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 한철수 고려철강 회장

한철수(62) 고려철강 회장은 지난 2012년 <피플파워> '성공 이야기'란 코너에 소개된 바 있다. 2012년 1월 마산상공회의소가 창원상의, 진해상의와 통합됨에 따라 그즈음 '마산상공회의소 마지막 회장'이라는 타이틀로 다른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한철수 회장은 '핫(hot)한 인물'이었다.

지난 2월 한 회장은 제8대 경상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으로 추대됐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5호 가입자이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핫'한 인물이다.

◇'사회 환원'을 가능하게 한 고려철강의 성장과 지금

고려철강은 (주)세아베스틸(옛 기아특수강), 포스코특수강(옛 삼미특수강), 한국철강(주)의 대리점으로 자동차·산업기계·공작기계 구조용강, 중장비 부품용, 방위산업용 특수강과 파이프 등 기계 공업 전 분야 원자재를 취급하는 유통업체다. 쉽게 말해 포스코 등으로부터 원자재를 받아서 수요자 요구에 맞춰 1차 가공 후 공급하고 있다.

한 회장은 1981년, 30%가 넘었던 철강 마진율에 가능성을 확신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승승장구하며 연매출 10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0년 고려스틸이란 특수강 유통회사를 별도로 설립해 사업을 확장한 결과다.

하지만 지금은 특수강 유통사업이 예전 같지는 않다. 과당 경쟁 때문이다.

한 회장은 "고려철강은 공업용, 자동차 부품용으로 사용되는 특수강을 유통하는데 우리나라가 자동차 수출 강국이다 보니 특수강 유통업체가 유독 많다. 유통은 초기자본이 적게 드는 점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고려철강도 작년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 올해부터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려철강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특수강을 공급해오다 최근 중소기업으로 다변화하면서 매출은 조금 떨어진 상황이다.

한철수 고려철강 회장은 예전에 1000억 원 매출을 올리고도 겸손하게 '돈 버는 재능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평소 사회적 환원과 나눔 운동을 확산하는 그의 활동을 보면, 그 말은 경쟁업체를 찍어 누르고 돈을 벌고 싶지 않다는 말로 해석된다. /김구연 기자

30% 철강 마진율이 지금은 몇 %나 될까? 3~5%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전에는 어디서 얼마에 원자재가 들어오는지 수요자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수요자가 원가가 얼마인지 1차 유통비가 얼마인지 세세하게 다 알고 있다. 이미 마진율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통업체 간 과당 경쟁을 벌이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공급하는 때도 있다.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품목 취급을 고민하는 시점이다."

동종 업종의 70~80%가 사라진 IMF외환위기에도 묵묵히 버틴 한 회장은 예전 인터뷰에서 1000억 원 매출을 올리고도 겸손하게 '돈 버는 재능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한 적 있다. 지금에 와서 그 말은 경쟁업체를 찍어 누르고 돈을 벌고 싶지 않다는 말로 해석된다. 평소 기업인 사회적 환원, 나눔 운동을 확산하는 활동을 보면 말이다.

◇'기부 아이디어' 넘치는 경상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지금까지 한 회장이 기부한 금액은 총 얼마일까?

금액을 밝히길 꺼리며 지원이 필요한 곳에 회사에서 이익이 나는 대로 돕고, 혜택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개인적으로 기부하기도 한다고만 말한다. 한 회장은 자신도 나눔에 적극적이지만 지역 기업들의 사회환원 분위기 확장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 회장의 '나눔 아이디어'는 기발한 게 많다. 한 회장은 모교인 마산고교에 신입생 입학에 맞춰 매년 500만 원을 기탁하고 있다. 장학금이 아니다. 도서장려금이다.

"4년 전 신입생을 대상으로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해 한 권씩 선물할 것을 주문했다. 책을 읽고 자기 이름과 간단한 감상을 적어 소유하지 말고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면, 10~20년 뒤 그 책을 찾아봤을 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 회장은, 나눔 활동은 교육자인 아버지와 힘든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어머니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사 1교 자매결연을 해서 1년에 500만 원만 지원해주라고 부탁했다. 마산 30여 개 학교와 기업을 맺어줬다. 기업인들은 일정 부분 회사 이익에 대해 사회 환원을 생각하고 있지만 기부를 잘 안하는 이유는 한 군데만 하면 여기저기서 요청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 직원들 눈치도 봐야 한다. 기부와 복지는 별개로 생각하고 어려운 계층이나 예술·문화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고려철강은 직원이 30여 명이다. 2년 전부터 연말에 5만 원을 넣은 봉투를 따로 직원들에게 돌렸다. 직원들은 5만 원을 어디에 어떻게 기부했는지를 보고해야 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을 당황하게 하는 제안이지만 실천함으로써 나눔을 배우고 습관화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기부 문화다. 자기 돈을 더 보태 복지시설에 기부했다는 직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다.

경상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기도 한 한 회장은 막상 모금회 활동을 들여다보니 모금보다 배분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고 했다. 경상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도내에서 130억 원을 모금했다. 지역에 고스란히 쓰이는 돈이다. 여기에 중앙모금회에서 일정 금액이 내려와 총 160억가량을 도내 복지 기관이나 시설에 지원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투명성을 강조한 나머지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회장은 "기업에서 회사 경비로 처리하려면 영수증이 발급돼야 하듯이 절차 때문에 지원 못 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도 많다. 마음은 안 됐지만 모금 불신이 있은 후부터는 더욱 사사로운 게 안 통한다. 간담회에서도 지나친 투명성 때문에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는 의견이 종종 나올 정도다. 임기 동안에는 복지 사각지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창원상공회의소 마산지회장

마산·창원·진해 통합은 상공회의소에서 나온 제안으로, 당시 마산상공회의소 회장 역할도 컸을 터. 여러 평가가 있지만 '마산 침체'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솔직히 큰 사람이 양보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통합하고 나서 그렇지 못한 모습에 많은 실망을 했다. 통합을 한 것이지, 흡수된 게 아니다. 통합 창원시의 뿌리는 역사나 인맥으로 봤을 때 마산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 이미 되지 않는 것,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원점으로 돌릴 수 없다. 해양신도시와 수변공원을 조성해 눈앞에 달라지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

자전거를 즐겨 탄다는 한 회장은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를 추진한다면 미래의 엄청난 자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이제 얼마 안남았다. 오래전 계획이지만 만 65세가 되면 대외적으로 나서는 것은 피하고 지역에서 존경받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존경받는 건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주장만 하지 않고, 뒤에서 소리 나지 않게 뒷받침해주는 사람이다. 마무리해야 할 몇 개 직함을 남기고 활동적인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길을 가는 것이 맞다"고 덧붙인다.

최근 즐거움은 무엇인지 물었다. "야구장에는 못 갔지만 NC야구단을 보면 즐겁다. 마산 사람들이 다시 애정을 쏟을 수 있고 응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끝까지 마산 사람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