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성산구청 압류 못하면서도 통장 압류 예고서 발송

창원시 성산구에 사는 이모(38) 씨는 지난 20일 아파트 우편함에서 구청으로부터 온 통지서를 꺼내 들고 깜짝 놀랐다. 주정차위반 과태료를 내지 않았다고 구청에서 '예금압류 예고서'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를 더 움츠러들게 한 문구는 '국내 17개 은행에 대한 체납자의 보통예금, 저축예금, 당좌예금, 정기예금, 정기적금이 압류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통장 사용 중지를 염려한 이 씨는 23만 4000원(5건)의 체납 과태료를 지난 23일 창원시청 홈페이지 납부 시스템에 맞춰 급히 카드로 냈다.

현재 창원시 5개 구청 중 지방세뿐만 아니라 주정차위반 과태료 같은 세외수입에 '전자예금 압류 제도'를 시행 중인 곳은 의창구청이 유일하다. 이 씨에게 '예금압류 예고서'를 보낸 성산구 등 나머지 4개 구청은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성산구청은 악성 과태료를 좀 더 빨리 걷고자 시민에게 '뻥'을 친 셈이다.

창원시는 나머지 구청들에도 세외수입까지 '전자예금 압류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시 세정과 관계자는 "세외수입에 전자예금 압류를 하려면 193개에 이르는 창원시·각 구청 부서와 협의·조정 등이 필요해 만만하지 않다. 거기에다 시스템 구축에 적지 않은 예산이 든다. 내년 당초예산에 시스템 구축비를 반영해 내년 중 모든 구청으로 확대시행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처럼 '예금 압류 예고서'를 받은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성산구청 홈페이지

이 씨는 "과태료는 벌금이나 세금과 그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룰'을 지키지 않아 부과된 범칙금이기에 내는 게 맞다. 과태료를 잘 내지 않는 악성 민원인이 많아 시가 하도 답답하니까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게 아니겠나. 크게 나쁘지 않다고 여긴다. 다만 20만 원 이상의 돈을 한꺼번에 내면 솔직히 부담스러우니 카드 등 무이자 할부결제를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모(65) 씨는 "20여만 원의 과태료 미납으로 얼마 전 성산구청으로부터 '예금 압류 예고서'를 받았다. 물론 과태료를 체납한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지만 억울하게 과태료가 나오는 때도 잦다. 자동차나 다른 재산을 압류하면 될 것을 통장에 압류를 걸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서민 생활을 과도하게 옥죄는 행정이자 세금이나 벌금과 비교하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시가 고리대금업자 같다. 공무원이 왜 이렇게 지나친 행정 행위를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신용정보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신호 위반·과속 등 교통과태료 체납액을 효율적으로 징수하고자 올 3월부터 '전자예금 압류 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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