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엄마들 인터넷 카페에서 아이들 중고물품을 팔았다. 사진 찍어 올리고 '사용감 많다'고 올린 뒤 가격을 정가에서 삼분의 일로 낮춰 팔았다.

관심 있는 엄마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얼마나 사용한 거냐? 사이즈는 어떻게 되냐? 내가 사겠다. 불발되면 연락달라 내가 사겠다.

댓글이 죽 이어졌고 난 첫 번째 연락을 한 사람부터 차근차근 연락을 이어갔다. 그게 거래의 기본이니까. 근데 이것저것 물어만 보고 사겠다고는 안하는 사람. 가격만 계속 깎아달라고 하는 사람. 하겠다고 해놓고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결국 안하는 사람. 내일 가지러 가겠다고 해놓고 다음날 연락 안 되는 사람. 참 별의별 사람을 다 겪었다.

아기 물품 중고로 하나 팔면서 내가 이런 수고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일 때 다행히 바로 가져가겠다는 사람과 연락이 됐고 그날 저녁 신랑과 함께 와서 물건을 보고 바로 가져갔다. 그렇게 거래는 끝이 났다.

요즘 중고거래 사이트가 성황을 이룬다. 중고물품 사이트뿐만 아니라 육아커뮤니티 카페에서도 아이들 용품부터 엄마들 용품들까지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저렴하게 물건을 사고팔고, 필요 없는 물건 주고받고….

인기 있는 아이들 장난감이나 책 같은 경우는 빨리 줄 서지 않으면 중고로 구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하루에 수많은 중고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럴 때 보이는 글들이 있다. 바로 '매너 거래'하자는 글이다.

물건을 사고팔아보면 속상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내가 겪은 건 아주 사소한 것에 속할 정도로 다양한 케이스가 있다. 물건에 이상 없다 해놓고서 손상된 물건을 파는 사람, 한번도 안 쓴 새것이라 해놓고 사용한 적 있는 물건 파는 사람, 분명 중고거래인데 가격을 높게 책정해서 팔려고 하는 사람, 그리고 산다고 해놓고서 연락두절인 사람, 직접 거래가 아닌 택배 거래를 하겠다 해놓고 돈만 입금받고 물건 안 주는 사람 등등 비매너 거래로 인해 가끔 중고거래 사이트 분위기도 흐려진다.

예전에 '아나바다 운동'(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뜻의 물자절약 운동)이 한때 유행을 했듯이 요즘엔 오프라인으로는 프리마켓이, 온라인상에서는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래인 만큼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된다고 본다. 댓글, 문자나 채팅이지만 인사는 기본. 어디서 뭘 보고 연락했는지 밝히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자. 대화를 이어갔다면 대화의 마무리는 지어주고 퇴장하는 것이 예의. 이 사람이 살 건지 말건지, 팔 건지 안 팔 건지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가 잠수를 탄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거래가 성사 안 돼도 좋으니 구매 여부를 확실하게 해주자.

비록 중고 물품이지만 훈훈한 매너 거래로 마음만큼은 새것 구입한 것 이상으로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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