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밀양 이제는] (1) 곳곳에서 이어지는 송전탑 반대 연대

밀양 송전탑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10년째다. 밀양에서 벌어진 과거와 현재는 우리 사회 부조리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주민의 생존권을 무시한 일방적 사업 추진, 그 과정에서 국가권력의 폭력과 인권침해는 수없이 되풀이됐다. 더구나 돈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마을공동체가 파괴됐다. 세월호 참사 교훈인 돈이 최고라는 탐욕의 불행은 밀양에서 이미 벌어졌었다.

'밀양'의 문제는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 됐다. 대규모 발전시설 건설과 장거리 초고압 송전 등 지역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잘못된 에너지정책에 대한 성찰과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불안전과 미래세대에 짐을 지우는 핵발전소 의존 정책에서 '탈핵'으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다시 '밀양 송전탑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농성장이 뜯겨 송전탑 세우기 공사는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밀양'은 진행형이다.

지난 11일 폭압적인 농성장 강제철거는 주민들의 저항을 굴복시킨 마침표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 됐다.

밀양 주민들은 "굴하지 않는 인간 정신이 여기에 있다"며 '시즌2'를 준비 중이다. 또한 밀양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고립된 송전탑 반대 주민들 손을 맞잡고 위로하기 위한 '연대'이자 '치유'이다. 강제철거 이후 밀양 4개 마을에서 열린 지난 14일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700여 명이 모이기도 했다.

서울·부산·울산·경남에서 온 시민들과 주민들이 올봄에 밀양 부북면 127번 농성장에 심은 꽃 모종은 지난 11일 강제철거과정에서 짓밟혔다. 꽃밭은 사라졌지만 전국에서 밀양 주민들을 만나러 오는 연대자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농성장을 찾은 연대자들이 움막 주변에 꽃모종을 심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밀양 문제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했다. 시인은 시로, 가수는 노래로, 종교인들은 기도, 예술가들은 공연과 작품, 의료인들은 진료와 약, 변호사는 법률지원, 국회의원은 정치, 주부들은 밥을 들고 밀양을 찾았다. 빈손으로 왔더라도 연대자들은 농성장에서 하루를 묵기도 했다.

밀양 765㎸ 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밀양 송전탑 투쟁은 노동, 환경, 여성, 종교, 풀뿌리 운동 사이에 나 있던 희미한 경계선을 허물었다"고 평가했다. 대책위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는 "연대는 어르신들을 살아있게 할 것이며, 어르신들은 연대자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나눠 주실 것"이라며 더 창조적이고 끈끈한 연대를 기다린다고 했다.

주민들의 부름에 화답하듯이 전국에서 갖가지 방식으로 밀양을 찾고 있다. 대학생 100여 명이 밀양 송전탑 경과지 마을에서 '초록농촌현장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1일부터 낮에는 농사일, 저녁에는 생태문제 토론도 하고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또 '생명파괴현장고발 자전거 종주단'이 4대 강 파괴현장을 따라 26일 밀양에 도착한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 사태를 알리면서 수명연장 가동 중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까지 달려가 고리1호기 폐쇄를 요구할 계획이다.

곳곳에서 모임도 열리고 있다. 지난 18일 부산 카페 '헤세이티'에서 '밀양 행정대집행 이후, 새로운 싸움을 위한 좌담회-잡은 손 절대 놓지 않겠습니다'라는 이름을 걸고 시민들이 모여 연대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0일에는 전북 전주에서 '토닥토닥, 밀양과 나', 23일에는 울산 대안문화공간 '페다고지'가 밀양을 위한 모임을 열었다. 또 '땡땡책협동조합'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저녁마다 모여 송전탑 반대 주민들 이야기를 담은 책 <밀양을 살다> 독서회를 열었다.

전시·상영회도 잇따른다. 7월에는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생활협동조합이 부산반핵영화제를 연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 영화제에서 탈핵·반핵을 주제로 한 작품뿐만 아니라 밀양 사태를 담은 영화가 상영된다. 7월 11일 <밀양전>이 개막작으로 소개되고 여러 밀양 다큐가 시민들을 만난다. 밀양 주민들과 관객 만남의 자리도 마련된다.

앞서 7월 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는 사진가 18명이 생생한 밀양 현장을 담은 '밀양기록 프로젝트-밀양을 살다' 사진 전시회를 연다.

작가와 시민들이 송전탑 경과지 마을을 찾아 그림그리기도 한다. 이들은 마을 컨테이너 농성장에서 7월 4일부터 사흘 동안 색칠을 한다. 마을 주민들은 7개 마을에 컨테이너 농성장을 다시 마련할 계획이다. 이 농성장은 서로 의지하는 사랑방, 투쟁을 이야기하는 교육장, 함께 밥을 먹는 식당이 될 계획이다.

특히 밀양 주민들은 직접 지은 농작물로 연대자를 만난다. 지금까지 해왔던 '한평 프로젝트'를 협동조합으로 확대하는 것인데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농산물을 매개로 만나게 될 '미니팝 협동조합-밀양의 친구들'은 7월 탄생을 앞두고 있다.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밀양 촛불집회를 점차 장터 형식으로 바꿔 나갈 계획이다. 연대자들은 먹을거리와 놀거리를 들고 오고, 주민들은 논밭에서 키운 작물을 들고 나와 서로 먹고 나누고 노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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