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8명 움막농성장 진입…혼자 있던 주민과 몸싸움

지방선거 투표 날 주민들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며 농성 중인 움막에서 경찰과 주민 간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위험물질 확인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움막을 찾았다고 했지만 움막 강제 철거가 예고된 상황에서 신경이 곤두선 주민들은 자신들을 자극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4일 오전 10시께 김수환 밀양경찰서장 등 경찰 18명이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송전탑 예정지 움막농성장에 들어섰다. 움막을 혼자 지키고 있던 주민 한옥순(여·66) 씨가 "오늘 뭐 하러 왔느냐"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한 씨는 밀어내다 경찰을 붙잡고 땅바닥에 넘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팔다리를 붙잡자 한 씨는 발버둥을 쳤다. 충돌과 실랑이 과정에 다른 경찰들은 움막 내부를 촬영하기도 했다.

한 씨는 '사이렌을 울려라'라고 했고, 사이렌이 울리자 아래 움막에 있던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올라왔다. 주민들이 격렬하게 저항하자 경찰은 물러났다. 경찰이 임도를 내려가는 과정에서도 주민과 연대자들은 경찰의 뒤를 따라가면서 "왜 왔느냐?", "사복을 입고 왜 왔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 씨도 경찰을 붙잡고 임도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날 경찰들은 대부분 등산복 등 사복 차림이었다.

지방선거 투표 날인 4일 오전 밀양 송전탑 129번 예정지 움막농성장에서 경찰과 주민 간 충돌이 벌어졌다. 임도에 넘어진 주민과 경찰이 엉겨붙어 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이날 129번 움막과 인근에서 벌어진 충돌 상황은 연대자들이 찍은 영상과 경찰 채증 영상에 담긴 모습들이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129번 움막에는 주민들이 투표를 하러 산 아래 마을 투표소로 내려간 뒤여서 주민 1명과 연대자 1명만 지키던 상태였다"며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한 씨는 팔이 비틀리고 손등에 상처가 났다"고 밝혔다.

이어 "밀양시의 움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계고로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주민들에게 이런 위력시위는 주민들을 더욱 자극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밀양시는 지난달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단장면 용회마을(101번), 상동면 고답마을(115번), 부북면 위양마을(127번)과 평밭마을(129번) 철탑 예정지 움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 하겠다고 계고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남은 6기 철탑 공사를 저지하고자 4곳에 움막을 지어놓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자진 철거 시한(6월 2일)이 지남에 따라 지방선거 이후 밀양시는 철탑 공사를 위해 움막을 강제 철거할 방침이다.

밀양 주민들은 정치권과 종교계에 정부와 밀양 주민들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중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지난 10년 싸움 속에서 주민들 요구는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마을공동체는 갈가리 찢기고 철탑은 하나둘씩 올라가고 있다. 지금 주민들은 만신창이가 돼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며 "행정대집행이라는 공권력의 물리력 행사가 아니라 대화와 중재를 통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한전의 태도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움막을 찾아간 것에 대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현장 확인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경찰서는 "움막 내에 있는 위험물을 확인하고자 간 것이다. 위험물이 있으면 자진 철거 요청과 경고·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충돌 상황에 대해 "주민들이 주장하는 경찰의 폭력행위는 없었으며, 주민이 경찰관에게 매달리고 잡아당겨 경찰관의 상의가 찢어지고 목에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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