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경남보건고, 재학생 대책 없이 폐쇄 결정했으나 '없었던 일'로

한 고등학교 학력인정시설이 재정난을 이유로 경남도교육청과 시설 폐쇄를 두고 논란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 재학생 처리 대책이 없어 학생들만 느닷없이 학업을 중단할 위기를 맞을 뻔했다.

함안군에 있는 경남보건고등학교는 지난 4일 도교육청에 시설 폐쇄신고서를 제출했다. 학교 운영비가 부족하고 도교육청이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게 이유였다. 도교육청은 지난 7일 이 신고서를 다시 돌려보냈다. 절차적인 문제가 있어서다.

경남보건고는 평생교육법에 따른 학력인정시설이다. 이 법을 보면 학력인정시설을 폐쇄하려면 남은 업무와 재산의 처리 방법, 재학생 처리방안을 정해 교육감에게 제출하고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도교육청은 무엇보다 재학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경남보건고에 아무 대책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에는 현재 간호학과 학생 86명이 다니고 있다. 학력인정시설 학생들이 일반학교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같은 학력인정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간호학과를 둔 시설이 딱히 없다는 게 문제다. 결국 학교를 폐쇄했을 때 학생들이 갈 곳이 없는 셈이다.

경남보건고는 지난 4일 폐쇄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등교한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지난 7일 학교를 찾아 학생들이 다시 수업을 받도록 했다.

경남보건고 관계자는 9일 "시설 폐쇄신고서가 반려됐기에 일단 폐교 방침은 접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남보건고가 대안학교 성격도 띠고 있어 일반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고 온 아이들이 많다"며 "그 아이들이 학교가 폐쇄되면 딱히 갈 곳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애초 폐교 결정을 하게 한 운영비 부족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은 그동안 경남보건고에 지원한 금액이 적지 않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만 2억 9559만 원을 지원했다. 실험실습기자재 구입비, 통신비, 저소득층 자녀 학비와 수학여행 경비, 장학금, 대안교실 운영비 등 거의 일반 학교에 가까운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다만 지난해 경남보건고를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 감사에서 1억 3200여만 원이 부정하게 집행된 사실이 드러나 전액 환수 지시를 했고, 이것이 집행되지 않아 지난 5월부터 지원금 일부를 중단하고 있다고 도교육청은 덧붙였다.

이에 경남보건고 관계자는 "현재 재정 상태로는 학교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며 "도교육청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학교 폐쇄는 없던 것으로 됐지만, 도교육청은 혹시나 불가피하게 폐쇄 절차가 다시 진행된다면 재학생이 계속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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