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 맘대로 여행] (19) 전라남도 곡성군 섬진강 기차마을

특별한 기억도 추억도 없지만 괜스레 이야기만 들어도 맘이 설레는 단어들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늦은 밤 후두두 떨어지는 빗소리, 발이 닿는 곳마다 서걱거리는 낙엽길, 그리고 키 작은 소나무가 있는 간이역.

전남 곡성군 오곡면에 있는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이번 내리실 역은 곡성역입니다."

기차여행을 택해 만난 곳은 '섬진강 기차마을'이다.

곡성역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섬진강 기차마을은 상수리나무 가로수길이 안내한다.

   

상수리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속으로 타박타박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연둣빛 세상은 어느새 강렬한 붉은 장밋빛 세상으로 바뀐다. 이내 흑백 무채색의 추억 속 세상도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여파로 축제는 취소됐지만 제 세상을 만난 6월의 장미는 만개했다.

1004 장미공원. 4만㎡ 터에 3만 7000여 송이의 장미를 심었는데, 그 품종이 딱 1004종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원 장미가 피는 곳이기도 하다.

형형색색의 장미는 각각의 테마 시설과 만나 더욱 의미를 더한다. 사랑의 대화, 천사의 온실, 사랑의 다리, 소망의 다리, 사랑의 자물쇠 등.

   

장미 터널이 만들어 주는 향긋한 쉼터 속에 몸을 숨겼다가 미로 속에서 연방 웃음을 터뜨리며 길을 찾는다.

시원스레 하늘로 오르는 분수와 연못과 정자가 만나고 여기에 울긋불긋 장미들이 활기를 불어넣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 그려진다.

북을 세 차례 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백년가약-소망의 울림' 정자에서는 '쿵쿵' 소리가 연방 귓가에 울린다.

장미의 황홀한 자태를 뒤로하고 구 곡성역사로 향한다. 1933년 건립된 구 곡성역은 등록문화재 제122호다. 신 역사에 그 기능을 물려주며 전라선의 중심 역사 기능은 잃었지만 이젠 추억 속으로 데려다 주는 타임머신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어느 대중가요 가사처럼 나무로 지어진 승강장과 구 곡성역사가 키 작은 소나무를 배경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드라마 <토지> <야인시대> <사랑과 야망> <경성스캔들>을 비롯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촬영된 곳이다.

관광용 증기기관 열차가 전라선 폐선을 활용해 섬진강 변을 따라 구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약 10km의 길을 하루 5번 운행한다.

   

옛 곡성역을 출발해 가정역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와 편도 코스가 있다. 10km를 왕복하는 짧은 거리지만 증기를 내뿜고 기적을 울리는 열차를 타고 섬진강 물줄기를 감상하는 시간은 쉬 경험하기 어려운 아련한 추억의 시간이 될 듯하다.

아직 기차 시간이 멀었다. 그 사이 레일바이크에 몸을 실었다. 기차마을 안에 설치된 500m의 철로 위를 레일바이크로 달려볼 참이다.

커브를 돌 때는 다리에 한껏 힘을 주었다가 철로를 지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따르릉 따르릉" 경적도 울려본다. 아이는 함박웃음을 짓고 어른은 동심이 된다.

"삐이∼ 삐이익~.”

청명한 파란 하늘에 하얀색 증기를 내뿜으며 미카호가 기적을 울린다.

"칙∼칙∼ 포∼옥∼폭" 점차 느려지는 바퀴에 맞춰 달리는 소리도 느려지더니 구 곡성역에 정확히 멈췄다.

빼곡히 기차 안을 채웠던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내려 승강장으로 몸을 옮긴다.

어디서 왔는지 기차 시간에 맞춰 온 사람들이 빼곡하다. 어릴 적 수학여행을 가듯,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인 듯 모두 설레는 얼굴이다.

입장료는 개인 3000원, 어린이 2500원이다. 성수기(4∼10월)와 비수기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입장료로 장미공원과 천적곤충관, 동물농장 등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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