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지리산댐 논란]"소수 이야기 듣지도 않으려" 국책사업 도돌이표 갈등

지리산댐 반대 마천면대책위원장 선시영(55) 씨는 계속 전화로 재촉했다. 약속 시간보다 좀 늦었기 때문이다. 그가 16년째 운영하는 산장에 도착했다. 그는 "잠깐의 관심으로 끝내지 말아달라"며 이야기를 풀었다.

"내가 반대에 나선 것은 내 고향 산천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제일 서글픈 것은 우리도 국민의 한 사람인데, 정부·자치단체·언론에서는 소수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10년 넘는 반대에 지치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할 일이기에 끝까지 갈 것이다."

"마을 간 불신이 말도 못한다. 만약 댐이 들어서면 칼부림까지 걱정될 정도다." "한때 마천면 이장단에서 주민 의견을 묻는 자체 투표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반대 주민에게는 적극 알리지 않고 찬성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하더라."

지리산댐(문정댐) 예정지로 거론되는 함양 휴천면 문정마을로 향했다. 지리산 생명연대 활동가 김휘근(32) 씨가 동행했다.

"찬성론자들 논리는 딱 하나다. 이게 들어서면 지역이 먹고사는데 도움 된다는 것이다. 그런 게 그냥 막연한 것들이다."

"실거래가의 10배 이상 보상해 줄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아무개 공무원, 외지 사람까지 땅을 사놓았다는 이야기도 귀에 들어온다."

   

반면 함양군 관계자는 댐을 건설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댐이 들어서면 지역 관광산업·주변산업 활성화에 큰 기대를 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은 그리 새삼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국가·행정에서 추진하는 사업에서 매번 되풀이되는 내용이다.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 송전탑·신공항 등의 기사에서 몇몇을 발췌해 봤다.

   

"우리는 국민이 아닌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버림받은 느낌이었어요 …… 그래도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가야죠."('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2013년 10월 2일 자)

"신공항이 들어서면 11만 인구가 30만까지는 늘어날 수 있다고 봐요. 인구가 늘어나고 밀양이 발전하는 길은 신공항 유치밖에 없습니다."('신공항 후보지 주변 가보니' 2010년 12월 10일 자)

'보상을 바라면서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간에는 서로 말을 섞지 않은 지 오래됐다 …… 몇 대째 두텁게 정 쌓으며 살아온 '마을 공동체'는 지금 작은 소동에도 산산이 깨질 분위기다.' ('신공항 주민 갈등 관련' 2010년 12월 8일 자)

'주민투표는 다른 한쪽의 동의와 참여없이 일방적으로 행해진,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은 비민주적 투표라고 규정했다.' ('마산 수정만 STX 유치 찬반 갈등')

지리산댐 건설 문제 역시 지역민들의 반목과 갈등이 표출될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