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감시단 "모욕·폭력 난무"…주민들 오늘 경찰청·한전 앞 시위

"행정대집행이 아니라 '행정대폭행'이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이남우(72) 부북면위원장은 밀양시와 경찰에 의해 치러진 처참했던 농성장 철거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 위원장은 "마음과 몸이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졌다"며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등 '4대악 척결'을 한다 해놓고 정부가 먼저 폭력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새벽부터 진행된 5곳 농성장 행정대집행은 속전속결이었다. 경찰이 앞장서서 절단기와 칼로 움막을 뜯고, 벌거벗은 할매들이 목에 건 쇠사슬을 잘라내고 끌어냈다. 몸으로 막아선 종교인들도 울타리가 되지 못했다.

철거현장에 있었던 정의당 김제남 국회의원은 "경찰은 주민보호가 아니라 행정대집행을 위해 앞장선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주민들과 법률지원단은 강제철거 과정에서 경찰이 철거를 한 점, 변호사들도 끌어낸 점, 광범위한 채증, 알몸의 할매를 남성들이 끌어낸 점, 많은 주민이 다친 점 등 위법성과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밀양에서 '인권침해감시단' 활동을 하며, 여러 차례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권침해감시단은 지난해 10월 말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경찰이 점령한 밀양, 인권은 사라졌다'고 비판했었다. 인권침해 사례들은 △통행금지, 무리한 사법처리, 채증, 폭력 등 위법하고 과도한 공권력 △의사표현과 집회 자유 침해 △주민들에 대한 비인도적이고 모욕적인 처우 등이다.

사법처리와 관련해 경찰이 지난해 10월 공사재개 이후 송전탑 사태 과정에서 종결했거나 처리 중인 사건은 96명인데 대부분 주민이나 연대자들이다. 지난 11일 강제철거 때도 3명이 입건됐다.

이날 철거 현장에서 감시단이 사복차림의 경찰 채증에 대해 항의하자 경찰은 '법에 나온다'거나 무시로 일관했다. 경찰청은 국가인권위가 최근 광범위한 채증에 대한 개선권고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바 있으나 바뀌지 않았다.

인권침해감시단은 11일 강제철거에 대한 성명에서 "밀양에서 경찰이 강제철거한 것은 '사람'이었다"며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자행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 인권이 삭제될 때 가능하다. 우리는 밀양이 알린 진실을 기억하고 널리 알려낼 것이다"고 밝혔다.

고령의 주민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것은 폭행과 모욕이다. 특히 '절규 속에서 조롱과 모욕'을 당한 주민들에게 자기 모멸감뿐만 아니라 정부와 공권력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침해는 철거현장에서도 목격됐다.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농성장에 경찰이 들이닥쳐 움막지붕을 뜯어내려는 다급한 상황에서 한 50대 주민은 "할매들 옷 다벗고 있다. 쇠사슬 목에 걸고 있다"며 철거에 항의했다.

그러자 한 사복경찰관은 웃으면서 큰 소리로 "누부(누나)야, 그만해라"고 응수했다. 당시 경찰로부터 이 같은 소리를 들었던 주민은 "경찰이 그런 소리를 하니까. 모욕감에 딱 죽고 싶더라"고 했다.

단장면 용회마을 101번 현장에서는 철거를 마친 후 경남경찰청 소속 여경제대 소속 여자경찰들이 모여 앉아 브이(V)자 모양을 하며 단체촬영을 하는 장면이 <프레시안> 기자에게 찍혔다. 당시 다친 주민들이 헬기로 이송될 때였다.

세계 최대 인권운동단체인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도 경찰진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아놀드 팡 동아시아 조사관은 "할머니들이 부상을 입은 험악한 상황을 보면 경찰이 평화롭게 농성을 하는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얼마나 불안감과 충격을 주려고 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경찰이 밀양 농성자들에게 사용한 공권력은 비례적이지 않았으며 국제기준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질긴 싸움'을 벌여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주민들은 경찰청과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에 대해 항의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자 16일 서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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