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 맘대로 여행] (23) 세종시 금강자연휴양림

잠시 쉼표가 필요한 지점이다.

비를 흩뿌리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세상을 말려버릴 듯 내리쬐는 햇살. 오락가락하는 더위와 높은 습도는 우리를 지치게 한다.

쉼(休). '쉴 휴'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는 형상이다.

집 가까이에 숲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럼에도 굳이 휴양림을 찾는 이유는 일상에서 한발짝 떨어져 나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 아닐까?

느릿느릿 걸어보기. 아무렇게나 앉아서 쉬기. 때론 숨이 턱턱 막히도록 산 위로 오르기. 맘껏 호흡하기, 맨발로 걸어보기. 재잘거리는 새 소리를 따라 무턱대고 걷기, 또 걷기….

휴양림과 수목원의 교집합을 이룬 '금강자연휴양림'(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산림박물관길 110).

이슬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살짝 여행을 망설이게 하는 날이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뙤약볕 아래서 운전을 하는 것보다는 상쾌하다.

우산을 써도 좋고 뭐 안 쓴다 해도 그리 기분 나쁘지 않은 날의 여행이다.

고속도로를 따라 달린다.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낸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면서 3km 정도 잠시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붉은 아치 모양의 불티교가 보인다.

울창한 휴양림을 걷다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연못. 신라와 백제 전통 형태를 혼합해 꾸몄다.

이 불티교를 건너면 규모도 크고 잘 정돈된 금강자연휴양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창벽에 가로막혀 나룻배를 타고 드나들어야 했던 오지마을인 이곳에 1994년 충남산림환경연구소가 이전했다.

주변의 잘 보존된 울창한 숲을 금강자연휴양림으로 지정해 1997년 10월에는 산림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금강자연휴양림은 여느 휴양림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울창한 숲 속에 파묻힌 산책로를 갖춘 휴양림에다 산림 박물관, 수목원, 온실, 연못, 야생동물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져 있어 걷고 또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금강자연휴양림의 가장 큰 특징은 휴양림과 수목원이 합쳐졌다는 것이다. 사진은 열대온실 내부.

산림박물관과 온실 사이에 신라와 백제의 전통 연못을 혼합해 꾸며진 연못가가 자리하고 있다. 무지개 다리와 기암괴석을 연상케 하는 절벽과 폭포, 그리고 분수. 연못 안에는 어른 팔뚝만 한 비단잉어들이 첨벙첨벙 물결을 이루는 풍경이 펼쳐진다.

유리 돔으로 지어진 대형온실에서는 세계의 희귀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불교와 관련된 인도보리수, 성경에서 올리브라 불리는 감람나무, 인류 최초의 종이 재료인 파피루스 등 진기한 식물들과 함께 파리지옥, 끈끈이주걱 등 벌레잡이 식물과 갖가지 선인장들을 관찰할 수 있다.

산 아래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신비스러운 광경이다. 장미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독특한 모양의 산림박물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제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통 목조건물 양식에 따라 전문 학자의 고증을 거쳐 건립된 산림박물관. 지붕의 귀솟음, 기둥의 배흘림 등 전통적인 백제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산림전시관은 모두 5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무뿌리 아래의 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곳에서부터 숲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생명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물 마을과 조류마을에는 반달가슴곰, 일본원숭이, 오소리, 사슴 등 각종 동물과 새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야생화원, 무궁화 동산 등 수목원에서는 총 면적 20ha의 23개 원에서 421종 약 10만 그루의 수목을 기르고 있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의 수목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맨발로 걸어볼 수 있는 황토에 지친 발을 담근다. 적당히 촉촉해진 황토는 기다렸다는 듯 발 전체를 감싼다.

여기서 멈춰 쉬어도 좋고, 등산길을 따라 흠뻑 땀을 내도 좋다.

<한국관광공사가 소개한 자연휴양림>

△가평 유명산 자연휴양림·양평 산음 자연휴양림(경기도) △보령 오서산 자연휴양림(충북) △보은 속리산 말티재 자연휴양림(충남) △무주 덕유산 자연휴양림(전북) △인제 방태산 자연휴양림·양양 미천골 자연휴양림·강릉 대관령자연휴양림·정선 가리왕산 자연휴양림(강원도) △영양 검마산 자연휴양림(경북)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경남) △제주 절물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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