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맛 읽기] 대기업 즉석식품 분해하기

'라이프스타일푸드', '단 3분이면 영양 높은 한끼 식사 완성', '간편가정식'.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에서 '즉석식품' 코너를 따로 마련해 놓고 붙여 놓은 이름이다.

마치 즉석식품을 먹으면 품격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되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음식 만드는 시간을 줄여 여가 시간을 늘리라는 전략이다.

하지만 즉석식품을 달고 사는 순간, 여가 시간을 누릴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여가 시간도 건강해야 누릴 수 있는 법이다.

<경남도민일보>가 각종 즉석식품을 분해(?)해 본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과장 광고라 봐도 무방하다.

즉석식품은 라이프스타일을 파괴한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던 동생이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는다. 기자가 대학교 3학년 때다. 두 살 어린 동생은 대학에 입학한 그해 여름방학 때 시원한 아이스크림 공장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1주일 만에 그만뒀다. "만들어 보니 못먹겠어." 지금도 그 말을 잊을 수 없다.

즉석식품에 관한 폐해를 샅샅이 파헤친 일본인이 있다. <만드는 사람은 절대 먹지 않는 즉석식품>(2010, 국일출판사)의 저자인 아베 쓰카사는 가공식품 회사 개발부서에서 10년간 약 100종의 가공식품을 만들었다. 그가 회사를 그만둔 날은 세 살 되던 딸 아이 생일 다음날이다.

여러 종류의 즉석국이 진열되어 있는 창원 의 한 이마트 즉석식품 코너. /박정연 기자

"집사람이 준비한 식탁에 내가 개발한 미트볼이 올라온 것이다. 그것을 맛있게 먹는 가족을 본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만든 미트볼은 마법이 풀리면 저급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고기였다. 지금으로 치자면 동물 사료 수준이랄까."

즉석식품이 우리 식탁에 오른 지는 꽤 됐다. 산업화 수준이 절정에 달한 1990년대부터다. 냉동돈가스·미트볼 같은 육고기부터 삼각김밥·즉석밥·즉석국 등이 식탁을 점령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가공식품 세분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즉석식품 출고가 기준 생산액은 3년새 1932억 원(2008년)에서 3641억 원(2011년)으로 2배가량 늘었다. 소매시장 규모(2012년) 순위는 △즉석밥 1613억 원 △카레류 379억 원 △죽류 363억 원 △국·탕·찌개류 323억 원 등이다.

즉석식품을 '단 3분이면 영양 높은 한끼 식사 완성'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창원의 한 홈플러스 즉석식품 코너. /박정연 기자

대기업은 자신이 보유한 식품회사, 유통회사, 판매회사 '삼각편대'를 적극 활용해 소비자가 즉석식품을 먹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내 3대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주체는 신세계, 삼성, 롯데다. 이들이 운영하는 마트 즉석식품 코너를 뜯어보자.

삼성 홈플러스는 제휴 식품업체인 아워홈의 제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미역국 등 모든 즉석국이 아워홈 제품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MDS코리아라는 식품회사의 제품만 집중적으로 진열해 놓고 있다. 덮밥류는 모든 마트에서 오뚜기 제품이 매장을 점령하듯 차지하고 있다.

오뚜기 오삼불고기를 건더기와 소스로 분해한 모습. /박정연 기자

즉석식품에 영양이란 없다

오삼불고기와 미역국을 직접 만들어 즉석식품과 비교해 봤다. 우선 재료 상태가 하늘과 땅 차이다. 가격 면에서도 즉석식품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

오뚜기 오삼불고기 1인분의 가격은 즉석밥(1010원)을 제외하면 3350원(160g). 뜯어보니 건더기 없는 액상 소스 수준에 가깝다. 겉봉투에 그려져 있는 오징어와 삼겹살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릇에 직접 부어 건더기를 건져내 봤다. 새끼손톱만한 오징어가 3개, 엄지손톱만한 돼지고기가 13개 나왔다. 돼지고기는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끊어졌다. 손으로 만져보고 씹어 먹어 보니, 정말 사람이 먹어도 되는 오징어와 돼지고기인지 의문이 들었다.

직접 만든 오삼불고기. /박정연 기자

직접 만든 오삼불고기는 씹는 재미를 주는 건 당연하다. 재료 자체가 신선하기 때문이다. 오징어 1마리(100g, 990원), 돼지고기 등심살(100g, 1370원), 양파 반쪽(80원), 당근 반쪽(190원)의 총합은 2630원이다. 양념장은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간장 1작은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정도면 충분하다.

즉석 제품은 일단 '싸다'는 인상을 준다. 3350원에 오삼불고기를 먹을 수 있다니. 하지만 직접 음식을 만들어 비교해보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3350원 가운데 음식 재료 비용이 얼마나 들어갔겠나.

이마트 협력사 MDS코리아의 '정갈한 소고기미역국'(500g)의 1∼2인분 가격은 3800원이다. 역시 분해한 뒤 소고기(호주산)와 삶은 미역을 건져내 손으로 만져보고 씹어 봤다. 미역은 흐물흐물 형체도 없이 문드러진다. 소고기는 포처럼 생기고 질겼다. 실제 집에서 끓인 미역국에 비해 국물은 진했으나 탁했고 무엇보다 거부감이 드는 맛이었다.

MDS코리아 '정갈한 소고기 미역국' 건더기를 분해한 모습. /박정연 기자

직접 미역국을 끓이면 얼마나 들까.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결코 즉석 미역국보다 비싸다고 볼 수 없다. 소고기(100g, 2210원), 마른 미역(12g, 350원)에 참기름, 소금, 다진 마늘만 있으면 된다. 한우 소고기를 쓴다면 100g에 4120원 정도가 든다.

즉석식품에 빼곡히 적힌 혼합제제(폴리글리시톨시럽, 이소말토올리고당, 덱스트린) 등 화학첨가물이 없다는 점에서도 비교 불가능이다.

직접 만든 소고기 미역국. /박정연 기자

덱스트린은 'GMO(유전자조작) 전분당'으로 불리는데 유해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당류 원료다.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 2008년 덱스트린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의 '최악'의 맛인 데다, 건강에도 좋을 리 없고 그렇다고 결코 싸지도 않은 즉석 식품. 단지 편하다는 것 빼고는 어떤 장점도 찾을 수 없다. 선택은 물론 소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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