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비적은 주로 부자에게 빼앗지만

정부는 주로 가난한 자에게서 뺏는다'고 했다.

보상도 필요 없다는 사람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평화롭게 살게만 해 달라고

10여 년째 절규하는 착한 사람들

정치가 무엇인지 그저 땅만 파고 살아온

내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

송전탑을 반대한다는 그 하나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국민이 아니라 적이 되어버린 사람들

이 순박한 사람들

마지막 숨통마저 끊어 놓겠다

법의 절차라는 허울 좋은 미명하에

벌건 대낮에 시퍼런 칼날을 휘두른

정부의 행정대집행

2014년 6월 11일

밀양에는 화악산에는 장동마을에는 평밭마을에는

위양마을에는 고답마을에는 용회마을에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고 적만 있었다

부자는 한 명도 없고 가난한 사람들만 있었다

비적은 없고 정부만 있었다

이제 밀양은

또 하나의 잔인한 역사를 남기게 되었다

2009년 1월 20일 용산이 그랬고

제주 강정이 그랬고

살인적인 정리해고가 자행된 쌍용이 그랬고

한진이 그랬듯이 언제나

그곳에는 부자는 한 명도 없고

가난한 사람들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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