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피싱 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모양입니다. 저도 몇 달 전에 평소 잘 소통하지 않았던 페친으로부터 돈 좀 빌려달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닌데 다짜고짜 친한 친구처럼 반말을 하면서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좀 당황해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그 분의 페북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최근에는 페북에 새로 올라 온 글이 없더군요. 잘 사용하지 않는 페북 계정을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해킹한 것 같더군요. 상대방은 계속 반말을 하는데도, 저는 일부러 말을 놓지 않았습니다.

여유 있으면 입금 좀 해달라는 메시지에 대하여 "빈털터리라서 돈이 없다"고 했더니, 그냥 연락이 끊겨 버렸습니다. 참 웃기더군요.

해킹 당한 사실을 알려주려고 메시지를 보냈던 계정의 주인에게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연락이 안 되어 그냥 넘어갔습니다.

최근에는 제 페친들 중에서도 피싱 사기를 경험한 사람이 자주 보입니다. 제 페친인 배수용 님은 김홍경(가짜겠지요)이라는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싱 사기를 눈치 챈 배수용 님은 저에 비하면 정말 멋지게 한 방 날려버립니다. "급히 보내줄 돈이 있는데 1일 이체 한도에 걸려서…"라는 메시지를 받고 호쾌하게 "그래…보내줄게 계좌번호 적어봐"하고 메시지를 날립니다.

그러자 이 가짜 놈이 "금액은 600만 원 가능해?"하고 묻는데, "그럼 6000만 원 보내줄게, 6억 보내줄까? 60억까진 괜찮아"하고 날려버립니다. 아마 이 놈 더 이상 수작 못 걸고 뺑소니쳤을 겁니다.

엊그제는 아주 친한 선배가 자신의 계정을 해킹당한 모양입니다. 그 선배 이름에 '문재인 의원' 사진을 사용하면서 이지량 님에게 낚시를 던졌더군요.

수법은 똑같습니다. 급하게 이체할 일이 있는데 온라인 뱅킹이 안 되니 대신 좀 이체해달라는 겁니다. 제 선배 계정을 해킹한 이 작자도 400만 원을 보내달라고 시도했더군요. 당근 불발이었지요.

세 가지 사례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아무래도 두 번째 사진에서 보시는 배수용 님의 대응입니다. 화끈하게 60억쯤 보내주겠다고 한 방 먹이는 것이 통쾌합니다.

모 변호사님은 댓글에서 "몇 백을 직접 통화 아닌 문자로 부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끊는 게 좋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싶으면 100% 사기다"라고 썼더군요.

한동안 전화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 많았었는데, 이 자들이 페북에도 진출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페북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나이도 젊고, 고학력이라 집 전화로 사기 칠 때만큼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피해사례는 널리 알려서 혹시라도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윤기(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http://www.ymca.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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