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72) 하태원 지리산송이울금 대표

산청에 둥지를 튼 지리산송이울금 하태원(49) 대표의 지난날을 이야기하면서 '친구'를 빼놓을 수 없다. 어려서부터 사람을 좋아하고 친구 사귀기를 좋아했던 하 대표가 이제는 인생을 걸게 된 울금과 인연을 맺은 것도, 산청에 터를 잡은 것도, 판로 걱정 없이 울금 생산과 제품 개발에 매달릴 수 있는 것도 모두 '친구' 등 지인들 덕분이다.

◇친구가 권한 울금 재배

하동이 고향인 하 대표는 초등학교부터 축구선수를 하며 부모를 떠나 진주에서 객지 생활을 했다.

하지만 발목 부상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운동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던 소년을 붙잡아 준 것은 바로 친구들이었다.

군 제대 후 구미와 서울 등을 떠돌며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어렵고 힘든 시절이었다.

하 대표에게 힘이 된 것이 '사람'이라면 절망으로 빠뜨린 것도 바로 '사람'이었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하 대표는 '사람'에게 실망하고 건강을 잃는 등 악재가 겹쳤다.

상품으로 이용되는 울금 덩이뿌리.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극단적인 생각도 했습니다. 2011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지리산으로 왔습니다. 먼저 지리산에 와 있던 친구를 찾아와 그곳에서 생활했습니다. 예전부터 산을 좋아했습니다. 산은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도 내치지 않고 받아주는 점이 좋았습니다. 사람은 잘 돼 있을 때는 반갑게 대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꺼리잖아요. 저 자신도 다 잃고 나니 사람이 무섭고 꺼려졌습니다. 대원사 등 사찰에서 절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서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지리산에서 생활하던 하 대표는 그곳에서 알게 된 사람의 송이 채취를 돕는 일을 했다. 아예 텐트를 치고 산에서 살면서 일을 했다.

1년 정도 송이 채취 일을 익힌 하 대표는 주인에게 자신이 일을 도맡아 하고 싶다며 산을 임대해 줄 것을 부탁했다. 정착하고 싶었다. 그의 성실성과 인간성을 눈여겨보고 있던 산주는 산을 빌려줬다.

다시 1년 정도 지날 무렵의 일이다. 하 대표는 자신을 찾아온 한 친구와 송이버섯 라면을 끓여놓고 술잔을 기울이며 장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전에서 울금을 재배하던 이 친구는 하 대표에게도 울금 재배를 권했다.

울금은 우리에게 카레 재료로 잘 알려져 있는 식물. 생강과에 속하는 식물로 덩이뿌리를 그대로 또는 쪄서 말려 사용하며, 한약재, 향신료, 식용 등으로 사용한다.

"울금이 정말 좋은 식물이라며 자료도 많이 챙겨줬습니다. 세계적인 장수 지역으로 꼽히는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주민들이 울금을 수시로 먹는다고 하더군요. 여러 가지 자료를 보니 울금의 성분이 대단했습니다. 10년 내에는 우리 식탁에도 많이 오를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울금 재배를 마음먹고 2012년 11월 지리산송이울금영농조합법인을 등록하게 된다. 송이버섯은 결국 포기했다. 혼자서 울금 재배를 하면서 99만㎡(30만 평)에 이르는 면적에서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것은 힘에 부쳤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울금 분말·환 등 제품을 생산하는 하태원 지리산송이울금 대표. /이원정 기자

◇시행착오 끝에 특허 출원까지

친구의 도움이 있었지만, 현장은 또 달랐다. 실패도 많이 했다. 논이나 밭을 무조건 임차해 재배하다 보니 물 빠짐이 좋지 않아 농사가 잘 되지 않기도 했다.

시행착오 끝에 '게르마늄 함유 울금의 재배 방법'과 '게르마늄 함유 울금의 발효대사체 제조 방법'을 특허 출원했다. '게르마늄 함유 울금의 발효대사체 제조 방법'은 쓰고 매운맛 때문에 쉽게 먹기 힘든 울금을 비교적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발효하는 방법이다.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울금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우수농산물(GAP) 인증도 받았다.

하 대표의 울금 밭은 산청과 하동에 각각 있다. 하동에 1만 3000㎡(4000평), 산청에 2만 ㎡(6000평)로 모두 3만 3000㎡(1만 평)가량 된다.

농사일에 서툰 그에게 이웃 주민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

"처음에 하동에서 엉망으로 심고 관리하는 것을 보고 주민들이 지나가다 조언을 많이 해 주셨어요. 그래서 산청에는 제대로 심었죠. 부모님도 도움을 많이 주십니다. 하동 밭 인근에 살고 계신 아버지가 매일 밭에 나와 풀을 뽑고 돌보고 계십니다."

종자용 울금은 서리가 오기 전인 9월경, 약용으로 쓰는 울금은 초겨울에 캔다. 이를 하우스에서 겨울 동안 보관했다가 3월쯤 분리 작업을 거쳐 종자용 울금을 땅에 묻는다. 45일쯤 지나면 싹을 틔우는 데, 이것을 밭에 옮겨 심는다.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으면 7월쯤부터 엽면 시비를 하고, 생육에 도움이 되는 효소를 뿌리기도 한다. 울금은 보통 1.5~2m가량 자란다.

◇힘이 되어준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울금 재배였다. 하지만 물건이 나오기도 전에 주문이 들어왔다. 지인들이 하 대표를 믿고 제품을 주문했다.

울금 재배를 결심한 후 하 대표는 대전 친구가 재배한 울금을 가져와 가족과 주위 지인들에게 나눠 주며 반응을 살폈다. 이것이 홍보 효과가 있었다. 지난해 주위에 그냥 나눠 준 것이 올해 주문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울금을 수확하고 주문이 들어와 세척, 건조 등 가공을 해야 했지만 시설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이때 하 대표에게 힘이 된 것이 바로 '사람들'이었다. 산청에 와서 생활하며 사귄 친구, 동네 형님 등 지인들이 자신의 일처럼 하 대표를 도왔다.

산청군 단성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동의초석잠' 정상용 대표는 공장을 지을 때까지 자신의 사무실 한쪽을 사용하라고 내줬다. 울금 세척도 동의초석잠의 기계를 사용한다.

"산청에는 곶감 가공을 하는 가정이 많이 집집마다 건조기가 있습니다. 울금 건조를 하지 못해 고민하자 아는 형님들이 집에 놀고 있는 건조기가 있으니깐 사용하라고 하더군요. 6~7곳의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분말이나 환 제품으로 가공하는 것은 하동에서 OEM 방식으로 하고 있다. 가공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하 대표는 생협 등에 찾아가서 상담했다. 하지만 견적을 내본 결과 비용이 많이 비쌌다. 우연히 이 이야기를 들은 슬로푸드 하동유통사업단 이강삼 대표가 저렴한 가격으로 가공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경상남도 농업기술원 등에서 기술 교육 등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지역 강소농들과 친분을 맺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업기술원과도 이어졌다.

"사람을 사귀는 비결요? 별 것 없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 줍니다. 활발한 성격은 아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진심으로 대합니다. 모든 것을 털어 놓고 나면 상대방이 제게 다가와 가까운 관계가 되더군요."

◇우리나라 식탁을 넘어 중국으로

현재 하 대표는 산청군 삼장면에 8월 준공 예정으로 공장을 짓고 있다. 건조 시설과 세척, 가공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현재로서는 판로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지인들의 주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알음알음 연락해 오는 주문도 제법 된다.

그래서 내년쯤에는 현재 3만 3000㎡(1만 평)인 재배 면적을 9만 9000㎡(3만 평)가량으로 늘릴 계획도 하고 있다.

현재 지리산송이울금에서는 생울금과 건조울금, 분말, 환 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리산 땅심 배인 울금환·울금 분말'이라는 상품명으로 올해 처음 제품이 나왔다.

하 대표는 여기에다 울금 액상과 음료 등도 생각 중이다.

하 대표는 울금 제품을 중국 등지로 수출하는 것이 꿈이다. 이미 지난 4월 경상남도 상해사무소와 연결해 지역 농민들과 중국 수출 무역 포럼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곳에서 지역 농가들과 '위해 구탁국제무역유한공사'가 수출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큰돈을 벌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저는 복 받은 사람입니다."

<추천이유>

◇김의수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장 = 지리산송이울금 하태원 대표는 3만 3000㎡ 규모에 다양한 기술접목으로 울금 제품을 생산하면서 지역에서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알찬 벤처농업인입니다. 하 대표는 귀농하여 산청군생약협동조합과 경남벤처농업협회에 가입하여 많은 정보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중국위해구탁무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고소득 작목으로 수출을 할 계획입니다. 울금환과 분말 등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면서 농업의 부가가치를 증대하는 지역 일꾼으로 식품소비패턴의 변화와 식품산업의 새로운 시장진출을 꾀하며 농업의 6차산업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진정한 리더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