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거세지는 마산 재개발 반대

10년 전에 사람들을 들뜨게 했던 장밋빛 전망이 10년이 지난 후 회색빛으로 변했다. 이익은 고사하고 당장 생존권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시민들은 행정관청에 하소연을 해보지만 "당신들이 동의하고 추진한 일 아니냐"라는 싸늘한 대답만 들을 뿐이다.

정부는 10여 년 전 몰아쳤던 부동산 열풍이 사그라지고 재개발 부작용이 전국 각지에서 분출하자 재개발의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을 수차례 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법은 원주민들을 계속해서 길거리로 몰아내고 있다.

특히 마산지역에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무려 22곳에 이른다. 구 마산시에서 낙후된 도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재개발 추진을 독려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여기에서부터 마산지역 시민들의 불행은 시작됐다.

재건축을 반대하는 마산지역 주민들이 16일 오전 창원시청 앞에서 재건축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얼마나 손해를 보기에 = "어머님 집이 지금 40평이죠. 그러면 32평 아파트에 그냥 들어갈 수 있고요. 나머지 8평 값은 돈으로 드려요. 여기에 인감도장 찍어 주세요." 재개발 조합 측에서 고용한 일명 OS(아웃소싱) 요원들이 동네를 몇 번 휩쓸고 나면 재개발사업은 본격화된다.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계획인가 직전이 되면 '종전자산 감정평가액'이 발표되는데, 이때 많은 수의 주민은 "속았구나"를 외치게 된다. 하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다.

한 예로 회원3구역(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종전자산 감정평가액이 통보됐을 때 "49평(162㎡)에 1억 4000만 원, 62평(205㎡)에 1억 8000만 원" 등의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이를 계산해보면 3.3㎡(평)당 200만∼300만 원 선이다. 아무리 평가액이 높게 책정됐다 하더라도 400만∼500만 원 선이 대부분이다.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700만∼800만 원 선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재개발된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주민은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대부분 평생 모은 돈으로 집 한 채를 마련한 노인들이고,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처지이다 보니 헐값에 집을 '빼앗기고' 전세 구하는 것도 힘들 수 있다는 걱정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에 입주하기를 원하는 주민들도 추가분담금을 계속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재개발 행정 개혁 포럼' 조효섭 대표는 이 같은 구조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시공계약 후에는 물가상승분 등이 반영된다. 그러니 착공 후 3∼5년이 지나면 조합원들은 추가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혹 미분양이 발생하면 이에 따른 손실 역시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한다. 동네에서 쫓겨난 주민들뿐 아니라 아파트 입주 조합원들 역시 힘들어지는데, 대형건설사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라고 설명했다.

◇행정은 수수방관 = "속았다"고 느낀 주민들이 재개발 조합 해산 동의서를 모아보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주민 50%가 반대하면 조합은 해산된다고는 하지만 주민 50%를 규합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조합이 해산되더라도 다시 설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억울함을 창원시청에 호소해보지만 재개발 담당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알아서 추진하는 사업이고 우리는 법에 따라 집행한다'고만 할 뿐이다. 하지만 재개발 반대 주민들은 '행정이 재개발 조합과 대형건설사 편만 든다'는 원성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또한 재개발 출구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서울시의 사례 역시 언급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다. 반월지구(마산합포구)에 설립된 재개발 추진위가 무효라는 판결이었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추진위가 설립될 수 없는데도 구 마산시는 반월지구에서 추진위 설립을 승인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 판례를 적용한다면 마산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재개발 추진위(조합)는 해산되어야 한다. 하지만 창원시는 "판례가 있지만 도정법에는 근거가 없기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마산지역 재개발 반대 주민들이 연대투쟁에 나서게 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같은 창원시의 대응 때문이었다.

마산지역 재개발 반대 주민들은 연대 단체를 결성하고 지난 16일 창원시에 실태조사와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하지만 창원시 재개발 담당 부서 관계자는 17일 "신임시장 업무보고 때문에 바쁘다. (재개발 반대 주민들이 집회에서 요구한 사항에 대해서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재개발 조합에서 처리하는 일을 시에서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창원시 행정에 분노해서 연대 투쟁을 벌인 재개발 반대 주민들은 계속해서 창원시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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