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밀양을 이렇게까지 강제로 밀어붙여야 하는 것인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절규에도 정부와 밀양시, 한전과 경찰은 행정대집행을 강행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로 미루었던 농성움막 강제철거와 송전탑 공사를 정부는 법이란 이름하에 폭력으로 강제하고 있는 중이다. 주말로 예정된 세월호 범국민 촛불행사와 월드컵 거리응원전 때문에도 경찰력을 집중시키기 어렵다 보니 주민들의 안전이나 불상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힘으로 다스리겠다는 것이다. 경찰이 단장면 용회마을, 상동면 고답마을, 부북면 위양마을, 평밭마을 철탑 예정지의 움막을 에워싼 모습은 마치 토벌을 방불케 한다. 산 밑에서부터 포위망을 좁혀가며 이 잡듯 압박해 들어오는 게 무슨 무장 적군의 항복이라도 받아낼 기세다. 기껏해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요 그것도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주민들을 이런 식으로 겁박해야 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거듭 강조하지만 밀양 송전탑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 요구다. 수년 동안 목숨을 걸고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신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목소리에 정부와 한전은 아예 귀를 닫아버렸다. 수많은 국내외 인권단체와 환경단체들이 경고하고 촉구했음에도 전력산업 기득세력들은 주민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도 녹색 대안에너지 문제는 중요한 화두였고, 765㎸ 초고압 송전탑이 꼭 필요한지에 대하여 대화와 대안모색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인된 바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대형 안전사고에 전혀 대처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이 역력히 확인되면서 노후 원전이나 핵발전소, 초고압 송전탑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절실하다는 위기의식도 드러났다. 차제에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사회적 합의 도출은커녕 기다린 듯 공권력을 빙자한 횡포를 부리고 있으니 암담할 뿐이다. 주민들과 전국의 인권단체들은 일어나서는 안될 비극을 막기 위해서 주민들의 마지막 외침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호소를 하고 있다. 밀양 주민들의 생존을 짓밟고 전기를 받아다 쓰게 될 소비자들과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참사를 겪지 않았는가. 잊지 않고 나서서 불복종 의사를 펼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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