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해거름, 밀양 부북면 위양 연못은 북적였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농성장 강제철거를 당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껴안고 연대의 손을 잡았다.

강제철거 소식을 듣고 발만 동동 구르던 이들은 버스를 타고, 차를 몰아 밀양을 찾았다. 멍이 든 주민들의 손을 어루만졌다. 부산에서 온 한 연대자는 침을 놓아주며 눈물만 흘렸다. 지난 11일 강제철거가 있던 날,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단다.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철거현장에 있었던 오영석(54·대전시) 씨는 “할머니, 수녀님들에게 경찰은 너무 무자비했다. 절망감에 빠져있을 할머니들 걱정에 다시 올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에게 위로를 드리며 외롭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연대자들은 문화제에 앞서 함께 밥상에 앉았다. 주민들에게 밥은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보다 싸우기 위한 의식인 듯했다.

소셜네트워크에서 소식을 듣고 서울서 밀양긴급연대버스를 탔다는 김명아(여·28) 씨는 “밀양 이야기를 듣고 오겠다는 마음만 있었는데 행동으로 이제야 옮겼다. 식사도 준비해주시고 우리 할머니 같다. 늦어서 죄송스럽다”고 했다.

주민들은 먼 길 마다치 않고 찾아온 이들을 반겼다. 위양리 도방마을에 사는 서종범(56) 씨는 “너무 고맙다. 11일에도 경찰이 막으니 몇 시간 산을 헤매 농성장에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자기 돈 들여서 찾아와서 어르신들 병원에도 모셔다 드리고, 목욕도 시켜주는 사람들 정말 천사다. 그런데 밀양 사람들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밀양사람들이 힘을 보탰다면 막을 수 있을 것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어둠은 촛불을 밝혔다. 분노와 절망이 가득하던 주민들 얼굴엔 오랜만에 웃음이 번졌다. 노래에 맞춰 손뼉도 쳤다. 연대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도 울컥거렸다.

14일 밀양 부북면 위양연못에서 열린 150회 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주민들과 전국에서 온 연대자들이 노래공연에 환호하고 있다./ 표세호 기자

127번 움막을 지켰던 덕촌댁 할매(79)는 마이크를 잡고 “우리는 안 죽었다. 또 일어날 것이다. 집 뜯겼지만 다시 지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남우 부북면대책위원장은 “철탑을 뽑은데 이 목숨을 다할 것이다. 거짓과 진리·정의와 싸움은 진행형이다.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처참했던 강제철거 영상도 상영됐다. 지난 11일 농성장에 가득했던 오열과 절규가 캄캄한 밤을 채웠다. 연대자들은 숨죽여 그날 상황을 지켜봤다.

주민들에게 드리는 편지글도 낭독했다. 서울에서 온 나영 씨는 “뉴스만 보고 마음 졸이고 있던 죄송한 마음에 버스를 탔다. 위성사진 보면 서울만 환한데 이전에는 엄청난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알지 못했다. 밀양 주민들의 투쟁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용인에서 온 윤혜인 씨는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 손녀와 같은 마음으로 기도드리겠다. 할매·할배들의 투쟁이 또 하나의 ‘내리사랑’이시다”며 울먹였다.

밀양 주민들과 연대자들은 이날 150번째 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를 함께 했다. 촛불집회는 밀양 부북면 위양지, 상동면 고정마을, 단장면 용회마을 3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할매 할배 저희가 안아 드릴게요’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촛불집회에 서울 등 전국에서 7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시작도 포옹과 마침도 서로 껴안음으로 이어졌다. 연대자들은 밤이 늦도록 주민들 손을 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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