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류용주·김미영 부부

창원에서 생활하는 류용주(37)·김미영(36) 씨는 공무원 부부다. 둘은 상반된 성격이다. 매사 남자는 적극적이고 저돌적이지만 여자는 차근차근 접근하려 한다. 연애 과정에서도 이러한 성격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남자의 저돌성이 조심스러워했던 여자의 마음을 활짝 열게 했다. 결혼한 지 1년 6개월 된 둘은 짧지만 길었던 연애담을 풀어 놓았다.

(남자) "2011년 여름이었네. 지인 소개로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 난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 이전 한 달 동안 전화통화로만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도 나눴으니까. 대화가 잘 되고, 또 결혼하면 알뜰할 것 같은 미영이가 처음부터 좋았어."

(여자) "오빠는 말주변이 좋아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30~40분 동안 통화하는 건 기본이었지. 막상 첫 만남에서는 커피숍에서 30분 정도 만나고 헤어졌나? 오빠는 경기도에서, 나는 창원에서 일해야 했기에, 난 그때 이후로 더 이상 만남이 이어지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 그런데 얼마 후 다시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오빠가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나자'고 했잖아. 너무 당황스러웠어. 몇 번이나 만났다고…."

(남자) "그때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 했을 때 마음이 쓰리더라고. 나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었지. 하지만 다시 1년이 지난 후 미영이 네가 일하는 구청에 내가 발령받게 됐잖아. 우리를 엮어주기 위한 하늘의 뜻 아니었겠어?"

   

(여자) "오빠가 처음에는 나를 선뜻 못 알아봤잖아. 라식수술로 안경을 벗어서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같은 공간에 있게 돼 불편했어. 화장실 갈 때도 오빠 부서 앞을 지나가야 했거든. 어느 날 모바일 메신저에 오빠 이름이 뜨더라. 오빠가 내 전화번호를 다시 휴대전화에 저장했다고 생각했지. 아니나 다를까 연락이 와서 또 저녁을 함께 먹게 되었고…. 그런데 그때 만났을 때는 좀 놀랐어. 캐주얼한 복장에 시계를 찬 모습이 너무 깔끔하게 느껴졌거든. 그래서 그랬는지 대화도 이전보다 훨씬 유쾌하게 다가왔어."

(남자) "난 다음 날부터 바로 말을 놓고 공연·영화도 함께 보러 가자고 했지. 사실 나의 적극적인 모습이 큰 부담으로 다가갔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어."

(여자) "나는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가는 게 좋은데 오빠는 속도가 너무 빠른 거야. 섭섭하게 듣지는 마. 나는 궁합 같은 걸 좀 믿거든. 엄마가 절에 가서 물어보니 우리 궁합이 너무 좋다는 거야. 그제야 내가 오빠를 좀 더 받아들일 수 있었어. 그런데 불안감은 여전했어. 교제 시작 후 한 달 정도 지나 고민을 털어놓았잖아. 그때 오빠한테 믿음을 확실히 가졌어. 날 이해해 주면서 '그래도 믿고 따라와 주겠니'라고 했을 때 말이야."

프러포즈 때 양초를 오랫동안 켜놓는 바람에 화재경보기가 울려 새벽 동네가 떠들썩했다.

(남자) "미영이는 직장에서 우리 관계가 알려지는 걸 부담스러워 했잖아. 뜻대로 한동안 비밀로 하다 기회가 찾아왔지. 네가 휴대전화 전화부에 저장된 사람들한테 모바일 메신저로 재미있는 동영상을 단체로 보냈잖아. 그때 술도 한잔 먹었겠다, 채팅방에 모여 있는 사람들한테 우리 사이를 말해 버렸지."

(여자) "연애 기간 싸움 한 번 안 한 것이 결혼 때는 오히려 힘들더라. 견해차가 있을 때 오빠는 서론·본론·결론에 따라 이야기하려 하잖아. 하지만 나는 우선 내 섭섭함을 위로받고 그다음에 논리적으로 따지길 원하거든."

(남자) "다투고 나면 주변에 물어보곤 해. 다들 '너같이 하면 어느 여자가 좋아하겠느냐'며 내 잘못이라고 하더라."

(여자) "오빠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노력하는 모습 고맙게 생각해. 나도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오빠의 서운함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게. 평생 친구로서 지금처럼 의지하고 위로하며 살자."

신혼여행은 해외 자유여행으로 다녀왔다. 남자는 계획을 짜서 여러 안을 만들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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