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진주시 관리과 조숙래 씨

진주시청에 근무하는 조숙래(57·진주성 관리과·사진) 씨는 명함이 두 개다. 하나는 진주시청 명함이고 또 하나는 진주전통고미술보존협동조합 간사라는 명함이다.

명함에서 말해주듯 조 씨는 공무원이면서 골동품(최근에는 고미술품으로 부르기도 한다) 수집과 판별 등에 일가견이 있다. 조 씨가 20년간 모은 골동품이 4만 점에 이른다. 조 씨는 어려서부터 우리 고유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골동품에 빠지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공무원 초창기 가호동에 발령받았는데 당시 경로당 등에는 풍물이 보존되고 있었다. 풍물을 배우고 싶었지만 길이 없어 고민하다 진주시 국악학교 9기로 입교했다. 95년 진주시와 진양군이 통합되면서 진주시청 공무원 풍물단도 통합됐다. 활발한 성격 덕에 7년간 풍물단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풍물을 함께 배우던 지인이 골동품 가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인사치레로 가게에 들렀다가 본의 아니게 제법 큰돈을 주고 덜컹 도자기를 샀다.

   

막상 물건을 샀지만 진짜인지, 값어치가 얼마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마침 경매를 하는 곳에서 친구를 만나 도움을 청했지만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독학으로 어떤 게 청자고 어떤 게 백자인지 등을 익혀나갔다. 백지 상태에서 물건을 구입하다 보니 사기를 당하기도 하면서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골동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진주에서 열린 '진품명품'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진주 청동기문화박물관이 개관할 때 소장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10년간을 도자기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수집분야를 근대 유물(근대 미술품)로 전환했다.

조 씨는 "개인 박물관을 여는 게 목표인데 도자기 종류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명 사설 박물관은 국보급을 전시하는데 내가 보유한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근대 유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10년간 꾸준하게 사들이면서 소장품의 숫자와 양이 급증했다. 어느덧 소장품이 4만 점이나 되면서 웬만한 물건은 다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이것들을 쌓아둘 창고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

조 씨는 "지인의 창고 등에 보관하면서 도난당하기도 하고 일부는 부패가 진행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하루빨리 전시공간이나 박물관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 씨는 전시공간 확보를 위해 몇 번의 시도를 했지만 성사 직전에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에는 땅을 구입했지만 고민이 많다.

조 씨가 꿈꾸는 전시공간은 일반적인 박물관과는 다르다. 일반 박물관이 그냥 보고 지나치는 곳이라면 조 씨의 박물관은 3대가 함께 놀러 와서 체험하고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어한다.

"박물관에 전시된 국보급 도자기도 시선이 머무는 시간은 3, 4초에 불과하다. 그런 박물관은 싫다. 단순한 전시공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몇 년째 같은 유물을 전시한다면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것이고 결국 문을 닫을 것"이라는 게 조 씨의 주장이다.

조 씨는 "일단 박물관은 재미있어야 한다. 가령 할아버지-아들-손자 손녀 3대가 함께 박물관에 들렀는데 아이가 재미없다고 칭얼대면 20분도 안 돼 나갈 것이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아이도 재미있는 박물관이 돼야 한다. 몇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체험하고 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같은 물건을 수십 개씩 구입하기도 했다. 당시 생활상을 재현하고 그곳에 알맞은 물품을 전시한다면 골동품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씨는 "사학을 전공하는 교수나 교사,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소원이다. 유물은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가 있다.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습득한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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