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싸움 끝이 아니다"…연대사업, 송주법 개정·집단소송 준비

밀양 주민들이 송전탑 반대를 위한 거점을 잃었지만 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12일 101번 철탑예정지 아래 단장면 용회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농성장은 철거당했지만 한국전력 작업자들과 장비 진입을 막는 '일상 활동'을 했다.

밀양시와 경찰의 행정대집행으로 농성장이 뜯겼지만 밀양 주민들은 "밀양 싸움은 끝이 아니다"며 '밀양 송전탑 싸움 시즌 2'를 예고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주민들은 다시 분노와 오기로 똘똘 뭉칠 것이다"고 했다. 10년 동안 이어진 송전탑 사태를 풀어 나가겠다는 뜻이다.

'시즌 2'는 연대와 일상활동, 피해대책과 제도개선, 집단소송 등 법적 대응 등으로 짜일 전망이다.

◇연대와 일상활동 = 밀양 송전탑 사태는 전국적인 사안이 됐다. 전국에서 밀양 할매·할배들을 만나러 오고, 농성장을 찾아 묵고 가는 발길이 이어졌다.

수천 명이 '밀양희망버스'를 타고 오기도 했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밀양 주민들의 끈질긴 싸움은 핵발전 중심의 전력생산정책과 전력 다소비지인 수도권을 위해 지역의 희생과 함께 초고압 장거리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하는 에너지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연대자들과 주민들 간 이어진 '끈'을 튼튼히 하는 사업들을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 평 프로젝트'를 협동조합으로 꾸리는 것이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주민들에게 심리적 지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대를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한 평 프로젝트는 연대자들이 약정금과 평소 농사일 돕기 등을 하면 주민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보내주는 것이다. 단장면에서 이 사업이 진행 중이다.

자발적인 연대사업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에는 부산시민들이 '꽃동산 프로젝트'로 부북면 127번 농성장에 꽃과 나무를 심었다. 또한 문화예술가들은 밀양을 찾아 공연 등을 선보였고, 영화감독들은 밀양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밀양전> 등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했다. 농성장 철거 이후 서울 한전 본사 앞, 광화문, 홍대 앞 등에서 밀양 송전탑 사태를 알리는 자발적인 릴레이 1인 시위도 추진되고 있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제2차 밀양 희망버스 행사가 지난 1월 25일과 26일 밀양시 일원에서 열렸다. 25일 오후 전국에서 모인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밀양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피해대책과 제도개선 = 주민들은 공사강행 과정에서 입은 피해보상을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정부와 한전이 보상으로 송전탑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오랫동안 유지됐던 마을공동체가 파괴된 것을 회복하도록 지원하는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

몇 년 동안 생업을 놓고 송전탑에 매달려 온 주민들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회복, 특히 공사 강행과정에서 작업자와 경찰 등으로부터 당한 폭력 등에 대해 국가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법적 투쟁은 제도개선과 함께 진행될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방적 사업추진 근거인 전원개발촉진법, 주민들 반대에도 지난해 말 제정된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보상·지원법(송주법)' 개정이다.

송주법 문제는 765㎸ 송선선로 경우 직접보상지역 33m, 주택매수 청구지역 180m, 간접보상지역 1㎞로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밀양 상동면 주민 고 유한숙 씨도 송전선로에서 350m 떨어진 돼지축사가 매수지역 밖이라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다 음독자살했다. 소음·전자파 등 건강권과 높이 100m 철탑 설치에 따른 경관피해 문제는 빠져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송주법 범위에서 벗어난 주민 피해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한전과 합의한 주민들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등 굴욕적인 내용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상을 받아도 당당하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변호사와 법학자들이 밀양 주민들을 돕기 위해 법률지원단을 꾸려 자료수집과 법적 대응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진행 중인 법적 대응도 있다.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주민 300명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밀양 송전탑 사업계획변경 승인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는 한전이 환경영향평가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사현장에 헬기를 띄우고 공사면적을 2배로 늘린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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