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동구밖 생태·역사 교실] (6) 통영

6월 14일 역사탐방은 통합창원시 진해 웅동지역아동센터·동부지역아동센터 구성원들과 함께 통영을 찾았다. 통영은 케이블카가 생기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관광지로 완전히 자리를 매겼다. 최근 화제가 됐던 텔레비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 도민준과 천송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장사도'를 비롯해 소매물도·욕지도·연대도·사량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아울러 박경리·윤이상·전혁림·유치환·김춘수 등 여러 분야에서 유명한 예술인을 배출한 전통 있는 고장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볼거리와 누릴거리가 아주 풍성하다. 이 가운데서도 이번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역사 탐방에서는 최근 복원을 마친 삼도수군통제영과 삼덕항 일대를 중심으로 해서 돌아보는 일정을 잡았다.

1592년 임진왜란이 터지고 7년에 걸친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거제 오아포(가배량)나 고성 춘원포 등지로 옮겨다니던 통제영은 1604년 제6대 통제사 이경준이 지금 자리에 터잡으면서 이후 300년 군사문화와 공방문화가 어우러지는 독특한 통제영 문화를 꽃피우게 된다. 최근 십이공방이 복원되고 엽전을 만들던 주전소 터까지 발굴되면서 찬찬히 살펴보고 누리려면 한나절은 걸려야 하는 곳으로 변신했다.

통영행 버스에서 통제영에 대해 설명했더니 아이들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인다. 말 마디가 여럿 있지만 그런 가운데 한 마디만이라도 기억에 새겨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무엇이든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 역사 탐방에서는 으뜸 금물이 바로 욕심이다. 나중에라도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작으나마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면 그보다 큰 보람은 없는 것이다.

서포루에 모인 아이들.

통영에 도착해서는 곧장 세병관으로 가는 대신 서포루로 걸어 오른다. 여기 서면 뒤편 북포루 왼편 동포루 바로 아래 세병관뿐 아니라 바다까지 통째로 한 눈에 담긴다. 아이들은 서포루에 오르느라 흘린 땀방울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날리며 그림처럼 펼쳐지는 광경에 즐거워했다.

서포루에서.

서포루에서 통제영 본영까지는 샛길로 걸어서 5분 거리다. 여기서 아이들은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 등과 모둠을 이뤄 '미션 수행'을 하게 된다. 준비된 문제는 모두 20개, 통제영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살펴보지 않으면 풀 수 없는 것들이다. 통제영의 중심 건물인 세병관 앞마당에서 미션이 적힌 종이를 받아든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통제영은 오늘날로 치자면 어떤 기구와 같은지, 정확한 이름은 무엇인지, 전쟁을 그치고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붙인 이름은 무엇인지, 운주당과 주전소를 돌아보고 정자들 들어선 후원을 지나 십이공방까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도록 전체 동선을 고려해 꼼꼼하게 낸 문제들이다. 이런 가운데 세병관 뒤편에 매달려 있는 쇠꼬챙이가 무엇에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모둠도 맞히지 못했다. 창호지를 바른 창문을 들어(그래서 들창이라 한다) 매달아 두는 데 쓴다고 했더니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해한다.

통제영 세병관 마루에 걸터앉아 그늘을 즐기는 모습.

돌아오는 버스에서 아이들에게 글을 쓰게 했는데 이런 내용이 "처음 미션지를 받아보니 문제가 너무 많고 어려웠다. 날씨는 덥고 땀은 나는데 짜증이 났다. 그런데 문제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다 답을 발견했을 때는 마치 보물찾기를 하다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는 어느새 신나게 문제를 찾아 뛰어다니고 있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재미가 없으면 아이들은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뭐니뭐니 해도 즐거운 것이 최고다.

점심은 다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삼덕항으로 옮겨 가까운 식당에서 먹었다. 주말에는 관광객이 넘쳐나 통영 시내에서는 단체로 한 끼 때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물과 된장국을 준비했는데 밥에 나물을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먹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 아이들이기에 그런 모습이 참 예쁘고 기특했다.

"농촌에서 농사짓는 농부하고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 가운데 누구한테 더 위험한 일들이 많이 생길까요?" 삼덕항으로 가는 길에 아이들에게 던진 물음이다. 아이들은 입을 모아 "어부들요!" 답을 한다. "왜 그럴까?" 물었더니 "고기를 잡으러 가는 바다가 위험하니까요" 한다.

인간은 자기가 살고 있는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더 많이 위험할수록 불안한 마음은 더욱 커지고 그러면 무엇인가에 어떻게든 의지하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바닷가 사람들에게는 어떤 대상을 만들어 그 절실한 마을을 실어 비는 의식들이 많았다. 삼덕항에도 그런 관련 유적이 남아 있는데 바로 돌벅수다. 고개에 한 쌍 포구에 한 쌍 모두 두 쌍이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돌벅수에다 대고 고기를 많이 잡게 해달라, 고기 잡으러 나간 배 파도가 쳐도 무사하게 해달라 빌고 또 빌었다. 이런 일은 지금도 이어진다.

더불어 최초 서양인 도래비에 대한 설명도 이어진다. 지금은 주로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지만 옛날에는 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갔다. 그래서 서양사람이 우리나라에 왔다는 기록은 산이나 육지가 아니라 바다 근처에 남아 있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한다. 바로 옆 당포성 또한 바다 물길로 쳐들어오던 왜를 막기 위한 군사시설이니 역시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유적으로 그러니까 삼덕항 일대는 오늘날과 옛날 바닷가 사람들의 삶과 괴로움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라고 설명을 보탰다.

미션을 수행하고 통제영 지과문을 나서는 일행.
오랜 세월 사람들 소원을 받은 삼덕항 돌벅수 한 쌍.

이런 설명 덕분이었을까? 돌벅수 앞에서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곁들였던 설명을 바탕으로 삼아, 이 곳에서 마을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었듯이 여러분들도 저마다 하나씩 소원을 세우고 30초 동안 빌어보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마치 묵념을 하듯이 모조리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잠자코 있었다. 나중에 아이들 쓴 글을 보니 학교 성적을 올려달라는 소원도 있고 가족끼리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는 소원도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빌었던 소원이 진짜 이루어질지 어떨지 궁금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부디 그 아이들이 빌었던 그 소원들이 빠짐없이 이루어지기를….

당포성을 걷는 아이들.

마지막에는 당포성에 올랐다. 탁 트인 바다와 불어오는 바람에 아이들 기분도 절로 들뜬다. 오를 때는 길을 따라 걷고 내려올 때는 성을 따라 걸었다. 지금 걷고 있는 성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가 모두 어우러진 역사적인 장소라고 일러줬더니 걷는 걸음이 더욱 씩씩해진다. 하낫둘! 하낫둘! 구령까지 붙여가며 걸었다.

넉넉한 그늘이 주어지지 않아 작은 나무 그늘을 비집고 앉아 '도전 골든벨' 식으로 문제풀이를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래 친구들이 많아서 선생님들도 함께 문제를 풀도록 했는데도 그다지 썩 많이 맞히지는 못했다. 아이들과 더불어 어른들에게도 보람있고 즐거운 역사 탐방이 되기를!

당포성에서 함께 찍은 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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