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문화계 계약직 공무원, 임기제로 '조삼모사'

ㄱ(40대) 씨는 도내 한 문화예술회관에서 4년 동안 전임(전문)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했지만 지금은 백수다. 계약기간 만료일부터 약 2주일 전, 관장으로부터 "재계약이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세 아이를 둔 가장인 그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그는 망연자실한 채 한동안 문화예술회관을 떠나지 못했다.

전임계약직은 2년·2년·1년 혹은 2년·3년으로 근무실적에 따라 최장 5년까지 일할 수 있지만, ㄱ 씨의 예처럼 확실한 보장은 없다. 전임계약직은 전문직으로 업무에 전문성을 가지지만 계약시기가 다가오면 행정직의 눈치를 봐야 한다.

◇전문직이지만 고용불안에 시달려 = 전임계약직은 일정한 자격이나 학위를 가진 사람이다. 전문 지식이 필요한 곳에서 주로 일을 한다.

지난 2011년 제8회 경상남도 지방계약직공무원채용시험 공고 중 도립미술관 학예연구 분야 자격기준을 살펴보자.

등급은 다급이다. 근무 기간은 2년으로 연장계약이 없다. 지원 요건은 △직무분야와 관련된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자 △직무분야와 관련된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2년 이상 해당분야의 경력이 있는 자 △학사학위를 취득 후 4년 이상 채용예정 직무분야의 경력이 있는 자 △7년 이상 채용예정 직무분야의 경력이 있는 자 △7급 또는 7급 상당 이상의 공무원으로 2년 이상 채용예정 직무분야의 경력이 있는 자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박물관의 학예연구사도 비슷하다. 학예연구사의 고학력,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고용구조는 예전부터 있었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도내 한 박물관 학예연구사인 ㄴ 씨는 "5년 기간을 마치고 나서 계속 근무를 하더라도, 채용공고를 통해서 다시 신규채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고용형태에 따른 불안정함도 문제지만 지역사 연구 및 자료수집 등 업무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박물관에 큰 손실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정부 공무원 직제 개편 "임기 보장하겠다" = 약 10년 동안 '전임계약직'으로 일해왔던 ㄷ 씨는 최근 '지방학예연구사 일반 임기제'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 7월 공무원 직종개편을 위한 인사관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고, 지난해 12월 시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무원 직제를 개편하면서 계약직 공무원을 '임기제 공무원'으로 변경했고 임기만큼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제 공무원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일반임기제공무원 △전문임기제공무원 △시간제임기제공무원 △한시임기제공무원이다. 임기제 공무원의 근무기간은 매 임용 시 5년의 범위에서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 한다. 다만, 한시임기제공무원의 근무기간은 1년 범위에서 업무를 대행하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 정한다.

◇'임기제' 달라진 게 있나 = 얼핏 보기엔 계약직이 없어진 것 같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종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명칭만 계약직 공무원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바뀌었다. 유형과 임용절차, 처우, 임기(계약기간), 임기연장(계약연장) 등은 계약직 공무원과 매우 유사하다.

도내 한 박물관에서 15년째 일하는 ㄹ 씨는 "전임계약직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이름만 바뀌었지 처우 개선 등을 비교하면 달라진 게 없다. 임기가 지나면 다시 계약하는 것도 변함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전문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 잡아야 = 전문성을 요하는 문화 분야 종사자가 모두 계약직은 아니다. 정규직인 연구직 공무원도 있다.

물론 계약직보다는 연구직 공무원이 좋겠지만 문제점은 있다. 한 박물관 관계자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는 공무원 시험을 쳐야하는데, 실무경험보다는 도서관에서 공부만 열심히 한 사람이 합격할 확률이 높다"면서 "한 번 채용이 되면 정년 때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는 면접이나 제한경쟁을 강화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미술관 관계자는 "지방계약직 공무원은 국가직이나 별정직과 달리 정원내에 있으므로 자치단체장의 의지만 있으면 현행법에서도 언제든 경력경쟁을 거쳐 일반직이나 전문경력관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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