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의 신성한 권리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선거가 있는 날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의 첫 구절을 무색게 하는 사건이 기어코 벌어졌다.

밀양 송전탑 농성 천막에서 경찰서장 등 18명의 경찰과 주민이 충돌을 일으킨 사건은 작게 보면 경찰과 주민 간의 우발적인 실랑이나 주민의 과잉대응이 빚은 해프닝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밀양 송전탑 관련 주민 농성이 시작된 것은 주민의 주권 행사가 국가에 의해서 심각하게 훼손된 것에서부터였다. 선거 날이라고 해서 경찰이 특정한 곳을 방문치 못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송전탑 농성 주민 입장에서는 그것이 국가기관의 심각한 도발로 비칠 수도 있다.

경찰은 이날 방문을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현장 확인이었다고 하지만 구구한 변명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보길 바란다. 경찰서장의 방문이 요란할 까닭은 없다.

하지만 가뜩이나 강제 철거 행정대집행 통고를 받고 예민해 있을 주민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했다면 통고쯤은 하는 것이 기본 예의일 것이다. 주민이 투표하러 갔을 시간에 충돌을 피할 양으로 슬쩍 방문했다고 해도 문제이다. 경찰 스스로 국민 앞에 엄정해야 할 자기 존재를 한없이 작게 한 행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전탑 반대 주민은 현재 남은 6기의 송전탑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4곳에 움막을 지어 놓고 농성 중이다. 정부가 밀양 송전탑 반대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 짓지 못한 지도 오래되었다.

정부가 이만한 것도 무난하게 해결 짓지 못하는 데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도 많다. 보상금으로 주민을 이간시키고 반대 주민을 억압하면서 사태 해결이 될 턱이 없다. 국가가 국민에게 정정당당한 길을 걸었으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밀양 송전탑 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와 경찰의 진짜 임무는 주민의 안전이다.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주민은 더는 물러설 곳도 없다. 그들에게는 이번에 보여준 위압보다는 안심케 하는 것이 먼저다. 할 바를 다한 양 강제력으로 밀어붙이는 나라에 주권재민이 너무 멀어 보인다. 정부는 아직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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