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따라가보니…한전 관계자 원전 안전성 재차 강조

하루 만에 밀양 송전탑 반대 사태 진원지 두 곳을 다녀왔다.

지난 1일 한국전력 경남본부가 마련한 경남지역 언론사 기자 초청 전력산업시찰에 참여해 두 곳을 한꺼번에 보는 기회를 누렸다. 신고리 원전 1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실어나르는 거대한 765㎸ 송전철탑 1호기를 보고, 고리 원전(부산시 기장군)에서 양산, 밀양과 창녕을 거쳐 북경남변전소에 세워진 마지막 161호기 765㎸ 송전탑을 보는 순간 가슴은 요동쳤다.

"밀양 주민들 투쟁이 실패로 돌아가는 날 여기 161호기에는 전기가 흐르리라"는 생각에 미치자 '누구 편이냐, 아니냐'를 떠나 애절함이 북받쳤다.

밀양 주민이 기어이 송전탑 건설을 멈추면 높이 100m 남짓한 거대한 161호기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 애물단지 쇳덩어리가 될 것이고, 북경남변전소 직원과 한전 관계자들은 좌절할 것이다.

반대로 이 161호기에 전기가 흐르는 순간 한전과 정부 관계자는 뿌듯함에 젖겠지만 10년째 반대 투쟁을 해온 밀양 주민들은 지금도 흘릴 만큼 흘린 피눈물을 더 쏟아낼 것이다. 제주 강정마을과 함께 국내 최대·최장 국책사업 반대 투쟁지인 밀양의 오늘은 투쟁 현장보다 이곳 북경남변전소에서 더 짠하게 느껴졌다.

한전 북경남변전소 입구에 세워진 765㎸ 송전탑 161호기. 저 멀리 160호기가 보인다. /이시우 기자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지난 1일 오전 11시께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고리 핵발전소(원전)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가 가동 중이다. 고리 1∼4호기가 313만 7000㎾, 신고리 1∼2호기는 200만㎾의 전력을 생산한다. 고리원자력본부 홍보팀 관계자는 "이 6개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 중 35%를 경부울지역에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신고리 1∼2호기 건설비용만 5조 원이 들었다.

이 관계자는 설명 내내 "후쿠시마 원전은 물(경수) 온도를 300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가압기가 없는 비등 경수로이고, 가압기가 있는 가압 경수로 방식의 한국 원전보다 안전성이 훨씬 떨어진다. 여기에 후쿠시마 사고 이후 자연재해로 최악의 정전이 발생해 냉각을 하지 못해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사태를 막고자 원전 근처에 비상용 발전차량을 항시 대기하는 추가 조치까지 했다"며 한국 원전 안전성을 강조했다.

일반 시민 출입이 허락되는 홍보관과 전시실에서 핵발전 기본 원리와 현황을 듣고 곧 전망대로 향했다.

일반인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원전 내 전망대는 출입사무소가 따로 있었다. 이곳에서 신분증과 카메라를 맡기고 휴대전화 카메라에 촬영금지용 스티커를 붙이고서야 출입이 허락됐다. 전망대에서 본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는 거대한 이슬람 모스크를 연상시켰다.

신고리 1∼2호기 바로 앞에는 밀양과 북경남변전소를 잇는 765㎸ 송전탑이 서 있었다. 2016년 가동 예정인 신고리 원전 3∼4호기도 외형은 이미 완성됐으며, 내부 설비 공사를 진행해 2016년에 가동할 예정이다. 그 위쪽에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설 예정지가 보였다.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 관심이 집중된 고리 1호기(1978년 가동 시작) 내부 부품은 거의 다 교체했다. 사실상 내부는 리모델링했지만 국민이 여전히 불안해하시는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양산~경북 청도군을 지나 산을 향해 난 터널로 버스가 들어가자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변전 시설이 보였다.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밖에서는 볼 수 없는 군사 요새처럼 만들어진 북경남변전소였다.

오후 4시 30분께 이곳에서도 브리핑이 이어졌다. 한전 765㎸ 북경남변전소 관계자는 "이곳은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161개의 765㎸ 송전탑을 통해 받아 345㎸로 감압해 다시 대구·경북, 경남 일부로 전달한다. 2012년 9월 가동 예정이었지만 밀양 민원으로 늦춰지고, 최근에는 이미 완공한 변전설비 3개를 증설하는 공사 중이다. 전체 사업비는 2700억 원으로 밀양 송전탑 공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올 10월 시험가동을 거쳐 12월에 정상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완공한 변전설비 3개에다 이 규모만한 설비 2개를 더 증설할 수 있는 터가 있었다.

곧 신고리 핵발전소 생산 전력의 종착점인 765㎸ 송전탑 161호기 앞에 섰다. 이 거대한 송전탑은 이르면 올 12월 기장, 양산, 밀양 주민들의 8년여 분노와 애환을 갈무리하는 악역을 하게 될 것이다.

오후 5시 30분 이곳을 나서는 순간 1968년 시작해 20여 년간 이어진 일본 나리타(도쿄) 신공항 건설 반대 투쟁 주민들이 떠올랐다. 그곳 산리즈카 주민들은 1991년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 사죄를 받고 2기 공사를 전면 백지화했다.

그들은 정부와 공항공단, 공항반대동맹 3자가 참가해 1991년 약 1년간 진행한 심포지엄을 통해 말했다.

"(이 싸움의 목표는) 때렸다는 사실을 국가가 기억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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