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71) 문창현 진주 풀이야기 대표

생명력 강한 풀에서 농업의 미래를 본 사람이 있다. 어성초영농조합법인의 '풀이야기' 문창현(42) 대표다.

풀이야기에서는 어성초와 삼백초, 개똥쑥 등 약으로 쓰이는 많은 풀이 자란다.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상태로 키우기 위해 진주 내동면 남강변에서 노지 재배하고 있다.

요즘은 뜻을 함께하는 11 농가가 함께 '강소농 e-비즈 자율학습모임체'를 구성해 농업에 관광을 접목한 6차 산업을 통해 강한 농업을 만들고 있다.

◇야생화에서 약초로

문 대표가 농업·농촌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농사를 짓게 될지 몰랐죠.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H를 알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농업기술센터와 교류하고 도농업기술원과 인연을 맺으면서 여러 가지 기술 교육 등을 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관행 농업은 하기 싫었다는 문 대표. 평소 꽃에 관심이 많던 문 대표는 야생화를 키우게 된다. 하우스를 짓고 야생화 분화에 매달린 것. 하지만 판로가 없었다.

"1990년대 초반, 야생화는 그냥 길에서 들에서 공짜로 뜯어 가면 된다는 인식이었습니다. 그걸 돈을 주고 산다는 생각을 안 했죠. 요즘과는 달랐습니다."

판로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야생화와 함께 키우고 있던 난에서 사고가 터졌다.

야생화를 키운 지 3년쯤 지난 1994년 즈음이다. 조직 배양한 난을 적응시키는 '순화' 중이었는데, 퇴비 가스가 하우스 안으로 들어오는 가스 장애를 입어 난이 다 죽어 버렸다.

무언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일반 관행 농업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또 당귀나 참죽나물 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당귀는 잘 팔리지 않았고, 참죽나물은 냉해를 입어 죽어버렸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어성초였다.

"야생화는 들판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풀이죠. 그리고 풀이 약초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야생화와 약초는 연결선상에 있었습니다.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농사를 찾다 어성초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어성초 재배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삼백초, 개똥쑥 등 재배 약초 종류도 늘어나게 됐죠."

어성초 밭을 돌보고 있는 문창현 풀이야기 대표. /이원정 기자

◇다양한 제품으로 가공

처음에는 어성초 생잎을 팔았다. 하지만 좀더 부가가치를 높일 방법을 찾았다. 바로 가공이었다.

"1t 트럭에 생잎을 가득 싣고 약재상에 갔더니 20만 원을 주더군요. 하지만 직접 소포장 해서 판매하니까 가격을 훨씬 좋게 받게 됐습니다. 1kg에 1만 원쯤 받으니까요. 그걸 또 건조하니까 부가가치가 높아지더군요. 올해는 가격이 올라 건조 잎 200g에 1만 5000원입니다. 지금은 어성초와 삼백초 등을 생잎과 건조 잎, 환, 파우치, 차 등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1999년 문 대표는 진주시 4H 연합회장을 맡았다. 이때 국제교류행사로 대만에서 3주 동안 농가와 도매시장, 산지집하장, 가공시설, 학교 등을 견학하며 대만 농산물의 생산·유통·가공 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

"산양을 키우는 농가들이 모여 산양유 유통을 직접 하고 아이스크림도 만들고 있는 모습, 또 고구마 재배농가가 모여 고구마 국수, 고구마 젤리 등을 생산해 농회(농협)에서 판매하는 모습, 생강 생산 농가들이 모여 생강으로 샴푸를 만들어 유통하는 모습에 감명받았습니다."

다음해인 2000년 경남 4H 연합회 회장이 된 문 대표는 진주 4H 연합회원들과 네오팜이라는 농산물 유통 회사를 만들어 서로 생산한 과일세트로 상품을 만들고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 상거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은 실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남벤처농업협회 회원사들과 코엑스, 벡스코 등 전국을 돌며 홍보도 하고 다른 농가는 어떻게 하는지 배우기도 했습니다. 또 해외 판촉전도 참가하며 외국에서는 어떤 농산물을 어떤 포장 방법으로 유통하는지 많은 것을 보고 다녔습니다."

여러 곳을 다니며 배우다 보니 혼자서는 재배·가공·유통이 어렵다고 판단, 2008년 어성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다른 농가와 재배를 같이하고 판매도 같이 하게 됐다.

가공을 하며 점점 재배 품목이 늘어났다. 가공 과정에서 필요한 약초를 구입하기도 하지만, 직접 재배하는 것이 많다. 지금 '풀이야기'에서 주력으로 키우는 것이 어성초, 삼백초, 개똥쑥, 민들레, 자소엽, 오가피, 초석잠 등이고 나머지 약초도 조금씩 키우고 있다.

문 대표는 가공 과정에서 약초 성분을 저온 추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구획판을 구비한 추출 장치 및 이를 이용한 추출방법'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SNS로 소통

문 대표는 '어성초영농조합법인'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하지만 요즘 사용하고 있는 상표는 '풀이야기'이다.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고 쉽게 다가가기 위해 풀이야기로 상표 등록을 했습니다. 또 말레이시아 판촉 행사에서 바이어와 상담 중 어성초영농조합법인이라고 하니까 통역과 설명이 힘들어 새로운 상표명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죠. 진주시 지식센터의 도움으로 상표 등록을 하고 포장 디자인도 다시 개발했습니다."

페이스북 등에서도 '풀이야기'라는 이름을 쓴다.

문 대표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등의 SNS를 많이 활용한다. 강소농 교육을 받다가 SNS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이 SNS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농사지으랴 판매하랴 고객을 만날 틈이 없습니다. SNS를 통해 사람들과 친해지니 실제로는 처음 만나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 같더군요. 또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도 정작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SNS를 통해 약초 키우는 것을 알고는 주문을 하기도 합니다."

문 대표는 앞으로 SNS를 통해 고객과 지속적인 교류를 할 방침이라고 했다.

◇자율학습 모임체로 강한 농업 꿈꿔

문 대표를 포함해 진주의 11 농가가 모여 '강소농 e-비즈 자율학습모임체'라는 것을 만들었다.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모임을 발족했다.

강소농 기본 교육과 심화교육, e비즈니스 교육 등을 받고 함께 자율 학습을 하고 있는 모임이다. 파프리카·방울토마토·꽈리고추·청양고추·양계·단감과 매실·약초·딸기 등의 농가가 모였다. 이들은 함께 봉사활동, 소비자 초청 행사를 개최하며 도·농 교류 활성화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24일에는 각 농가가 2~3가족씩 모두 60여 명을 초청해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요. 팜 스토리'라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회원 농가인 진주 금곡 꽃오름 교육농장에서 우수 농산물 전시·판매와 농장 견학, 매화떡 만들기 체험을 했습니다. 또 회원 농가의 자녀가 활동하고 있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통기타 동아리 '메아리' 초청 공연도 했는데 참가자들의 호응이 대단했습니다. 11월에는 지수면에 있는 양계농가에서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문 대표는 '체류형 6차 산업화 약초 농장'을 계획하고 있다. 풀이야기 농장 체험학습은 주로 유치원생들이 와서 오디 따기 등 시기별 체험을 하며 놀다 간다. 얼마 전에는 과학기술대 시니어반 약초과정 교육생들이 와서 비누와 스킨 만들기 등의 체험을 했다.

"10 농가와 함께 지역 자원을 활용해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운영, 체류형 6차 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6차 산업의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창조 경제 실현을 통한 농업·농촌의 발전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풀이야기 농장의 생산품은 SNS나 전화로 주문할 수 있다. 또 CJ 오마트와 계약을 맺어 공급하고 있으므로, 오마트에서 '어성초'를 검색하면 이곳 제품을 살 수 있다.

문의 010-3556-6577.

<추천이유>

◇강덕미(진주시농업기술센터 농업활력과) = 어성초영농조합법인 문창현 대표는 어성초·삼백초 등 약초를 1만 9336㎡ 면적에서 7.6t 생산하고 있습니다. '풀이야기'라는 상표로 환·진액·차 티백을 가공하여 판매하는 등 식품소비 패턴의 변화와 식품산업의 새로운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현재 강소농 e-비즈니스 자율학습모임체 대표로 도·농교류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6차 산업화 약초농장 조성을 위해 기반을 다지고 있는 진정한 리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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