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게임에만 몰입하죠.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간섭도 받고 싶지 않아요” PC방에서 쉴새없이 자판을 두드리는 승훈(18 가명)이는 리니지게임을 하느라 컴퓨터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바로 옆자리에서 같은 게임에 빠져있는 친구 민수(18 가명)와 게임에 관한 작전을 심각하게 건네는 것이 대화의 전부다.

서로 작전을 상의하면서도 컴퓨터화면 속 자신의 분신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게임속에서 승훈이 분신의 이름은 검신(劍神)이다. 신의 경지에 이를 정도로 칼을 잘 써야 겠다는 승훈이의 소망이 담긴 아이디(ID)다.

승훈이는 중세 전쟁터가 모델이 되는 게임속에서 긴칼을 휘두르며 오거 해졸 한조 몬스터 등 악당을 쳐부순다. 숲속이나 성 마을이 무대가 되기도 하는 게임속에서 이들은 혼자 힘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기도 하고 여러사람이 연합해서 적을 무찌르기도 한다.

승훈이가 몰입해 있는 컴퓨터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는 동시에 수천명까지 접속해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다. 그 순간도 얼굴을 알 수 없는 2000여명이 동시에 같은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기사 군주 마법사 요정 등 다양한 캐릭터로 한 게임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즐긴다.

게임의 하단에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장치가 따로 돼 있다. 이곳을 통해 작전을 협의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한다. 게임속에서 게임을 주제로 서로 대화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게임속이 곧 작은 사회다.

“컴퓨터속의 공간도 우리가 생활하는 사회와 다를 바 없는 법칙들이 작용해요. 힘이 센 사람은 게임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죠. 그래서 게임속에서 힘을 갖기 위해 노력해요.”

리니지 게임만 1년정도 했다는 승훈이의 실력은 상급에 속한다. 방학때는 하루 보통 4시간 이상을 리니지 게임을 하는 것으로 보냈다. 한때는 6시간을 꼬박 리니지게임에 몰입한 적도 있단다.

중학교 2학년때 스타(스타크래프트)부터 시작했다는 승훈이는 한때 포트리스에도 빠졌었다. 방학 전에는 학교수업이 끝나면 2시간정도 항상 게임을 즐겼다. 승훈이 반에서도 20명 정도는 PC방이나 집에서 게임을 즐긴다. 학교에서 서로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공부에 지장이 없다고는 못하지만 게임을 하기전보다 심하게 성적이 떨어지거나 하진 않아요. 다른 친구들이 휴식을 즐기는 시간에 저희는 단지 게임을 즐길 뿐이죠.”

하지만 승훈이처럼 PC방에서나 혹은 집에서 하루에 2시간이상씩 매일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은 흔히 말하는 인터넷 중독의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다. 실제로 지난달 발표된 한 석사학위논문에 따르면 서울시내 고등학교 1학년 10명중 4명이 인터넷 중독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채팅을 통한 대인관계형성이나 정보탐색, 또는 게임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고교생 중 40%정도가 인터넷 중독증상을 보이고 있고, 이들 중 2.7% 정도는 심각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조사됐다.

인터넷 중독은 인터넷 활동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현실생활을 멀리함으로써 학업 직장 결혼 대인관계 등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증상은 강박적인 전자우편 체크와 현실의 만남을 기피하고 채팅에만 빠져 깊이 있는 인간 관계를 상실하는 것이나,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같은 온라인 게임에 몰두해 성적이 떨어지는 등으로 나타난다.

경상남도 청소년종합상담실 노미애 팀장은 “청소년이 게임에 빠지는 경우는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얻지 못하는 흥미와 재미를 게임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에서 비롯된다”며 “가정이나 학교생활에서 대인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개발이나 아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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