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전통 공예품 도매업 하는 김태욱 씨

창원시 마산합포구 반월동에서 전통공예품 도매 공장을 운영하는 김태욱(44) 씨 아버지는 태욱 씨가 태어나기도 전에 합판 3장으로 상을 만들어 시장에 팔았다. 그렇게 팔고 난 이윤으로 다시 합판 5장을 사서 상을 만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전통공예품과의 인연은 시작되고 있었다.

"47년 전 신포동 삼익맨션 근처에서 장사를 시작하셨는데 점점 자리를 잡게 되니까 이곳으로 옮겨왔어요. 여기에 온 지도 벌써 36년째네요. 지금은 이곳에서 공예품을 만들진 않지만 예전엔 여기서 상도 만들고 제기도 만들고 그랬어요."

태욱 씨가 이제는 포장된 완성품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창고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예품을 만들면 냄새가 나거든요. 주변 주민분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그렇고 환경오염 문제도 있으니까 지금은 전라북도 남원시 등으로 공장을 옮겼어요."

   

태욱 씨는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했다. 어려서 아버지를 따라 납품하는 곳에 다니기도 했지만 자신이 이 일을 이어받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장사와는 맞지 않는 자신의 성격 때문이었다.

"제가 사실 계산이 빠르지 못하고 싫은 소리도 잘 못하는 편이거든요. 장사하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되니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대학 졸업할 때 나름 대기업인 건설회사에 두 군데나 합격했고 입사일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어머니께서 편찮으시게 된 거예요. 백혈병이었는데…. 1년간 아버지가 병간호를 하셔야 해서 누군가는 이 일을 맡아야 했죠. 대학 다니면서 방학 때 잠깐 일을 도와드린 적은 있었지만 덜컥 이 일을 하려니 솔직히 두렵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어머니 다 나으실 때까지 누군가는 일을 도와드려야 했으니까 어쩔 수 없었죠. 조금 포기하고 또 스스로를 다독여가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네요."

조금씩 사업이 익숙해진 태욱 씨는 인터넷 쇼핑몰에 도전하기도 했다. 장사는 제법 잘 됐지만 그는 이내 손을 뗐다.

"제가 취급하는 제기, 병풍, 상 같은 품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에 한번 사는 물건이에요. 사면 오래도록 쓰는 물건들이죠. 그래서 무엇보다 질이 중요해요.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게 질보다 가격이더라고요. 가격에 질을 맞춰야 해요. 무조건 싸게 만들려면 이상한 약품을 쓴다거나 하는 편법이 나와요. 심지어는 요즘 인터넷에 파는 병풍 중에 꼭 있어야 할 받침대가 없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소비자는 알 수가 없어요. 왜냐면 평생에 한 번밖에 안 사는 거니까 비교할 수가 없잖아요. 질이 안 좋아도 이게 원래 그런 거구나 해요. 예를 들면 옻칠을 한다고 쳐요. 소비자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이게 한번 칠한 건지 아홉 번을 칠한 건지 알 수가 없단 말이에요.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양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품목인데 돈 때문에 양심을 포기하게 될까 봐 일찌감치 접었어요."

하지만 태욱 씨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흔히 제기 등을 칠하는 데 사용되는 화학성분인 카슈 대신 천연수지 도료인 옻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옻칠은 비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온도와 습도에 예민해서 까다로운 도료죠. 하지만 가볍고 친환경적인 매력이 더 커요. 이 일도 하면서 조금씩 배우고 있는데 재밌어요. 그걸로 상도 조금 받고…."

어떤 상을 받았는지 더 묻자 부끄러운 듯 태욱 씨의 얼굴이 붉어진다. "아직 내보일 정돈 아닌데…"하면서 펼쳐 보인 상장엔 성산미술대전, 신라미술대전이라는 글자가 박혀있다.

"마산, 창원, 진주 등 근처 있었던 저희 같은 도매 집이 17군데나 문을 닫았어요. 점점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도 줄고 있으니 솔직히 사양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그렇지만 아버지부터 이어온 건데 이대로 문을 닫는 건 싫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5년 정도 후에 옻칠공방을 열 생각이에요. 거기서 공부도 하고 제품도 만들고, 그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자신이 그러했듯이 아들에게 이 일을 물려주고 싶으냐고 물으니 잠깐 생각에 빠진 태욱 씨가 대답한다.

"옻칠은 배우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내 환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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