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현장조사단, 창녕함안보 인근서 창궐 확인…퇴적토 부패도 심각

겉으로 보기엔 평온하기만 한 낙동강이 속으로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대표적인 모래강이던 이곳 강바닥에는 4대 강 사업으로 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이 이뤄지면서 저질 퇴적토가 다량 쌓여 악취를 풍겼다.

죽음의 그림자 같은 퇴적토 탓인지 물고기는 배를 드러내며 떠 있었고, 느린 유속 탓에 호소(내륙에 있는 호수와 늪)에서 주로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가 낙동강을 시궁창처럼 보이게 했다.

6일 환경운동연합과 4대강범대책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4대강 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 그리고 전문가로 구성된 4대 강 현장조사에 동행했다.

창녕함안보에서 조사단과 취재진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영산강과 금강에 대량으로 서식하는 것이 확인된 큰빗이끼벌레였다. 낙동강 유속 측정과 퇴적토 채취를 위해 출항하는 환경조사선 바로 아래에서 건져 올려진 녀석에게선 시큼한 악취가 풍겼다. 흐물흐물한 몸체 한 가운데는 실지렁이 한 마리가 꼬물거렸다.

4대강 현장조사 중. 구미보 인근에 이어 낙동강 중하류인 창녕함안보에서도 호소(물이 고여 있는 저수지나 호수)에서 주로 발견되는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가 출현했다./김두천 기자

현장조사에 함께한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는 이를 두고 "4대 강이 낳은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큰빗이끼벌레는 저수지나 호소 같이 유속이 느리거나 정체된 곳에 주로 산다. 몸체는 95%가 물로 되어 있는데 부영양화로 조류와 플랑크톤 같은 먹이가 많아지면 몸집이 커지는 특성이 있다. 처음에는 주먹보다 작지만 점점 자라 축구공 이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4대 강 보로 말미암은 강의 호소화와 녹조의 창궐이 큰빗이끼벌레 대량 서식의 마중물이 된 셈이다.

이날 창녕함안보 인근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는 머그컵만한 것과 축구공만한 것 두 개체였다.

정 교수는 "녀석들이 썩을 때 유해한 화학물질을 내뿜어 수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공부를 더 해봐야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강원대학교 환경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큰빗이끼벌레가 증식하면 물고기 서식처를 잠식하고 폐사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이렇듯 수질이 좋고 나쁨을 단순히 물을 떠서 성분을 분석하면 큰빗이끼벌레 같은 생물이 각종 유기물을 먹어 몸 속에 축적하는 유해 성분들에 대해 간과하게 된다. 녀석은 강 속 유해 성분 저장고로 볼 수 있는 만큼 수생태계 오염을 이해하는 데는 이런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판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조사선을 타고 유속 측정과 저질토 채취에 나선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커다란 대야에 검은 퇴적토를 가득 담아왔다. 퇴적토에서도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악취가 났다.

6일 환경운동연합과 4대강범대책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4대강 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 전문가가 함께한 창녕함안보 현장조사에서 큰빗이끼벌레가 확인됐다. 정민걸(왼쪽)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가 이날 건져낸 큰빗이끼벌레를 보며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두천 기자

박 교수는 "모래강인 낙동강에 4대 강 사업으로 건설된 대형 보가 들어서면서 유속이 느려져 퇴적토가 많이 쌓였다. 여기에 영양염류와 녹조 등이 부패해 강바닥에 쌓이면서 수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상류를 등지고 창녕함안보 왼쪽 유속은 초당 12㎝, 가운데는 13~14㎝, 오른쪽은 6㎝를 보였다"면서 "보가 없으면 평상시 유속이 빠른 곳이 60~70㎝인 점에 비추면 8분의 1∼10분의 1 정도로 느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박 교수는 "강 수온이 오르면 당장 진녹색 녹조띠가 낙동강을 물들일 것이 자명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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