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 찾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이야기

지난 3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마주 앉았습니다. 경남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1000만 인 서명 운동을 벌이는 와중에 마련된 간담회 자리였습니다.

유족들은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7반 학생들의 부모라고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생존자가 단 한 명뿐인, 담임을 포함해 34명을 떠나보낸 학급입니다. 70여 일 동안 눈물을 쏟았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 이야기를 하자니 여전히 목이 막혔습니다. 자기소개를 하고서는 한참을 앞에 놓인 종이컵만 만지작거렸습니다. 그렇게 감정을 추스른 다음에야 말을 이었습니다.

유족들은 무엇보다 간담회를 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했습니다. 가장 아픈 기억을 되새겨야 해섭니다. 곤란하기는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는 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말 한마디가 그들의 상처를 건드릴 수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유족들은 교육감을 만나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 학교 안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때로 두서가 없거나 거칠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교육을 되돌아볼 만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 뜻에서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그대로 지면에 옮겨 담습니다.

 

"2학년 7반 ○○○ 엄마 ○○○입니다. 이미 간 애들도 있지만, 남은 우리 자식들도 있고, 또 더 어린 애들도 많은데, 세월호가 점점 잊혀 가고, 시간이 지나면, 정말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잊힐 거예요. 우리 세월호 부모들은 가슴에 묻고 가지만, 제3자는 다 타인이거든요. 그 사람의 자식이 똑같은 일을 당했을 때 그때 당사자가 되는 거죠. 그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정말로 노력을 많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가 서명운동하고 돌아다니는 건 어떤 우리의 유익을 위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남은 자식들마저 잃을까 봐, 그게 겁나서 그러는 거예요.

세월호 사고 유가족 27명이 3일 경남도교육청을 찾아 박종훈 교육감을 만나 아이를 자식처럼 돌봐 달라고 호소했다. /도교육청

교육청이든 나라든 어떤 기관이든 사회 모든 전반적인 곳에서 우선은 불합리한 부분이 없어지겠지요. 하지만 그게 유지되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켜져야지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는 겁니다."

 

"2학년 7반 ○○○ 아버지 ○○○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배운 것도 없고요, 아들 하나 있는 거 보냈걸랑요. 이 일을 겪고 나서 법을 좀 보고 하니까, 이 공무원이란 자체가 저에게는 아주 굉장히 불신이 되어버렸어요. 공무원만 보면 가서 한 대씩 쳐 버리고 싶어요. 공무원이 무엇입니까? 서민을 보살피라고 공무원 시켜주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좀 우리를 생각해 준다면 좀 더 낮은 자세로 우리를 봐줬으면 좋겠고요.

저 아들 하나 있는 거 보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일도 막막하고요. 이 일 정리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진짜 자신이 없습니다.

꼭 당부하고 싶은 거는 우리가 이렇게 천만 서명운동을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 애들이 어떻게 됐습니까? 수학여행 간다고, 배를 타고 간다고 해서 아들이 얼마나 들떴는지, 소풍갈 때는 안 그랬는데, 지가 스스로 지 물건 옷도 챙기고 그랬습니다. 우리 아들은 중학교 때도 수학여행 못 갔습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 가는 수학여행이었는데, 이 일을 겪으니까 차라리 안 간 것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우리 애들은 어차피 죽었지만, 교육감님이 수학여행이 재개되면 안전, 일단 정부하고도 합의를 보겠지만, 교육청이란 애들을 다스리고 있잖아요? 애들이 수학여행을 간다면, 일단은 교육감님이 다른 일들을 제쳐놓고, 처음부터 돌아올 때까지 안전이 어떻게 되고 하는 걸 챙기시고, 훈련받은 사람 2∼3명은 가야 하지 않는가, 선생님 말고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사람, 배가 됐건 비행기가 됐건, 공중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육지로 가든, 무조건 3명에서 5명은 (안전) 교육받은 사람들이 동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기지 않겠습니까."

 

"2학년 7반 ○○○ 아빠 ○○○입니다. 저도 근로자로서…, (침묵) … 애한테 잘해준 것도 없이…, 모든 부모가 다 그런…, 마음이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이라는 기대를 하고, 항상 공부에 파묻혀 있다가 수학여행이라는 그 기대를 하고, 얼마나 들뜬 마음으로……, 그렇게 가다가 다시는 보지 못하는 그런 일이 생겨서 (울먹)….

지금까지 이렇게 시간이 이제 80여 일이 가까운데, 정부에서 우리에게 해준 것은 너무나 미미하고, 우리의 요구에, 우리가 바라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해주지도 않고, 솔직히 이렇게 권력이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 5000만 인구를 끌고 가는 사람들 아니에요? 한 가정의 가장이 가정을 이끌어 가듯이, 가장이 잘해야 그 가정이 잘 서는 것처럼, 이런 일이…. 솔직히 모든 국민이 다 알잖아요. 정부가 잘못해서 그 많은 생명을, 물속에서 다 죽어갈 때까지, 뭐, 가만히 있었잖아요?

그래가지고, 이 나라 권력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힘이 세고, 저는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우리나라가, 마음에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라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런 일을 겪고 나니까 솔직히 우리나라 너무 부끄럽고, 너무나 미개한 나라, 잘 살면 뭐해요? 자기 생명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고 그러잖아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국민의 생명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한 이 정부가, 그러니까, 지금, 교육감님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한 사람이, 내가 이 일에 도움을 줘야 하는 데 못 도와줬다고 마음 아파하셨는데, 그 마음 아파하는 그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야 이 나라가 좀 바뀌고 바로 서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교육감님께서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 힘을 많이 실어주시고, 우리 학생들 안전하게 잘, 한 명 한 명 따라다니면서 할 수 없지만, 수학여행을 간다든지 할 때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와 지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2학년 7반 ○○○ 엄마 ○○○입니다.

이 일을 당하고 나서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처음에는 금지를 했어요. 저는 그게 너무 좀 어이가 없었고요.

그 다음에 발표한 것이 소그룹으로 수학여행을 가라는 거였거든요. 예를 들어 반별로 수학여행을 간다, 그건 부모 입장으로서 의미가 없는 거예요.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학년에 맞게 수학여행을 가는 건데 아이가 친한 애들이, 예를 들어 우리 애는 7반인데 5반에 있을 수도 있고 1반에 있을 수도 있어요. 수학여행은 말 그대로 견학하면서 친구들과 사진도 찍으면서 하나의 추억을 담는 건데, 학년이 아닌 소그룹으로 간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종훈 교육감은 이날 남은 자들의 몫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 취임 후 첫 월요회의에서 수학여행 재개와 관련해 안전 대책 마련을 강조했습니다. 수학여행 매뉴얼 보강, 안전요원 배치 등 안전대책을 빈틈없이 수립하라는 것과 각종 체험활동도 면밀히 검토한 후 계획을 수립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세월호 유족들은 오는 12일까지 경남지역에서 1000만명 서명운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