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무료 운영 '안 봐도 그만'식 관객 많아…타 시도 유료화로 공연 질 높여

시립예술단 공연은 무료로 하는 게 맞을까, 유료로 하는 게 맞을까.

타 지역 시립예술단이 대체로 유료 공연을 펼치고 있는 데 반해 도내 시립예술단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502회 정기연주회 입장료는 최고 2만 원(R석)에서 최하 5000원(B석)까지 다양했다.

반면 지난 10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창원시립교향악단 제282회 정기연주회 입장료는 없었다. 모든 좌석이 무료였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 공연인 만큼 언뜻 생각하면 무료가 정답인 것 같다. 하지만 유료화가 관객 집중도를 높이고 공연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타 시립예술단의 경우 유료화가 가능했던 배경엔 예술단 자신은 물론, 지자체가 함께 나서 시민을 설득한 점이 주효했다. 부분 유료화로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비용을 지불한 관객은 더 수준 높은 공연을 찾았고, 예술단과 시는 이런 요구에 부응해 공연 질을 높여 나갔다.

지난 10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창원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위)와 3일 성산아트홀 창원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아래)에서 좌석권을 배부받고 있는 관객들. 무료 공연은 예매만 해놓고 당일 오지 않는 관객이 많아 늘 논란이 된다. /박정연 기자

◇도내 유료화 움직임 있었지만 = 지난 2009년 통합 전 마산시는 조례까지 개정하면서 유료화 작업에 매진했다. 당시 마산시는 '선착순 무료' 제도가 오히려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만큼 공연에 따라 유료화를 검토했다.

무료로 얻은 티켓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었다. 2009년 4월 마산시향 공연 때였다. 관객 수백 명이 표를 구하지 못해 집으로 돌아갔지만, 티켓을 예매해 놓고 찾아가지 않은 관객 때문에 공연장 객석은 다 채워지지 않은 것이다.

마산시립예술단은 시의 유료화 정책에 발맞춰 2010년 1월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연 유료화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대상자 757명 중 '유료화된다 하더라도 만족한다'는 응답이 60%, '유료화돼도 관람한다'는 의견이 57%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0년 7월 통합 창원시가 출범하면서 유료화 정책은 흐지부지됐다. 시립예술단 공연을 유료화할 수 있도록 개정했던 조례도 과거로 회귀했다. 마산시는 2009년 유료 공연 결정 주체를 '시장'에서 '예술단 운영위원회'로 개정했지만, 통합되면서 '시장' 권한으로 조례가 정리됐다.

그 후 유료화 문제는 도내 시립예술단 내에서 거의 화두가 되지 않고 있다.

창원시립예술단 관계자는 "시스템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했고, 진주시립예술단 관계자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만 답했다.

창원시립예술단 관계자는 "타 시립예술단의 경우 (시가 아닌) 문화예술회관에 소속돼 있고, 예술회관 공연과 전담 인력이 홍보 전략을 세우며 티켓 발매를 전담하고 있다"면서 "유료화는 전국적인 흐름이고 필요하다고 보지만, 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진행하면 부작용만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주시립예술단 관계자는 "무료로 계속 공연을 해와서 유료화에 대해 고민해 보지 못했다. 시에서 얘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부산, 울산 등에서 이미 유료화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창원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위)와 3일 성산아트홀 창원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아래)에서 좌석권을 배부받고 있는 관객들. 무료 공연은 예매만 해놓고 당일 오지 않는 관객이 많아 늘 논란이 된다. /박정연 기자

◇부분 유료화에서 전면 유료화로 = 경북 포항시립예술단은 지난해부터 모든 예술단(교향악단·합창단·연극단) 공연을 유료화했다. 2008년 기획 공연을 중심으로 부분 유료화를 시작한 이후 꾸준히 유료 공연을 확대했다. 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 공연은 2000원, 연극단은 1만 원으로 책정했다. 공연 수익은 세금처럼 시로 돌아간다.

포항시립예술단 관계자는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이 공연비를 받는 것에 불만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관객들도 유료화 이후 지정좌석제로 공연 시작 전 여유롭게 공연장을 찾는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관객들 동선 파악이 용이해 홍보·마케팅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충북 청주시립예술단(교향악단·합창단·국악단·무용단)은 공연을 유료화한 지 10년이 넘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유료화했다.

예술단에서 선보이는 모든 공연은 관람료가 1만 원이다. 유료화 이후 공연 수준에 따라 관람료가 2만~3만 원까지 다양했으나, 예술단 사무국과 각 예술단의 협의 끝에 1만 원으로 통일했다.

청주시립예술단 관계자는 "예술단 사무국에서 시 산하 문화예술체육회관 문예운영과의 자문 역할을 한다. 지난 2000년 유료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도 예술단 사무국이었고, 각 공연마다 관람료 수준도 정했다. 최종 결정은 문예운영과에서 하지만 예술단 사무국이 방향을 제시하고 전략·계획을 세우면 시는 적극적으로 응했다"고 설명했다.

유료화를 추진한 각 시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유료화 이후 값을 치른 관객들은 태도가 변했다"고 했다.

공연장 분위기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공연 중간에 빠져나가는 일도 극히 드물고, 티켓을 선물하는 문화도 늘었다고 했다.

돈을 냈으니 더 좋은 공연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했다. 예술단도 관객 기대에 부응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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