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구역 재개발 반대측 '해산 공동체' 결성 첫 집회·전국연대 추진

창원시청 주변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마산지역에서 버스를 대절해 모인 주민 200여 명은 "재개발하면 내 재산 반토막 난다", "창원시는 업무과실 인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재개발 반대 의지를 다졌다. "재개발 반대" 목소리가 시청 앞에서 연합해 크게 터진 건 이날이 처음이었고, 주민들은 앞으로 투쟁 수위를 더욱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반월, 합성1, 합성2, 회원3구역 주민들은 16일 오전 창원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창원시는 마산지역 재개발 지역 실태조사를 즉각 시행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다.

마산지역에서는 7∼8년여 전 시작된 재개발 사업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각 지역 주민들이 겪는 고충 역시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그동안 사업지구별로 재개발 반대 목소리를 따로따로 낼 수밖에 없었고, 재개발 조합과 시를 상대로 소송을 통한 반대 운동을 힘겹게 진행해왔다.

하지만 열악한 재정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재개발 반대 주민들은 조합과 시를 당해낼 수 없었고 풀릴 길 없는 답답함은 쌓여가고 있었다.

재개발의 병폐에 대한 불만이 마산지역에서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 이들 주민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게 됐다. 그 결과 이날 창원시청 앞에서는 재개발 반대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과 노란 깃발이 넘실거렸다.

특히 합성1동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 추모'를 상징하는 노란 깃발을 들고 나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국가의 구조적 병폐가 세월호 참사를 야기했듯, 부조리한 법과 안일한 행정이 수많은 시민들을 길거리로 내쫓고 있다는 주장이기도 했다.

재건축 반대 마산지역 주민들이 16일 오전 창원시청 앞에서 "시는 마산지역 재개발지역 실태조사를 즉각 시행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며 집회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이날 창원시청 앞에 모인 주민들은 '마산지역 주택재개발 해산 공동체'를 결성했고, 각 지역 재개발 반대 위원장들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마산지역 주택재개발 해산 공동체'는 "재개발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을 계속 시청에 요구했으나 정당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우리들의 심정은 날로 피폐해져 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재개발 조합이 감언이설로 주민을 속이고 협박까지 하면서 재개발 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시는 조합 측을 비호하는 행정처리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근본 터전인 삶의 보금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8년 가까이 재개발 악몽에서 엄청난 고통과 시련을 당했다"는 주민들은 시에 '실태조사'와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했다. 또한 "옛 마산시에서 위법하게 재개발을 진행시킨 공무원을 즉각 처벌하라"는 요구도 내세웠다. 무엇보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으로서 행복 추구와 인간 존엄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이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합성1동 재개발 조합은 이곳 주민들에게 오는 7월 3일까지 이주하라고 요구하는 등 강제 철거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 반대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마산지역 주택재개발 해산 공동체'를 중심으로 단체 행동을 하는 한편 전국적인 연대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이날 창원시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재개발 행정 개혁 포럼' 조효섭 대표와 대구 명덕지구 재개발 반대대책위 김진환 위원장도 참여해 마산지역 재개발 반대 주민들과 연대 의사를 밝혔다.

조효섭 대표는 "대형 건설사들의 이익에 따라 무리하게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이 대부분이다. 현지 주민들이 재정착하고 재산 가치도 늘어나야 재개발의 의미가 있는 것인데 기존에 사는 집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주민들이 많은 사업이 재개발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구' 전체를 몰락하게 만든 게 서울의 뉴타운 사업이었다"며 재개발 사업의 병폐를 꼬집었다. 마산 지역 전체가 지금보다 더 심하게 몰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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