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해안 방재언덕 공사 미궁…공사한다면서 천막장사도 허가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마산장어구이 거리(마산합포구 신포동)에는 야외 천막이 줄지어 들어섰다. 창원 시민들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장어를 구워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터이다.

하지만 장어구이 거리와 접한 마산앞바다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해양신도시 터 조성공사 주변은 오탁방지막과 바지선 등이 뒤엉켜 있어 어지럽기 그지없고, 방재언덕 공사가 시작된 수협 앞 선착장 인근에는 각종 부유물과 붉은빛을 띤 바닷물이 뒤섞여 있다.

마산 앞바다가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건 비단 외형적으로 드러난 이 같은 지저분함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기관과 지자체 간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고 특히 해당 지자체는 뚜렷한 원칙 없이 위법을 눈감는 등 마산 앞바다에서 '행정 부재' 현상이 압축적으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재언덕 공사 안갯속 = 5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방재언덕 공사는 지난해 11월 착공됐다. 하지만 "방재언덕이 해일로 인한 침수를 막지 못하고 오히려 침수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는 현지 상인들과 시민단체의 주장이 거세다. 그런데도 방재언덕 공사를 추진하는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수준의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착공을 했고 2016년 10월까지 공사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사는 순조롭지 않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계속되는 어시장해안상인협회의 반발과 민원에 직면하자 '창원시민들이 반대하면 공사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자청해서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사 진척도 역시 더딘 상황이다. 이와 관련, 마산지방해양항만청 관계자는 "(반발과 민원이 있으니까) 창원시에서 상인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재언덕 반대 대책위 관계자는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이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을 들어줄 생각은 않고 창원시에 떠넘기기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 상인은 "방재언덕이 들어설 매립지에는 배수구가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마산지방해앙항만청과 창원시는 이 문제를 서로의 책임이라며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장어거리에 들어선 야외 천막들. 마산지방해양항만청과 창원시는 이곳에 방재언덕을 만들 계획이면서도 상인들의 반발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구연 기자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공사 때문에 방재언덕을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모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공사한다면서 웬 천막 영업 =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항만청은 방재언덕 공사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창원시 역시 이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방재언덕 공사를 한다면서도 정작 공사 현장이 될 장어구이 거리에는 야외 천막 영업장이 줄지어 들어섰다. 특히 이곳 천막 영업장은 도로점용 허가를 받기 어려운 곳이고 법령 위반 여지도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마산합포구는 최근 장어구이 특화거리에 있는 13곳의 식당이 지난 15일부터 오는 9월 말까지 바닷가와 접한 도로에 천막을 치고 영업을 할 수 있게 허가했다. 이들 13개 가게가 이 기간 지불하는 도로점용비는 모두 합쳐 1000만 원이다.

문제는 지난 7년간 도로점용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곳에서 천막영업이 이루어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했다는 것이다. 이 주변에서 장어구이 장사를 하고는 있지만 천막영업을 하지 못하는 업주들은 형평성 문제를 들며 반발했고 실제 막대한 영업상의 손실을 입고 폐업하는 사례도 있었다.

천막영업 자체에 위법성이 있으니 천막을 치지 못하는 인근 가게들 역시 무단으로 도로를 점유해 사유재산처럼 활용하는 등 행정을 비웃고 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마산합포구청 담당부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특화 명물거리로 지정하기 위해 7년 전 옛 마산시장과 번영회 간에 협약을 맺었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물론 천막영업을 하는 업주들이라 해서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김동수 장어거리 번영회 회장은 "주말이면 대구 등 외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마산의 명물이 됐다"며 "여름에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바다 때문에 찾으시는데 천막영업을 허용하지 않으면 여러 면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작 방재언덕 공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공사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천막 영업에 대해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을 하고 있다.

원칙 없는 행정과 소통에 무성의한 행정이 뒤섞여 흐르면서 마산 앞바다는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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