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창원철인클럽 안영현 씨

극한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스포츠, 수영 3.8km·자전거 180.2km·마라톤 42.195km 총 226.195km에 달하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을 때 'iron(아이언) man'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는 스포츠,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이하 철인경기) 시즌이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오는 22일 경북 경주와 전북 익산에서, 내달 13일 제주에서 열리는 등 11월 초까지 대회가 잇따르는 가운데 '아이언맨'을 만났다. 창원철인클럽 안영현(44) 씨다.

"100kg이 넘게 나가는 직장 동료가 있었어요. 어느 날 이 친구가 철인경기에 참가하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야, 너 100kg이 넘는데 완주할 수 있겠냐? 포기해라'고 말했는데 자기는 '한다'이거예요. 그래 완주를 하더라고요."

그때 영현 씨 마음에 철인경기가 들어왔다. '저 친구도 하는데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철인경기라는 게 마음먹는다고 당장 할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다. 장비도 고가이고 대회가 많을 때는 운동에만 집중해야 한다. 집안일 등 다른 일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 또한 부인 허락하에 입문했다. 그때가 2007년이었다.

   
  수영·자전거 경주·마라톤으로 짜인 철인 3종 경기에 매료돼 2007년 입문, 각종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안영현 씨. /안영현  

영현 씨의 경우 수영을 꾸준히 해왔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회사 출근 전 1시간 정도 강습 받으며 감각을 유지했다. 퇴근 후에는 집 앞 공원에서 10km를 달렸다. 주말에는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창녕 천왕재를 오가며 사이클 연습을 했다. 그렇게 6개월 맹훈련한 후 대구서 열린 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수영은 문제없이 마쳤는데 사이클 경기 때 그만 바퀴가 펑크 나버렸어요.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첫 대회부터 완주 못 하는 거 아냐', '가족들도 모두 응원하러 왔는데'같이 온갖 생각이 들고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 영현 씨는 갖은 시도 끝에 펑크 난 부분을 수리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를 완주했는데, 그 사건 이후 징크스인지 내리 3년이나 대구 대회에서 자전거 바퀴가 펑크 나버렸다고.

   

입문한 지 1년 정도가 지났을 때인 2008년 6월이었다. 그의 몸에서 자그마한 폐암 덩어리가 발견됐다. 초기에 발견했기에 수술이 잘 됐다고는 하지만 항암치료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많이 힘들었지요. 그런 제게 '폐암 수술했다고 이렇게 있으면 철인이 아니지 않냐' 하고 아내가 말하는데 '아, 내가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해 11월부터 MTB 자전거를 타고 창원에 있는 임도란 임도는 다 다니며 체력을 보강해나갔어요."

그렇게 훈련 강도를 높여가며 암에 대한 기억을 지워간 그는 이듬해 7월 제주서 열린 대회에서 수영 3.8km·자전거 180.2km·마라톤 42.195km의 아이언맨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어땠는지 묻자 "암을 극복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감동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다"는 답이 돌아온다.

극한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철인경기. 경기 중에 포기하고 싶을 때는 없었을까?

"제주도 대회가 특히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 엄청 힘들어요. 나는 가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죠. 그때 생각하죠. '큰 비용 들여 이곳까지 왔는데, 사람들에게 경기 완주하겠다고 말하고 왔는데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이에요. 몸이 안 따라줘서 포기하고 싶지만 나를 보는 시선이라든지 이런 거 때문에 끝까지 포기 안 하는 겁니다."

   

잠시 쉬고 싶은 욕망을 이겨낸다. 몸이 안 따라주다 보니까 쉬고 싶은데, 자기 자신과 타협하면 완주 자체를 못 하게 돼 그 경기에서 지게 된다. 의식보다 몸을 따라야 한다. 그렇게 자전거 페달을 밟거나 뛰다보면 잡념은 사라진다. 철인경기는 그래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철인경기는 보통 아침 7시에 시작해 밤 12시에 마감한다. (아이언맨코스 기준) 제한시간 17시간 내에 들어오기만 하면 되는데, 영현 씨는 13시간 40분대가 자신의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이 기록 또한 꾸준히 운동해서 단축했다. "내달 열리는 제주 대회에 참가할 겁니다. 지난해 14시간대에 완주했는데, 올해는 13시간에서 13시간 30분 정도로 예상하고 있어요. 마라톤에서 시간을 많이 소요했지만 올해는 연습 많이 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영현 씨의 기록 경신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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