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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낡은 섬유공단, 겉도 속도 스마트해졌다

[산업단지의 미래를 찾아] (1) 바로셀로나의 혁신이란?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4년 07월 01일 화요일

올해 마흔이 된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공장만 빼곡한 지금의 헌옷을 벗고 '혁신', '구조 고도화'라는 새 옷을 입으려는 겁니다. 그런데 준비할 게 많습니다. 정확한 치수를 재야 하고, 어떤 디자인을 그려넣을지도 결정해야 하니까요. 도심을 낀 산업단지의 환경이 바뀌는 일처럼 보이지만, 내부 기업의 마인드가 변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산업단지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이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더욱이 경남은 전국에서 산업단지 수가 가장 많은 광역지자체이고, '산단 조성 = 일자리 창출'이라는 고정된 인식으로 각종 산단을 만드는 지자체의 정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지만, 오래된 창원산단의 앞날을 제대로 그려가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산업단지가 탈바꿈한 사례는 국내외에 수없이 많았습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오사카, 경기 파주, 경북 구미 등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만난 여러 전문가 이야기를 토대로 산업단지의 미래 모습, 창원이 배워야 할 점을 정리해봅니다. 매주 화·목요일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지면에 옮깁니다.

스페인 IT 관련 업체인 인드라(Indra)는 바르셀로나 22@(22아로바) 지구에 있다. 인드라는 이곳에서 독일 상공에 대한 관리·통제를 담당하고,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여러 도시의 지하철 승차권 자동판매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도 개발해 전 세계에 팔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인드라는 바르셀로나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던 지점을 통합해 22@ 지구로 옮긴다. 당시 첫날 출근한 직원은 300명.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3000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인드라가 입주한 건물이 과거 고작 30명이 대규모 방직기계를 돌리던 공장이었다는 점이다. 이렇듯 일자리 수의 변화만 봐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가 오래된 포블레노우(Poblenou) 공업지역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도 2000년부터였다. 이곳 포블레노우 지역 일대에서 이뤄지는 도시 산업단지의 재생 작업이 바로 '22@ 프로젝트'다.

   

◇인프라 다듬기부터 = 지중해 해안가에 있는 포블레노우 지역은 1860~1960년 섬유산업으로 전성기를 누리며 '카탈루냐의 맨체스터'라고 불렸다. 100년 방직산업을 중심으로 도시는 커졌지만, 뚜렷한 계획 없이 일이 추진되면서 여러 문제점을 낳았다. 물류·유통 제도는 뒤죽박죽해졌고, 오염도 심각해졌고, 막무가내로 노동자가 몰려 공장 인근에서 거주하면서 질서가 없는 상황이었다. 또 공장 규모는 컸지만, 노동자 수는 적었다. 이후 섬유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오염 등으로 포블레노우에서 살기 나빠지면서 외곽으로 이전하는 공장이 많아진다. 이 지역의 경제활동도 차츰 움츠러들었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지구촌 문화 축제인 '포럼 바르셀로나 2004' 등 국제 행사를 준비하면서 80~90년대 도심 한편을 가로지르는 베소스강 정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때 인근에 있던 포블레노우 일대를 탈바꿈하려는 '22@ 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구상도 본격화한다.

기존에 산업활동 터 용도를 뜻하는 코드가 '22a'였는데, 프로젝트 시작과 함께 코드가 22@로 바뀌었다. '22@ 지구'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이를 통해 예를 들면 제한 건축 층수를 올려 이 일대의 총 건축 면적은 커졌다.

22@ 지구에 대한 정리정돈 작업은 네모반듯한 100개 블록(1개 블록이 1만 ㎡)의 재정비와 리모델링이었다.

전체 바닥 면적은 198만 26㎡, 총 건축 면적은 400만 ㎡. 10여 년 동안 총 투자금이 2억 유로(약 3000억 원). 이 프로젝트로 땅 주인들은 재개발할 터의 70%를 가져가고, 나머지 30%는 바르셀로나시청에 기증했다. 시청은 이를 10%씩 나눠 대학·교육시설, 공공주택·사회복지 임대주택, 녹지로 바꿔나가고 있다.

아울러 노면전차(트램), 전기차, 자전거 등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을 도입해왔다. 또한 태양열로 데운 바닷물을 활용해 한꺼번에 많은 빌딩을 제어할 수 있는 냉난방 시스템 설치, 건물 폐기물 처리 일원화 등도 진행됐다. 와이파이를 곳곳에 설치하고, 광케이블과 전력 공급선 등을 깔고, 먼 미래를 내다보고 땅 아래 넓은 통로도 만들었다고 한다. 다시 땅을 파지 않아도 추가로 작업할 수 있게 됐다.

   
  지중해 해안가에 자리를 잡은 바르셀로나 포블레노우 지역. 산업단지와 도시 재생 작업인 '22@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바르셀로나 악티바(Barcelona Activa·경제발전 계획을 담당하는 바르셀로나시청 소속 회사)  

◇"바르셀로나를 사용하세요" = 22@ 지구 재개발 연구에서 중점을 둔 내용이 있다. 산업활동은 보존하되 '지식기반형 경제지구'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부터 지식기반 경제지구(도심)가 들어설 것을 인지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이들은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기발한 '솔루션'(사용자 요구에 따라 문제를 처리해주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래서 22@ 지구를 포함한 바르셀로나는 새로운 기술을 써보는 '실험실'(Barcelona Urban Lab)이 됐다. 22@ 지구가 '스마트시티(Smart City)'를 지향하는 이유다. 어떤 재능과 기술을 연구개발해 이 지구에서 적용해볼 수 있도록 한다.

새로 적용된 기술의 예를 보면, 태양 연료로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는 조명, 전기차 수송, 도시 소음 측정기 등이 있다. 또 분리수거함이 가득 차면, 이를 모니터링해 거둬들이는 시스템도 갖췄다. 이렇게 되면 수거함이 반도 안 찼음에도 정기적으로 돌아가면서 거둬들이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주차장에도 바닥에 센서가 붙어 있어 차량 주인의 휴대전화로 위치를 전송한다.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않고 자신의 차를 찾을 수가 있다.

모두 효율적이고 신속한 도시 생활을 위한 일이다. 이처럼 다양한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이 바르셀로나에 있고, 22@ 지구를 포함한 도시는 그야말로 실험실이 되고 있다.

주셉 피케(바르셀로나시청 경제성장부 CEO) 씨는 "이런 도시 환경이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것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이라고 했다.

"도시는 모든 기술을 시험해볼 플랫폼이 돼야 하고, 정부와 기관은 하나의 조직처럼 서로 연락하고 기업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을 사서 적용할 수 있고, 전기차와 같이 연구개발이나 기업의 경쟁을 계속 독려하면서 생산을 도모할 수도 있다. 경제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 메커니즘으로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작업한 결과물은 다시 세계 시장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바르셀로나 도시는 지역 업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업체에 이렇게 홍보한다. "바르셀로나를 사용하세요."

   
  바르셀로나시청 경제성장부 CEO 주셉 피케 씨./박일호 기자  

◇체계적이고 조화로운 비전 = 바르셀로나 22@ 지구의 변화를 위해 '3단계 행동'이 계획된다. 1단계는 앞서 언급한 도시 인프라 정비로 실제로 이뤄지는 공사를 뜻한다. 2단계는 경제활동의 변화, 3단계는 사회적 변화다.

새 건물을 짓고, 공원을 만드는 등 이렇게 한 산업단지의 겉모습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는 얘기다. 산업단지 인프라 정비로 경제활동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면, 산단 내부의 활동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또 해당 산업단지를 둘러싼 사회도 함께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의 변화는 세계적인 업체 유치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특별한 재능이나 기술을 보유한 업체의 창업도 중요시한다고 했다. 주셉 피케 씨는 "기존 지역에 있는 재능이나 능력을 양성하고 교육하고 또 생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외부의 재능과 기술을 가져오고 유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변화가 중요한 까닭에 대해 그는 "지식에 기반을 둔 경제 지구는 그 사회 또한 지식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며 "이 지구에 참여하는 고급인력이 일하면서 거주하고 생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2@ 프로젝트는 '콤팩트 시티(Compact City)' 개념도 도입한다. 일터와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대학과 연구소, 주거시설 등이 함께 섞여 있는 모습이다. 22@ 지구 안에서 일하고, 잠자고, 쇼핑하고, 산책하고, 문화생활도 즐기는 등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프로젝트는 3가지 성장 축도 두고 있다. '스마트 성장', '친환경 성장', '껴안는 성장'이다. 마지막 '껴안는 성장'은 22@ 지구의 기존 주민, 산업, 기술, 업체와 새롭게 유치할 기업과 재능, 주민까지 모두 포괄한다는 것이다. 주셉 피케 씨는 "공공기관, 대학, 산업 등이 어우러져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일할 때 도시나 산업의 변화가 가능하고, 시민의 필요 또한 충족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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