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765㎸ 송전탑 설치공사를 둘러싸고 주민과 한전이 대치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고리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서울로 보내기 위해서는 송전선로를 깔아야 하고 송전탑을 세워 그것을 견인해야 하는데 통과지점인 밀양에는 모두 69개 송전탑이 들어서도록 계획됐다. 젊은이들은 거의 다 떠나고 고향을 지켜오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생존권을 지키겠다며 분연히 일어서 대항을 시작한 것이 올해로 8년째를 맞았건만 그 민권의 마지막 보루였던 5개소 움막 농성장이 공권력에 의해 박살 나면서 싸움은 끝났다.

밀양시 단장마을 101번 송전탑,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부북면 위양마을 127·128번 그리고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설치 지점이 그곳이다. 주변에 움막을 짓고 농성을 벌여오던 고령의 주민과 시민활동가 심지어 변호사와 수녀 신부들도 모조리 패대기쳐졌다. 주민과 수녀 등 18명이 부상을 당했을 뿐이지만 대치기간 중 70대 두 명이 자살하고 크고 작은 부상자가 생기는 등 그동안의 인명손실은 말로 다할 수 없을만큼 심각하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 관할지인 밀양시는 그 같은 주민 희생을 전혀 돌아보지 않았다. 국책사업임을 앞세워 끝내 대를 위한 소수자 억압을 강제해버린 것이다.

'돈도 필요 없다 단지, 안전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대화와 중재를 원한다'. 고압송전탑이 들어서는 그곳 밀양의 주민이 원하는 것은 이처럼 간단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본능의 생존에 대한 부르짖음이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냉정하고도 싸늘한 원전 지상주의였다. 어느 시인이 심금을 울리는 시를 썼다. "여기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여기는 사람 사는 땅이 아니다/ 사람 대신/ 76만 5천볼트 송전탑이/ 번쩍이며 사는 곳이다". 이 얼마나 가슴 도려내는 아픔의 절규인가. 밀양사태가 왜 일어났고 어떻게 끝났는지를 웅변해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밀양의 고통은 정녕 끝났는가, 아니 고압 송전탑 문제는 이로써 시비를 종결지었는가. 단언컨대 아닐 것이다. 고압 송전선로와 송전탑 그리고 원전에 대한 부정적 시각, 그게 생명과 건강을 해친다는 의식은 이제 눈을 뜬 상태라고 해야 맞다. 전국적으로 제2 제3의 밀양을 예고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고 밀양의 민권 또한 그대로 잠잠해질 턱이 없다. 더 큰 걱정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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