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경수, 행정대집행 앞둔 농성장 찾아…"원만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

2012년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 국회의원과 김경수 6·4 지방선거 경남도지사 후보가 8일 오후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있는 밀양 송전탑 반대 천막 농성장을 방문해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문재인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 역시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 우리 사회가 변할 의지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첫 번째 가늠자는 바로 밀양 송전탑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정부의 원전 정책도 새롭게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방점을 찍었다.

문재인 의원과 김경수 후보는 이날 오후 3시께 부북면 평밭마을에 있는 129번 송전탑 건설예정지에 도착했다. 문재인 의원이 SUV를 직접 운전했고 앞좌석에는 김경수 후보가 타고 있었다.

천막 농성장에 있던 한 노인은 문 의원과 김 후보를 만나자마자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쏟았다. 이 노인은 문 후보에게 "왜 이제야 왔느냐, 우리가 죽겠다"며 장탄식을 토해냈다.

김준한 밀양송전탑 반대 대책위 대표는 "밀양 현지 4개 농성장에서는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 한다.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은 지난 4년여 동안 온몸을 던져 송전탑 공사를 반대해온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으며 "이제 마지막 싸움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주민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 곳에는 공사가 들어오지 못했다"며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송전탑을 막을 것이고, 죽어서는 시체로 공사를 막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이 너무 무능했던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함께 터져 나왔다.

문재인(왼쪽) 국회의원과 김경수(오른쪽) 전 경남도지사 후보가 8일 오후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에 있는 129번 천막 농성장에서 현지 주민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임채민 기자

송전탑 반대 대책위와 주민들은 지금 당장 강제 행정대집행 방침을 취소할 것과, 지금도 계속되는 한전의 합의 회유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행정대집행이 강행될 경우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르고, 한전의 집요한 회유로 송전탑 경과지에 있는 수천 가구 주민들이 마을공동체 파괴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경수 전 도지사 후보는 "미안하고 송구해서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 선거 결과를 떠나서, 사람생명보다 소중한 게 없다. 그런데도 경남도는 밀양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지만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겠다.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 역시 "정말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의원은 "지난 10년간 이어진 투쟁과 밀양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정치인들이 풀어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 공권력이 강제철거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보면서 억울하고 답답하실 것이다. 해결점을 찾고 추진할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위로라도 될까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문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은 돈을 최고 가치로 여기고 효율만 앞세우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 생명, 안전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로 변하길 바라고 있다"며 "박 대통령 역시 세월호 이후 나라는 완전히 다르게 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실제 사회 변화의 의지가 있는지는 밀양 송전탑 문제가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 역시 "세월호 참사가 있었지만, 국가는 무조건 힘으로만 몰아붙이려고 한다. 민주주의도 인권도 없다"고 호소했다.

문재인 의원과 김경수 전 도지사 후보는 129번 현장에 이어 부북면 위양마을에 있는 127번 현장과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를 차례로 방문했다.

문 의원은 "마음이 너무 억울하니까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의지를 다지시겠지만, 극단적인 선택은 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천막 농성장 현장 안팎을 둘러본 후 "먼저 공권력이 극단적 대응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된다. 주민분들 역시 가스통이나 이런 극단적 위험 물품을 피하면 좋겠다. 가급적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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