도 그런 것 같다고, 여기서 하나하나 주워 모아봤는데 무늬나 색깔이 같은 돌이 하나도 없다면서 자못 진지한 표정을 하더니 살짝 웃음을 빼문다. "나는 이런 돌이 좋아요."

몇몇 아이들은 선생님 등 여럿과 어울려 돌쌓기 놀이를 한다. 먼저 돌을 하나 놓은 다음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그 위에 돌을 하나씩 얹어나가는 놀이인데, 무너지면 '땅콩'을 하나 맞는 식이다. 그러나 땅콩은 대수가 아니고, 즐거움이 대수다. 쌓은 돌이 허물어질 때마다 탄식과 웃음과 손뼉이 동시다발로 터진다.

옆에서는 바위에 다닥다박 붙은 소라·고둥을 따모으고 있다. 조약돌로 쳐놓은 울타리 안에 제법 수북하게 쌓였다.

집에 가져가려고 저러나 싶어 바위 하나를 뒤집고는 고둥을 따서 한 주먹 안겨줬더니 웬걸, "가지고 잘 놀았으니 이제 집에 돌려줄 거예요" 이런다. 그러더니 한 줌은 바닷물에 뿌리고 한 줌은 자갈 사이에 집어넣고 나머지는 모래바닥을 파더니 거기 넣는다. 살며시 밀려온 바닷물이 그 위를 모래로 다시 덮어주고.

이리 노닐다 보니 출발이 예정보다 한 20분 늦어졌다.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오늘 생태체험을 짧게 글로 쓰면서 하루를 돌아봤다.

한참 고둥을 따던 아이는 같이 재밌게 놀았으니 집으로 돌려보내주어야 한다며 고둥을 바다로 보냈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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