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해소협의회 "화합 해친다" 연대활동 거부…반대 주민 "적반하장"

초고압 송전탑 갈등이 계속되는 밀양에 또다시 '외부세력론'이 등장했다. 외부세력론은 그간 송전탑 공사로 무너진 마을공동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위원장 목진휴·이하 협의회)'는 7일 "외부세력은 밀양 송전탑에 더 이상 개입하지 마라"고 밝혔다.

농성장 강제철거 이후에도 밀양 765㎸ 송전탑 반대주민들을 도우러 오는 연대자들에게 발길을 끊고 떠나라는 것이다. 정부, 한국전력, 밀양시, 밀양시 관변단체들은 송전탑 공사 강행과정에서 줄곧 연대자들을 '외부세력'이라고 몰아세워 왔다.

협의회는 지난달 11일 농성장 행정대집행 이후 낸 첫 입장문을 통해 "경과지 마을 97%(30개 마을 중 29개)가 합의를 이룬 시점에서 외부세력의 개입은 밀양 송전탑경과지 마을 주민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상처만 덧내고 주민화합을 해칠 뿐이다"고 주장했다.

반대 주민들이 불참한 협의회는 지난해 8월 한전, 밀양시, 새누리당 조해진 국회의원실, 산업통상자원부, 경과지 마을 찬성 주민대표 등 21명으로 꾸려져 활동해왔다. 협의회는 지난해 10월 공사재개를 앞두고 지역특수지원비, 주민직접보상, 농산물 직거래공동판매시설, 태양광밸리 사업 등 특별지원안을 합의해 발표하며 보상으로 공사를 밀어붙이는 발판을 만들었다.

협의회는 반대 주민들을 도우러 오는 이들에 대해 "송전탑 건설에 따른 주민들의 고통을 널리 알리고, 실질적인 보상방안이 마련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지금은 주민들 스스로가 마을 공동체 화합을 이룰 수 있도록 지켜보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반대 주민들에게도 "합의가 완료되고 공사가 막바지인 점을 생각해서 반대활동을 그만두고 정겨웠던 이웃으로 다시 돌아와 달라"고 했다.

그러나 송전탑 반대주민들은 협의회가 '이제 정리하자'고 발표한 입장에 대해 분개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마을공동체가 끝없는 분열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은 개별보상금 수령 여부와 보상금 회수압박 때문이다"며 "고통 원인제공자가 그 상처를 치유하고 정의를 위해 주민들을 보듬어 온 연대자들을 외부세력이라며 손 떼라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전에 "개별보상금 회수 압박을 중단하고, 주민들에게 보상금 압박으로 괴롭히며 마을공동체를 분열로 빠뜨린 데 대해 정식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전탑 반대주민들은 단장면 동화전·용회, 부북면 평밭·위양, 상동면 여수·고답·고정 등 7개 마을에 농성장을 다시 차리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강제철거 당시 경찰의 폭력적 행위에 대한 책임 등 정부를 상대로 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준비 중이다.

협의회에서 주민대표로 활동 중인 김상우 실무위원은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주민들이 송전탑 반대활동을 계속하는 데 대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주장은 인정한다. 제도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협의회에서 다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과 마을별 개별보상 합의 과정에서 주민대표성 등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10년째 송전탑 문제가 있었는데 주민들이 모르고 도장을 찍었다고 하는 것은 구실이다. 반대주민들 때문에 마을총회가 이뤄질 수 없는 현실에서 과반수 합의를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협의회 차원에서 준비 중인 분열된 마을공동체 회복 방안을 묻자 "열린음악회 같은 화합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견공유와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지만 마을별 실질적인 대안을 밝히지 못했다. 김 위원은 "상황이 심각하니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시 불거진 '외부세력론'은 송전탑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 간 갈라진 깊은 골과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세울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켰을 뿐이다.

그런 와중에도 신고리~북경남 765㎸ 송전선로를 이용할 신고리 3호기는 언제 완공될지 모르고, 예비전력이 충분해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와도 밀양 송전탑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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