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건설을 저지해 온 주민 농성장은 모두 철거되었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밀양 주민은 농성 활동만 해온 것이 아니며, 정부와 싸운 것은 밀양 주민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국가폭력에 맞선 주민의 생존권 투쟁이 두드러졌다면, 주민과 시민사회의 연대, 송전탑 건설의 법적 정당성을 묻거나 주민의 피해 보상을 위한 법정 싸움이 이제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밀양 '할매'들의 맹렬한 싸움과 주민의 목숨까지 요구하는 고압 송전탑 건설 강행의 야만성이 폭로되면서 밀양은 탈핵 운동의 근거지로 부상했고 전국 각지로부터 '희망버스'의 물결이 이어졌다. 삼척시장 선거에서 원전 부지 취소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당선되었고, 부산에서는 시장 후보들 모두 고리 1호기 폐쇄나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등 지방선거에서 탈핵이 중심 의제로 부각한 것도 밀양 주민의 공이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시민이 밀양 주민의 농사를 돕고 주민이 수확물을 보내주는 '한 평 프로젝트'를 협동조합으로 꾸리는 등의 활동으로 시민 연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밀양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도 활발히 제작되고 있으며, 릴레이 1인 시위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와 한전으로부터 피해를 본 주민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법적 소송도 법조계에서 준비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 싸움도 진행될 예정이다. 주민은 생업을 중단하고 매달린 싸움으로 생계 피해도 보았지만, 경찰의 폭력과 정부의 강압적 처사나 주민 매도 등으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겪었다.

특히 정부가 보상을 내세우며 마을의 화합을 해치고 공동체를 파괴한 데 따른 주민의 피해가 극심하다. 정부의 일방적 송전탑 건설 강행의 근거가 된 전원개발촉진법과 실질적인 주민 보상이 되지 못해 주민의 자살까지 불러왔던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보상·지원법도 법적 정당성을 물을 계획이다.

밀양의 싸움은 10년 넘게 다져온 주민의 싸움과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민의 연대로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천막 농성장 철거로 골칫거리가 사라졌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송전탑 건설 강행 과정에서 자행한 국가폭력을 반성하고 객관적 논의기구를 마련하여 주민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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