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대로 낙동강에 또 녹조경보가 발령됐다. 지난달 말 중하류인 창녕함안보 일대와 중류인 도동서원 앞 수면에 예년보다 빠른 악성 녹조가 발생하면서 한여름이 되면 필시 심각한 상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는데, 기어이 경보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진전돼버린 것이다.

창원 등 중부경남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본포취수장은 물대포와 황토 살포로 녹조 엉김을 예방하고 있다.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다. 원천 차단을 해야 마땅하지만 인력과 인공으로 땜질식 처방에 의존하는 환경당국의 사정이 딱하기만 하다. 그래도 상수 공급은 별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약품 처리를 하고 필요 장비를 최대치로 가동해서 원만하게 정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의 수문을 열어 수량을 늘리고 유속을 빠르게 하는 것만이 녹조 예방의 지름길이라는 소리는 이제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어서 더이상 되풀이하고 싶은 흥미도 남아 있지 않다. 며칠 전에는 낙동강은 아니지만 4대강 사업을 한 곳의 수생태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믿을 만한 조사 보고가 나와 공사 전에 경고음이 울려퍼졌던 생태계 교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입증시켜 주었다. 환경이 바뀌어도 그 피해는 비교적 천천히 장기간에 걸쳐 부지불식간으로 전파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4대강 사업의 경우 생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호수처럼 물이 갇힌 강에 늪지 어류가 출현하는 대신 기존의 토종 물고기가 자취를 감추거나 멸종 단계로 이행하는 이 놀라운 환경 변화는 자연의 섭리를 역행하는 것이다.

연례화하고 있는 낙동강 녹조가 아무런 인과적 연고 없이 그저 저 혼자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뜩이나 오염으로 탁해진 물이 보에 갇혀 썩고 거기다 수온까지 높아지면 녹조 생물이 번창, 물속 산소를 죄다 빨아들이고 만다. 죽은 물이 되는 것이다. 낙동강에 보가 층층이 들어선 후 이런 증상이 토착화하고 있음은 기정사실이다. 지난 20일 금요일 자 경남도민일보 열린마당에 백운석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이 도랑이 살아야 강이 산다는 칼럼을 썼다. 공감이 갈뿐더러 녹조가 도랑물과 무관치 않은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의 녹조는 직접 원인이 보와 그로 인한 정체된 물 흐름에 있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문제 해결의 첨병이 돼 나쁠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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