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금융당국 압박 재정 악화…사측 "세모그룹과 단절·새출발"

도피 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관계사로 꼽히는 조선업체 ㈜천해지(대표이사 변기훈)가 법원에 법정관리신청을 했다.

재무상태가 건실한 천해지가 법정관리 신청까지 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과 금융당국의 유 전 회장 관계사에 대한 전방위 압박으로 자금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계기로 세모그룹과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출발할 기회로 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성군 동해면에 있는 천해지는 지난주 창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천해지는 전신인 ㈜세모에서 지난 2005년 이름을 바꿨으며, 침몰 사고가 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최대 주주이다. 변기춘 대표이사는 유 전 회장 관계사 대표들과 함께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유 전 회장 관계사인 아해 등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최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천해지 등 다른 관계사도 같은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이는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유 전 회장 관계사에 '돈줄 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채권은행들이 대출금 만기유예를 거절하고 채권회수 절차에 들어가면서 재정여건이 건실한 회사라도 자금압박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지난달 유 전 회장의 관계사인 청해진해운, 천해지, 아해 등이 보유한 은행대출 담보물을 압류했고, 채권은행은 이들 회사에 대출금에 대한 기한이익을 상실처리했다.

천해지 총무부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 배경에 대해 "채권은행이 기한이익 상실처리에 이어 예금으로 대출 상계처리하면서 자금압박도 생기고 협력업체 자금 지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기준 결산보고서를 보면 천해지는 자산 1780억 원, 부채 976억 원, 영업이익 54억 원 등 양호한 재무상태였다. 이번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 천해지는 세모그룹 측과 정리를 할 계획이다.

천해지 관계자는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새로운 법정관리인이 오게 될 것인데 법정관리로 세모그룹과 단절을 하고 새롭게 출발하게 될 것"이라며 "직원들과 30개 협력업체 직원들이 상생하고자 법정관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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