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20) 금강을 따라 떠난 충남 공주여행

감탄을 자아낼 풍경이 펼쳐지면 사각 프레임 안에 가두기 바빴다. 매주 어디론가 떠나지만 마음이 동하기보다는 원고지를 촘촘히 메워 줄 이야기를 찾았다.

쫓기듯 발도장을 찍고 연거푸 셔터를 눌러대다 돌아오는 여정.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은 어느새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여행이 일이 된 지금의 내 모습을 새삼 돌아본 건 금강을 따라 느릿느릿 떠난 충남 공주에서 하루 덕분이다.

벨기에의 극작가 마테를링크가 1908년 발표한 동화극 <파랑새> 이야기를 아는가. 가난한 나무꾼의 아들 형제가 행복을 준다는 파랑새를 찾아 먼 길을 떠났다. 그들은 이곳저곳 많은 곳을 여행하며 파랑새를 찾았다. 그런데 파랑새는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그 형제는 지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다니던 파랑새는 자기 집 새장 안에 있었다는….

행복은 뜻밖에 가까운 곳에 있다.

따사로운 햇살이 온몸을 감싸고,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마주해 눈을 감는다.

적당히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네 의자에 몸을 기대고 폭신폭신한 잔디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를 바라본다.

공주에서 하루는 '쉼'이 주는 여유였다.

공주 여행의 중심은 백제 제25대 무령왕과 왕비의 무덤이 있는 무령왕릉(충남 공주시 금성동 산 5-1)이다.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13호로 지정된 송산리 고분군. 공주의 백제 문화 대표 공간인 송산리 고분군 입구로 들어서면 나지막한 봉우리들이 송산 자락을 따라 이어진다.

이곳에서 1971년 7월5일 무령왕릉이 발견되었다. 수많은 백제 유물이 그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위엄을 자랑하는 능을 따라 느릿느릿 걷다 능에 살짝 기대도 본다. 죽음을 상징하는 능을 중심으로 펼쳐진 초록의 기운은 기이하게도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무령왕릉의 보물들은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로 대변되는 백제의 문화적 특징을 가진 유물과 유적이 전시된 곳이다. 무령왕릉의 입구를 지키고 선 석수를 비롯해 왕과 왕비의 금제관장식 등 유물 12점과 공주·대전·충남지역의 다른 국보와 보물 등 1만 점 이상의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무령왕릉

500년 가까이 백제의 수도였던 한성을 떠나 웅진(공주)으로 옮겨온 백제 왕실은 어디에 왕궁을 지었을까?

백제시대 축성된 공산성. 백제 때는 웅진성으로 불렸다가 고려시대 이후 공산성으로 불리게 된 이곳을 역사학자들은 왕궁이 있던 성곽이라고 말한다. 공산성 역시 무령왕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다.

성곽 위로 오르면 금강이 굽어 보인다. 475년(문주왕 1) 한산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했다가, 538년(성왕 16)에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5대 64년간 도읍지인 공주를 수호하도록 축조한 곳이다.

여정의 마지막은 공주 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 하면 전주를 많이 떠올리는데 시간을 거스르는 듯 공주에도 한옥마을이 존재한다. 무령왕릉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다.

한옥마을

한옥마을에 도착하면 시끄럽고 북적거리는 도심은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청아한 인경 소리만이 가득하다. 소나무와 삼나무 집성재를 사용한 집들이 띄엄띄엄 여백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듯 자리하고 있다.

너른 마당에는 연못과 연꽃, 그네 의자가 쉬어 가라는 듯 손짓한다. 잠시 쉬어가도 좋고 하룻밤 묵어도 좋다. 한옥마을의 골목골목, 모퉁이를 돌면서 예스러운 물건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립공주박물관

◇석장리 박물관 = 구석기 시대의 생활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적지 석장리 박물관(충남 공주시 장기면 석장리 98)은 금강 북안 하안단구에 자리하고 있다. 기록으로 접할 수 없기에 알지 못했던, 그러나 조금씩 남긴 삶의 흔적으로 존재를 알게 된 선사인들의 문화를 알아갈 수 있다.

짚으로 집을 짓고 불을 피우며 살았던 구석기인들. 둥글납작한 자갈돌에 그림을 그리고, 돌을 이용해 각종 무기를 만들어 생존했던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마주하고 선사인들의 흔적을 찾아 이리저리 한참 걸어다녀 본다. 

석장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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