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인디밴드 드러머 이광혁 씨 인터뷰

11일 0시 40분 반바지 차림의 체격 좋은 남성이 헐떡이며 밀양 부북면 127번 송전탑 공사현장에 도착했다. 반바지 아래는 온통 긁힌 자국이었다.

그는 부산지역 인디밴드인 '스카웨이커스' 드러머 겸 대표로 활동하는 이광혁(30·사진) 씨다.

인디밴드 대표 겸 대중음악가가 이곳을 찾다니 좀 특이했다. 게다가 경찰이 127·129번 입구인 위양리 장동마을에 도착했지만 1시간 넘게 실랑이를 벌였는데도 경찰이 길을 터주지 않아 길도 없는 산을 3시간 넘게 헤매며 이곳에 도착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가 속한 밴드는 사회참여적 성격이 강했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공연한 적이 있고, 부산에서는 집회 때 자주 공연한다고 했다. 이런 연유로 2년 전 밀양 할매들을 처음 접했다.

2012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에 희망버스가 왔을 때 그곳에서 공연했다. 이때 밀양 할매들이 부산에 와서 자신들의 처지를 얘기했다. 이미 8년간 싸웠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관심을 가졌다.

   

하나, 둘 배워가던 그는 무척 분노했다. 그는 "밀양 문제를 공부하면서 고리원전에서 왜 서울까지 전기를 보내야 하는지, 그 탓에 밀양 어르신들이 이토록 처참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마을 주민 간 싸움을 유발하고, 공동체 파괴를 서슴지 않는 한전 행위에 너무 화가 났다"며 "다른 밴드 구성원도 이런 감성을 공유해 자연스럽게 밀양 촛불문화제, 올 1월 밀양 희망버스 때 두 차례 밀양시내에서 공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에는 직접 가본 적이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지방선거 직후 밀양 송전탑 천막 농성장 행정대집행이 예고됐다.

이 씨는 "내일(12일) 공연이 있어 많이 망설였는데 밴드 대표인 나라도 가야겠다싶어 나섰다"며 "처음에는 그냥 조용히 격려만 하고 가려했는데, 현장 상황을 보고 도저히 안 되겠더라. 젊은 놈이 한 번쯤은 모든 걸 다 걸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야겠다 싶어 자원해 경찰 연행을 각오하고 대열 맨 앞에 쇠사슬을 감고 연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가장 먼저 경찰에 들려 나왔다. 그는 "이번 일로 다른 건 몰라도 밀양 사태의 원흉인 고리원전은 반드시 폐쇄하도록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 실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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