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 송전탑 움막 강제 철거

6월 10일, 밀양시 부북면

화악산 아래 마을을 경찰이 포위했다.

주민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2천 명의 경찰이 산을 둘러싸고

11일 새벽, 작전을 개시했다.

 

76만5천 볼트 고압 송전탑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세운 움막 철거 작전.

장동 움막에서

129번 움막에서

127번 움막에서

쇠사슬에 제 몸을 묶은

팔순의 할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가고

칠순의 할아버지가 나무토막처럼 끌려나오고

마을 아저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수녀님들이 울부짖었다.

11일 경찰이 밀양 송전탑 129번 움막을 지키고 있던 알몸의 주민들을 끌어내고 있다. /표세호 기자 po32dong@idomin.com

경찰과 공무원과 한전 직원이

하나가 되어

제 할머니를 포위하고

제 할아버지를 개처럼 끌어내고

제 어머니를 욕되게 했다.

 

돈, 필요없다.

그냥 이대로 살게 놔 두라.

고향 산천에 뼈를 묻게 건드리지 말라.

그 이상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765㎸ 송전탑으로 전기를 보내겠다는

신고리 3호기는 위조 부품 비리로

건설이 지연되고

원전 사고는 그칠 날이 없는데

제발 사람 사는 마을은 피해가자고 부탁했는데

초전도와 지중화 기술을 활용하자고 당부했는데

정부와 한전

지난 10년 동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송전탑 막다

이치우 어르신 돌아가시고

유한숙 어르신은 아직 장례도 못 치렀는데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

사람의 목숨도, 주민 생존도 아니다.

후손들이 살아갈 땅을 망가뜨려서라도

원전 건설과 송전으로 생기는 돈

그것 뿐이다.

 

이제 화악산을 화악산이라 부르지 말라.

이제 할머니를 할머니라 부르지 말라.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지도 말라.

여기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여기는 사람 사는 땅이 아니다.

 

사람 대신

76만 5천 볼트 송전탑이

번쩍이며 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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