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 오백리] (1) 왜 남강인가

'경남의 재발견'과 '맛있는 경남' 등 우리 지역의 공익 콘텐츠를 발굴하고 기록해온 경남도민일보가 한국수자원공사 경남본부와 공동으로 '남강 오백리' 기획시리즈를 시작합니다. 1년간 일정으로 격주 1회 신문 지면과 월간 <피플파워>에 동시 연재되는 '남강 오백리'는 경남의 가장 중요한 식수원으로서 남강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경남 사람들의 삶과 역사, 문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방대한 작업입니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공공 자산에서 공익적인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연재, 널리 배급함으로써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공공기관과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자 의무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충고와 질책을 기대합니다.

경남의 강, 남강은 경남 서부지역 험준한 산세를 타고 흐르며 마을과 마을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 역사와 문화를 싹틔우고 형성할 수 있게 했다. 함양 상류지역 산비탈에 있는 삿갓배미나 하류지역 충적평야 지대에서나 평등하게 농업용수로서 생명수가 되었고, 때로는 험한 산길 대신 뱃길을 열어주고, 때로는 잠시 흐름을 천천히 하여 절대비경을 들춰 보여주며 사람을 쉬게 했다. 유속과 수량에 따라 지형과 유역 환경이 다르고 사람들의 삶과 생활 방식이 달랐다. 그리고 남강은 경남 서부지역의 식수원으로서 모자람 없이 그 역할을 해왔다.

◇물길의 시작과 끝이 모두 경남이다

물길을 이뤄 흐르는 것을 내(川)와 강(江)이라 한다. '하천(河川)'은 이 둘을 모두 포함하는 것은 물론 땅 밑으로 물길을 품은 유역도 통칭한다. 한국의 하천은 그 중요도에 따라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으로 나누어지는데, 현재 시·도별 국가하천은 84개, 지방하천은 3860여 개다. 이중 경남은 국가하천이 10개, 지방하천이 674개다.

경남에 있는 국가하천은 제일 먼저 낙동강을 꼽고 다음으로 남강을 꼽는다. 낙동강은 길이 513㎞, 한국에서 3번째로 긴 강이다. 낙동강권역 하류를 끼고 경남 동부지역은 역사와 문화를 발달시켜 왔다.

이에 비해 남강은 경남권역에 사는 사람이나 알까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낙동강의 제1지류로 명시되면서 낙동강에 가려 주목도가 낮았음은 물론이고, 남강 유역에 자리한 경남 서부 사람들의 삶과 문화마저도 조명되지 못했던 듯하다. 1990년대까지 경남 서부 사람들 사이에 회자하던 '낙동강만 강이가? 남강도 강이다'는 말은 소외된 강 '남강'을 내세우며 부산과 경남 동부 지역의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쇠락해져버린 서부지역 사람들의 정서가 반영된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되짚어보면 남강은 '경남의 강'으로서 첫째로 꼽기에 주저할 까닭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위로는 경남에서 가장 끝자락인 서북단, 함양군 서상면에서 시작해 동부 창녕지역까지 내륙을 가로지르는 유역면적 3467㎢, 길이 189㎞에 달하는 하천이기 때문이다. 남강은 그 시작과 끝을 온전히 경남 전역에 두고 있다.

참샘에서 남덕유산 정상을 향해 가다 해발 1400m 산마루에서 뒤를 돌아보면 남강 첫물길을 이루는 상남리 들판과 서상호가 눈에 들어온다. /권영란 기자

◇진주 남쪽 1리에 있어 남강이라

남강, 흔히들 '진주 남강'이라 말한다. 임진란 때 진주성 전투나 의기 논개의 충절이 남강에서 비롯해 일반에게 널리 알려져 '남강'이라 하면 먼저 '진주'를 떠올리는 까닭이다. 이 둘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지 않는다. 또 역사적으로 남강 유역에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곳이 진주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옛 기록에 따르면 남강은 진주를 중심에 두고 붙여진 강 이름임을 알 수 있다. 먼저 조선 성종 때 지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남강: 진주 남쪽 1리에 있다'라 밝히고 있다. 또 조선 영조 때 이긍익이 지은 <연려실기술> 지리전고 편에 따르면 임진란을 거치면서 남강은 한때 '촉석강(矗石江)'으로 불리었으며,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는 '영강(瀯江)'으로 불리었다는 것을 여러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남강'이라는 강 이름을 찾은 것은 조선 말 고산자의 <대동여지전도>에서다. 하지만 '진주 남강'은 남강 속의 남강으로, 총 길이 189㎞ 중 40㎞에 불과하다.

남강의 물줄기는 경남 서북쪽 끝에 있는 남덕유산(해발 1507m)에서 시작된다. 행정지역으로는 경남 함양군 서상면에 속한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서상면 소재지 방지교에서부터 국가하천 남강을 이루어 거창 백운산(해발 904m)에서 발원한 위천을 만나고, 지리산(해발 1915m)에서 발원한 엄천을 만나 산청군 경계에서 남강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리고 지리산에서 발원한 덕천강을 진주시 진양호에서 만나 의령 함안을 흘러 마침내 창녕군 남지에서 낙동강에 닿는다.

그러고 보면 남덕유산과 지리산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린 물길을 다 모은 것이 남강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남강물은 남덕유산, 지리산 두 명산에서 나는 수백 가지 약초 뿌리들이 흘러내려온 것"이라고도 말한다. 이는 남강 물을 식수로, 생활용수로 사용하니 따로 보약이 필요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남강 유역에서 터 잡고 사는 것을 천복으로 알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발원지가 어디냐고 따져 묻는다면

이쯤에서, 그렇다면 남강 발원지는 어디일까 궁금해진다. 남강 물줄기가 맨 처음 시작되는 곳 말이다. 경상남도에서 발간한 도지(道誌)에 따르면 덕유산 남쪽 준봉인 남덕유산에 그 발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세간에 알려진 곳은 두 곳이라 의아심이 든다. 두 곳이 전혀 다른 방향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한 곳은 남덕유산 은재골 참샘이다.

남덕유산을 오르는 길목 참깨밭에서 만난 최업동(68·상남리 조산마을) 아재의 말이다.

"남강 발원지인지 먼지는 잘 모리고 옛날에사 은재골을 집 마당 들락거리듯 올라댕겼제. 은재골 거기 옆으로 새미가 있기는 있제."

남덕유산 참샘(해발 1350m)은 경상남도 덕유교육원과 천년고찰 영각사 사이로 난 은재골을 타고 정상 아래까지 오르면 된다. 이곳 참샘에는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과 국립공원관리공단 덕유산사무소가 공동으로 세운 '남강 발원지 참샘'으로 표기한 안내판이 있다.

또 다른 발원지라 알려진 한 곳은 지리산 천왕봉 아래 천왕샘(해발 1850m)이다. 천왕샘에도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사무소에서 공동으로 세운 '남강 발원지 천왕샘'으로 표기한 안내판이 있다. 이 두 곳의 표지판은 모두 2010년 10월에 세워진 것이다. 표지판의 세부 내용은 둘 다 동일하다.

남덕유산 영각탐방지원센터에서 참샘으로 오르는 길에는 가는 물줄기가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했다. 계곡은 대체로 물길보다는 너덜지대가 쭉 이어졌다./권영란 기자

어찌된 일일까. 한국하천정보지도를 살펴보면 누가 봐도 발원지가 남덕유산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수소문해봤으나 관계자들도 모르고 있어 어찌된 연유인지를 알 길이 없다. 다만 길이로 따지자면 남덕유산인데 높이로 보자면 천왕샘이 높은데다 상징성이 더 강해서 그렇지 않을까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다 앞서 얘기한 두 곳 외에 또 다른 한 곳이 거론되기도 한다. 발원지가 남덕유산이지만 은재골 참샘이 아니라 초입에 있는 경상남도 덕유교육원 서쪽 골짜기로 오르는 절골 끄트머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절골은 오랫동안 드나들지 않아 옛길은 사라졌고 발원지로 추정되는 곳을 찾아 오르는 것은 힘들었다.

최성용(74·상남리 식송마을) 아재는 남덕유산은 물이 귀한 산이라 제대로 계곡을 만들지도 못하거니와 물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물길이라고 허는 게 영각사 밑에서 제우시 보이구만. 우에는 물길 같은 건 없고, 남덕유산 골짝골짝… 절골, 상골, 은재골, 동티막골, 남령에서 물이 다 모여 들어 동네 개울이 된 거제. 작은 물길들이 전부 모여가꼬 여게 상남 골짝물이 된기라. 물길이 어데 한 곳만 발원지라고 헐 수 있나. 산 전체가 발원지라 할 수 있것제."

남덕유산 자락 상남리 조산, 신기, 식송 세 마을 앞을 흐르는 가는 물길을 두고 주민들은 '골짝물' '산골물'이라 부르고 있다. 남강 오백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남강은 남덕유산 정상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물을 모조리 쥐어짜듯이 한데 모아, 상남리에서 첫물길을 이루었다.

※이 기획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후원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