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생태계 회복 정책 포럼 "보 탓에 물 체류 시간 늘어나"

"강이길 바라지만 낙동강은 강이 아니다. 강과 저수지 복합형의 이상한 강이다. 낙동강은 제정신이 아닌 강이다. 강 중간에 보를 만드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부산대 생명과학과 주기재 교수는 8일 오후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열린 '낙동강 포럼'에서 '낙동강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낙동강 유역에 여러 개 댐뿐만 아니라 4대 강 사업으로 8개 보를 건설한 것을 비판적으로 한 말이다.

주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낙동강 녹조 발생에 대해 자신이 오랫동안 해온 연구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누적일조량과 수온만 계산하면 언제 녹조가 발생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보 건설과 녹조 관계에 대해서는 경북 왜관·고령, 경남 적포·남지·하남·물금 지점의 7~9월 클로로필a 개체수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며 "공사 이후 식물플랑크톤 생체량이 늘었고, 특히 하남과 물금에 급격히 늘었는데 보에 따른 증가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2~3년 동안 통계로 녹조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댐 방류 이후 변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낙동강환경청은 국토부와 협의해 녹조 대량발생 대책으로 남강댐 등을 방류하기도 했다.

작년 낙동강 본류 녹조 모습 항공사진./경남도민일보DB

주 교수는 "녹조 피크가 지점별로 다르다. 어떤 효과 있는지 평가와 연구를 제대로 안했다"며 "정부는 범부처 협력을 이야기하지만 환경부와 국토부 두 부처가 유량과 수질의 통합적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교수는 낙동강 유역의 '습지생태계는 안녕하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4대 강 사업에 따라 강 둔치가 사라졌다고 했다. 철새서식지였던 창녕 본포 모래톱과 경북 구미 해평습지를 꼽았다. 또 4대 강 사업 이전과 이후 항공촬영 사진을 통해 준설로 창녕 박진습지, 김해 딴섬습지, 칠곡 낙산습지 등이 70~90% 사라졌다고 했다.

특히 우포늪이 있는 창녕과 국내에서 습지가 가장 많았으나 대부분 사라진 함안 사례를 제시했다. 습지 면적이 80%로 줄어든 함안에 대해 "예전에 농경지로 바꾸면서 줄었지만 현재는 공장을 만들기 위해 습지를 없애는 단계까지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남의 습지 총량제 기반 마련을 제안했다.

4대 강 사업 이후 생태계 변화에 대해서는 "외래종은 증가했지만 어류 종수와 개체수가 감소했다. 복구되겠지만 종의 수, 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영산강과 금강에 이어 낙동강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에 대해 "물 체류 시간과 관련이 있고, 부영영화 등 먹이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큰빗이끼벌레를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주 교수는 이 벌레가 1993년, 1994년에도 발견됐었다고 전했다.

'낙동강 수질 및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정책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주 교수와 함께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성과와 방향(환경부 이서현 사무관) △수질오염총량제도 전후 낙동강 수질 평가(국립환경과학원 황하선 전문위원) △낙동강수계 보 구간 수생태계 변화(낙동강물환경연구소 유재정 연구관) 등이 발표됐다.

이어 낙동강환경청 최동호 유역관리과장, 한국수자원공사 신재기 수석연구원, 인제대 이진애 교수, 경남대 이찬원 교수, 계명대 김종원 교수, 영남자원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사무국장이 토론을 했다.

낙동강 포럼(위원장 박재현 인제대 교수)은 경남을 비롯해 대구·경북·울산·부산 등 낙동강 상·하류지역 시민사회단체, 학계, 낙동강환경청을 비롯한 기관이 함께 만들었다. 낙동강보전을 위한 민·관·학 소통과 협력 논의기구 역할을 할 낙동강 포럼은 11월에 2차 포럼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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