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부가가치.문화인프라 구축이 관건

‘한류(韓流)’가 하나의 대중문화현상이 아닌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 여름부터였다.
사실 그보다 몇 해 전 2인조 남성 댄스 가수 ‘클론’이 대만에 상륙하면서부터 한류는 예감되기 시작했다. 2000년에 접어들어서는 HOT. NRG.베이비복스 등 다양한 댄스그룹들이 속속 진출해 성공을 거뒀고, <별은 내 가슴에>, <거짓말> 등의 드라마가 중국을 비롯해 대만.홍콩 등 중국어 문화권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2001년 한해 동안도 그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거기에다 영화.게임.음식.헤어스타일은 물론 성형수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한류’가 퍼져가고 있다.
물론 여기까지가 전부라면 ‘한류’는 하나의 단순한 대중문화 현상이지 사회적인 이슈까지는 못됐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한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엄청난 부가가치에 있다. 한류 스타를 모델로 한 광고가 매출액을 몇 배로 증가시키는 효과를 내는가 하면, 직접 스타를 보겠다고 한국을 찾는 중국계 청소년들 덕분에 관광업계가 분주해지고 있으며, 덕분에 한국 브랜드를 가진 상품들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한류에 대한 정부지원 논의는 긍정과 부정으로 크게 나뉘고 있고, 긍정 안에서도 적극지원과 간접지원으로 갈린다.
정부지원에 대한 부정의 논리는 간단하다. 요컨대 “지원하지 않는 것이 곧 돕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류의 성공은 사실 순수한 민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서구와 일본 세력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운 모든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거의 전무했다. 어떤 연구자의 주장처럼 정부의 지원이 없었기에 독자적인 시장경쟁력을 체득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복합적으로 바뀌고 있는 환경 속에서 사안을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본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류의 최대시장인 중국이 최근 WTO 체제에 가입함으로써 통상환경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고, 한류의 규모 또한 커지고 있어서 예전처럼 가수 한 사람과 드라마 한 편 등을 거래하는 수준으로는 장기적인 비전을 기약할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개입은 필요한 실정이다. 다만 ‘어떤 수준의 개입’이냐가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여기에는 관점에 따라 차이가 큰 것 같다. 먼저 문화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주로 간접지원방식에 무게를 싣는다. 한류란 “천박한 B급 문화자본의 파생물”(이동연 문화평론가)로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오히려 왜곡된 대중문화시장을 개선하고, 기본적인 문화복지를 증대시킴으로써 국가적인 문화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산업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주로 적극지원방식에 무게를 싣는다. 그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하나의 스타 상품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어마어마한 영향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류의 성공이 역으로 대중문화시장의 개선과 문화복지의 증진을 견인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 한 가지 예로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건전해지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영화시장을 들 수 있다.
정부는 현재 적극지원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와 같은 적극지원모델은 세계적으로 드물어 평가 자체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국가적인 문화발전을 위해 두 방식 중 어느 쪽이 적절할 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판정 내리기에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문화인프라, 특히 일반예술과 인문학분야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합의하고 있다.
http://culture.music.or.kr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