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4대 강 사업이 수질을 악화시킨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밝히지 않은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환경단체들이 입수한 '보 설치 구간 수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과 4대강수계관리위원회가 2013년에 4대 강 수질과 생태계를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보 공사 때문에 4대 강 수질이 악화하고 생태계 교란이 심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에 나온 대로라면, 수질 악화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독성 남조류의 급격한 증가이다. 낙동강 8개 보 상·하류에서 76차례 진행된 조사에서 유독성 남조류가 우점종으로 분포하거나 우점종 다음을 차지한 것은 2010년과 2011년에는 각 3회였다. 그러나 2012년과 2013년에는 각 21회, 27회까지 7~9배가량 급증했다. 특히 대표적인 독성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의 경우 지난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낙동강 상류인 상주보에서 하류인 창녕함안보까지 우점종을 차지할 정도로 범위도 커졌다. 그러나 2010년에는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우점종으로 나온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류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낙동강 전역에서 흰수마자, 백조어 등 법정 보호종이 매우 감소했으며, 합천창녕보와 창녕함안보 등 5개 유역에서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 유입종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의 보고서는 몰랐던 사실을 밝힌 것이 아니며, 그동안 환경단체와 전문가, 야당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주장을 정부 스스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유독성 남조류의 경우, 2년 전 창녕함안보와 합천창녕보에서 창궐한 녹조가 남조류 대량 번식의 원인임은 장하나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밝힌 것이기도 하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박근혜 정부조차 4대 강의 보 설치를 수질 악화와 생태계 교란의 원인으로 인정한 이상,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해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보고서 내용을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으니 한심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불통과 독선을 이어받아 국민을 기만하는 정권으로 낙인찍히고 싶은지 궁금하다. 정부가 영남 지역 주민의 식수인 낙동강을 포함하여 4대 강이 망가지는 것을 적당히 덮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장 국민에게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보 철폐를 통한 4대 강 살리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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