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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의 미래를 찾아] (2) 바르셀로나가 말하는 도시의 미래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4년 07월 03일 목요일

22@(22 아로바) 지구에 있던 타자기 생산업체 올리베트의 빈 공장은 이미 20여 년 전 바르셀로나 도시의 첫 번째 쇼핑몰이 됐다. 또 이 회사의 창고 건물은 개조돼 창업보육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한 75개 신설 기업이 모여 현재 1000여 명이 출퇴근한다. 제조업 공장과 건물이 회사를 만들어내는 공장으로 바뀐 셈이다.

재개발한 22@ 지구의 중심 거리를 보면, 가운데 너른 산책로가 눈에 띈다. 이보다 좁은 도로가 양쪽에 있는데, 노면전차와 자동차가 오가는 풍경이다. 낡고 빈집도 많았던 장소가 이렇게 변했다. 외부에 검은 막을 씌워 여름에는 열기를 차단하고 겨울에는 막을 걷어 햇빛이 많이 들어오게 해 난방비를 줄이는 첨단 냉난방 시스템을 적용한 건물도 눈에 띈다. 새로 건물을 짓더라도 여기에 '혁신'을 입히는 모습이다.

22@ 지구는 11㎢ 면적으로 1800개 회사가 입주해 7만 6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2000년 시작한 '22@ 프로젝트'의 2012년 성과를 살펴보자. 최초 계획한 재개발 면적 200㏊ 중 69%가 완공됐다. 지상 시설의 50%, 건물 신축의 25%를 마쳤다. 기반 시설과 지하 인프라, 지상 면적 배분 등을 모두 완료해 성과가 미미한 편은 아니다.

2000~2012년 1502개 기업이 22@ 지구에 입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1.8%가 창업 기업, 48%가 외부에서 들어온 회사다.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4만 4600개. 주변 호텔과 식당 등 서비스업을 포함하면 모두 9만 개 일자리가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

22@ 지구 모든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60억 유로(8조 3000여억 원). 총 투자금은 28억 유로 정도인데, 바르셀로나 시청의 인프라 구축 비용은 이 중 2억 유로다. 나머지 10배가 넘는 돈이 민간투자 자금이다. 또 시청은 매해 정기적으로 지방세 2억 유로를 확보 중이다.

22@ 지구는 5가지 특화 업종을 두고 있다. 에너지, ICT(정보통신기술), 미디어, 건강·의학(MedTech), 디자인 등 5개 클러스터(산업 집적지)가 있다. 대기업, 기관, 연구센터, 대학, 창업보육센터 등이 모여 하나의 클러스터가 된다.

   
  현재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은 성가족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등 도심(사진 왼쪽)에서 볼거리를 찾는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미래는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22@ 지구(오른쪽 일대)에 있다고 이곳 사람들은 믿고 있다. /박일호 기자  

이런 클러스터 주변에 주거 지역과 박물관 같은 문화시설도 있어 콤팩트 시티(Compact City)가 됐다. 그래서 22@ 지구에는 직장인, 전문 기술자, 학생, 투자자 등 다양한 사람이 거리를 오간다.

이렇다 보니 입주한 기업과 거주하는 주민을 위한 여러 커뮤니티도 꾸려졌다. '22@ 네트워크'는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업체와 기관 등이 모여 만든 일종의 협회다. '22@ 탤런트를 키우라'는 이 지역 어린이들이 이른 시기에 이곳 업종에 뛰어들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 등을 지원하고자 만들어졌다.

다양한 커뮤니티 가운데 '22@ 네트워크'를 만나봤다. 또 한 클러스터를 대표하는 회사의 역할도 들어봤다.

<주민·업체·기관·대학·연구소 '교류22@네트워크'>

안토니 올리바 씨는 '22@(22 아로바) 프로젝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22@ 지구 재생에 자문을 했던 한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22@ 프로젝트가 시작한 2000년 이전부터 관심을 뒀던 배경이다.

일부 민간 기업이 모여 2004년 '22@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모든 분야를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해 올리바 씨가 2006년 합류한다.

그는 22@ 네트워크의 총괄 코디네이터다. 프로젝트가 막 시작한 단계여서 기업들은 성공할지 실패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6개 기업 경영자가 모여 22@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힘과 아이디어를 뭉쳐보자는 거였다.

   
  안토니 올리바 씨  

바르셀로나 시청은 프로젝트 시작과 함께 '22@ 바르셀로나'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계획을 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모니터링까지 맡았다. 22@ 바르셀로나는 프로젝트 초창기 추진력을 불어넣고 2012년 해산했다.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이후 22@ 네트워크의 역할이 커진다.

6개에 불과하던 회원 업체는 현재 대기업과 영향력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110개다. 이곳에서 1만 5000명이 일하고 있다. 예전에는 기업의 불편을 전달하는 역할만 하다가 이제 네트워크의 주체성도 키우고 있단다.

모든 정부기관과 대화하고, 직접 요구사항도 전달한다. 특히 많은 노동자, 기업, 전문가에게 22@ 지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정체성을 부여하려 한다.

네트워크에는 경영위원회 회장과 부회장 등이 있다. 또 혁신, 환경, 인력 재능, 기관 교류, 대기업, 대학, 창업, 국제화, 회원서비스 등 9개 부서로 업무가 나뉜다. 22@ 지구 회사나 기관에서 일하는 이들 가운데 모두 9명이 네트워크 한 부서의 대표로 지정돼 매일 실제 업무를 보고 있다. 이를테면 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열고, 회원 업체가 필요한 특정 기술이나 인력을 연결해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혁신부는 기술과 인력의 수요와 공급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놓았다. 이를 통해 기업과 연구소 등은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확보한다.

업체, 기관, 대학, 연구소 등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22@ 네트워크는 경영자 또는 공장장 협의체와는 다르다. 올리바 씨는 22@ 지구에 입주한 여러 기업, 기관, 대학이 한가족이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22@ 지구를 역동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외부에서 들어온 기업의 적응과 성장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한다."

또 주거지와 기업이 어우러진 이곳 산업단지 특성상 지역주민과 기관, 입주기업은 일상적으로 교류한다. 많은 사람이 일만 하고 벗어나는 산업단지가 아니라 상점을 이용하고, 이런저런 문화행사도 함께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요리 업계에서 인정받은 유명한 식당이 22@ 지구에 들어오는 것은 뉴스가 되고 있다. 22@ 지구의 가능성이 경제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서비스업까지도 포함한다는 뜻이다.

"이곳의 많은 직장인이 예전에 다녔던 산업단지나 공장보다 여기가 훨씬 안락하다고 평가한다. 근무처를 즐기고, 직장 주변 환경과 지역을 즐긴다." 출퇴근하던 사람은 일터 가까이에 이사를 고민하고, 점점 많은 이가 '주민'으로 바뀌고 있다.

올리바 씨는 22@ 지구에 최근 입주한 기업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에 일하던 비즈니스 지구에는 사무실만 모여 있었지, 생활이 없었다. 모든 것은 22@ 지구에서 일어난다. 모든 이슈가 이곳에 집중돼 있다."

현재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은 성가족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등 도심에서 볼거리를 찾는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미래는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22@ 지구에 있다고 올리바 씨는 믿고 있다.

<미디어 클러스터 대표 업체 바르셀로나 미디어사>

임사운드(Immsound)는 2010년 바르셀로나에서 만들어졌던 3D 음향기술 전문 벤처기업이다.

유럽공동체(EC)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아 일명 '360도 사운드'에 관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는데, 영화 주인공이 위층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 관객 역시 이 같은 느낌의 소리를 듣는 기술이다. 공공자금으로 산업계와 대학이 함께 개발에 나섰고, 이런 기술 개발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 기술은 곧 카탈루냐 지역 극장에서 쓰였다. 가정에서 쓰는 다양한 영상 관련 기기가 나와 점점 발길이 줄던 전통 극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좋은 기회였다. 유럽 영화산업에 꼭 필요한 기술이었다. 창업 2~3년 후 임사운드는 음향업계 대기업인 돌비에 팔렸다. 기술은 탁월하지만, 판매 등에서 거인 돌비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 하지만 연구자 등 고급 인력은 떠나지 않고 남았다. 임사운드를 팔고 남은 자본은 22@ 지구의 다른 연구와 활동에 다시 투자됐다.

임사운드는 '바르셀로나 미디어사(Barcelona Media)'에서 태어난 기업이다.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의 바르셀로나 미디어사는 22@ 지구의 미디어 클러스터에서 일종의 모터 역할을 한다.

기업과 대학, 정부 후원을 받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 커뮤니케이션·안전·관광·문화 등 스마트 시티(Smart City)를 위한 솔루션 개발 등을 맡고 있다. 이를테면 22@ 지구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어떤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지, 정확한 면적이나 지수 등을 한눈에 세밀하게 볼 수 있는 영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과 시민에게 제공한다. 영상, 음향, 소셜미디어, 제작 기술에 관한 심리적 평가 등 4가지 분야에서 연구하고 관련 활동을 한다.

직원은 78명. 이 중 절반 정도가 연구원이다. 새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인근 대학 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작업한다. 이곳 프로그램 매니저인 엘레나 토레스 씨는 "임사운드와 같은 창업 기업을 계속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창업된 회사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엘레나 토레스 씨  

이처럼 바르셀로나 미디어사는 핵심 기술과 관련 회사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이 역시 '회사를 만드는 회사'라고 표현할 수 있다.

또 바르셀로나 미디어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산업계와 학계를 이어준다는 것이다. 대학의 연구가 산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살핀다. 이 같은 환경 때문에 야후 리서치(연구센터) 등을 유치하기에도 유리했다.

창립한 지는 10년. 2년 전에는 브라질에 '바르셀로나 미디어 이노베이션 브라질'이라는 지사를 세워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을 이전 중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위해 영상과 음향 관련 기술도 공급했다.

경제발전 계획을 담당하는 바르셀로나 악티바의 도시홍보부 전문가 프란체스크 미론 씨는 "22@ 프로젝트의 결과물 중 하나가 바르셀로나 미디어"라며 "미디어 클러스터에서 바르셀로나미디어사는 모터 역할을 한다. 대학, 산업, 연구자, 관련 인력 등이 모두 협력해 결실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체스크 미론 씨  

미디어 클러스터에는 언론 홍보사, 커뮤니케이션 회사, TV 방송국, 광고사, 영화 제작사 등이 모여 있다. 예를 들면 우디 앨런의 영화를 제작·후원하는 회사인 '미디어프로'도 이곳에 있다. 바르셀로나 미디어사 등이 입주한 미디어 클러스터의 건물 이름은 'imagina(상상)'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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