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동구밖 생태·역사교실] (3) 창녕 우포늪·산토끼 노래동산

◎ 동굴 탐사로 시작한 우포늪 탐방

쪽지벌을 지나 버스에서 흙길로 내리자마자 멀리서 새 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뭐예요?" "글쎄, 무슨 소리로 들리지?" "뻐꾹 뻐꾹 뻐꾹새 같아요." "맞다, 잘 아네~." 소쩍새의 '소쩍' 소리와 뻐꾸기의 '뻐꾹' 소리는 아주 닮아서 어지간한 사람한테는 똑같이 들린다. 그래서 잘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우는 때가 낮이냐 밤이냐로 어림짐작하곤 한다. 뻐꾸기는 낮에 활동하니 낮에 소리가 나고 소쩍새는 밤에 움직이니 밤에 울음이 퍼진다.

우포늪을 이루는 습지 네 곳 가운데 가장 작고 아담한 데가 쪽지벌이다. 나머지는 우포늪(소벌)과 목포(나무개벌)와 사지포다. 우포늪으로 가려면 꼭 지나야 하는 사초군락을 향해 함께 걷는다. 흙길을 따라 곧장 가면 목포(나무개벌)가 나오고 가다가 오른편으로 징검다리를 건너면 사초군락이 나온다.

우포늪 동굴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있다.

징검다리 조금 못 미치는 왼편 언덕배기 아래를 손가락질하니 아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뭐예요?" 묻는다. "동굴이야, 들어가 봐도 되지." "우와, 시원하다." 들어가면서 나오면서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처음은 좁지만 안은 널러서 대여섯 사람은 충분히 들어간다. 우포늪이 숨겨놓은 조그만 보물인 셈인데, 안에서는 언제나 시원한 자연바람이 솟아난다. 진해 참살이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한 5월 24일 생태체험은 이렇게 동굴 탐사(?)로 시작했다.

◎ 눈·손뿐만 아니라 입으로도 누리는 우포늪

이렇게 잠깐 노닐다가 징검다리를 건넜다. 두산중공업 주단사업본부 사회봉사단 선생님들이 모둠별로 아이들 손을 잡고 걸었다. 양옆으로는 겨우내 시들었던 사초들이 새로 잎을 내었다. 연둣빛은 이미 초록으로 바뀌고 있었고 키가 큰 갈대와 억새의 풀빛은 지난해 시든 채로 남아 있는 갈색과 공존하고 있었다. 꽃이 보이니까 또 묻는다. "무슨 꽃이에요?" "무얼까? 알아맞혀 볼래?" "나팔꽃!" 한 아이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글쎄, 나팔꽃 같이 생기기는 했다.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더니 다른 아이가 나선다. "개매꽃 아니에요?" 제법이다. 맞힌 셈 치기로 한다. '갯메꽃'은 바닷가에 피는 매꽃을 말한다. 같은 매꽃이니까 영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조금 더 가니 왼편으로 어릴 적 뜯어먹었던 풀이 나온다. 며느리배꼽풀 같은데, 어른아이 모두 한 잎씩 따서 입에 넣고 씹었다. 입에 고이는 시큼한 맛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채다. 아이들은 어떻게 이런 풀도 먹을 수 있는지 신기해한다. 내렸을 때 들은 뻐꾸기 소리가 또 잇달아 났고 꿩이 우는지 짧고 굵은 소리도 지나갔으며 아름답게 높낮이를 갖춘 새소리도 들렸다. "새가 참 많네요." "왜 새가 많을까?" "숲이 많아서요?" "먹을 것이 많아서요?" 둘 다 맞다. 숲이 많으니 둥지 틀고 쉴만한 데도 많고, 새들 먹을거리인 벌레 따위도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들어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둥치 굵은 왕버들이 여러 그루 모여 있고 그 가운데 물이 고여 조그맣게 호수를 이룬 데가 있다. 정식 이름은 아니지만 여기를 '힐링나무'라 이르며 틈날 때마다 즐겨 찾곤 하는 이들이 몇몇 된다. 물가 커다란 나무 아래 앉아서 조용히 바라보기만 해도 금세 마음이 가라앉고 머리가 맑아진다는 곳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데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저 보기 드물게 좋은 놀이터일 따름이다.

◎ 잎과 꽃 따모아 꾸미기도 해보고

오랜만에 콘크리트 숲을 벗어난 아이들은 수풀 구석구석을 누빈다. 아이들 넘어질까봐 걱정하는 이는 어른들뿐이다. 여기저기서 꽃과 잎을 꺾어와서는 무엇인지 묻는다. 언뜻 보면 쑥부쟁이 같은 씀바귀꽃도 있고 매꽃도 있고 달래꽃도 있고 엉겅퀴꽃도 보였다. 그러다 건너편 물 속에서 "우엉 우엉" 소리가 들리자 그 쪽으로 달려간다. "무슨 소리예요?" 황소개구리 울음이라고 말해주니 말했다. "여기 뉴트리아도 많겠네요." 듣고 본 바가 많은 친구였다.

나무를 놀이기구 삼아 오르고 있는 아이들.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거닐며 꺾어온 꽃과 잎과 가지로는 꾸미기를 했다. 참여 인원이 적어서 셋 또는 넷씩 하나씩 해서 네 모둠이 전부다. 준비해온 자리를 깔고 스케치북과 풀과 열두 색깔 사인펜도 모둠마다 나눴다. 처음에는 갈피가 잡히지 않는 듯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다들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웃고 떠들고 왔다갔다 하는 가운데서도 눈빛이나 손놀림이 사뭇 진지해질 때도 있었던 것이다.

우포늪 숲에서 풀잎을 모으는 아이들.

네 모둠의 작품이 이윽고 한 자리에 모였다. 1모둠은 바람이 세게 불어 풀꽃이랑 잎사귀가 마구 날리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2모둠은 푸르게 우거진 수풀 위로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다고 풀었다. 3모둠은 수풀 속에 창틀을 나무로 만든 집을 지었다고 했다. 가장 어린 친구들로 이뤄진 4모둠은 꽃이 피어나는 수풀 속에 들어가 재미있게 놀고 있는 자기 모습이라 얘기했다.

지역아동센터와 두산 사회봉사단 선생님 여섯이 나서서 스티커를 붙였다. 가장 잘했으면 세 개, 두 번째는 두 개, 그 다음은 하나씩이었는데 마치고 보니까 3·4모둠이 12개로 같았고 나머지는 7개와 8개였다. 커다란 웃음과 함께 "우와!" 소리가 났으며 공동 우승한 두 모둠에게는 나중에 조촐하나마 선물이 주어졌다. 우포늪생태관이 있는 세진마을 쪽으로 나오면서 늪가에는 흔하지만 일상에서는 보기 드문 '야생' 산딸기와 오디를 따먹는 즐거움도 누렸다.

식물 꾸미기 대회에서 우승한 모둠이 기뻐하고 있다.

◎ 여러 토끼 볼 수 있는 산토끼노래동산

낙동강 가 밥집에서 점심을 먹고는 산토끼노래동산으로 향했다. 올해 3월 문을 열었는데 여러 가지 토끼들을 직접 보면서 먹이도 줄 수 있는 곳이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 산토끼동요관을 지나 롤러미끄럼틀까지 이어진다. 노래 동산 곳곳에는 그늘마다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구불구불하게 70m가량 이어지는 롤러미끄럼틀은 아이들한테 크게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런 속으로 아이들은 사회봉사단 선생님들과 함께 왁자하게 쏟아져 들어갔다. 먹이체험장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산토끼동요관 전시실과 영상관까지 둘러본 후 얼음과자를 하나씩 배어문 채로 돌아왔다.

산토끼 노래동산에서 토끼 먹이주기 체험 중인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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